'국제시장' 흥행 축배, 문재인 마실 자격 없다!
  • 「문재인 후보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늘(12일) 저녁 6시 서울 신촌 아트레온 영화관에서 '광해'의 추창민 감독 등 제작관계자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영화 '광해'를 관람했다.

    문 후보는 영화관에 들어서면서 박수치는 아주머니 일행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영화 관람에 앞서 휴게실에서 제작진과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제작진으로부터 "와주셔서 감사하고 솔직히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송영길 시장이 시정일기에 글을 올렸더라구요"라면서 영화를 안볼 수 없게 된다던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 후보는 영화가 종료된 뒤 만감이 교차한 듯 잠시 자리에 앉아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일어서 출구 쪽으로 나갔지만, 다시 빈 객석 뒤편에 혼자 앉아 감정에 북받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약 5분간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추스렸고, 깊은 상념에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들은 소감을 들으려고 했으나 끝내 문 후보는 "다음에~"라며 감정이 계속 교차되는 듯 했다.

    저녁 8시 30분부터 근처 식당에서 있은 만찬을 하면서 기자들로부터 영화 소감을 다시 요청받자 "오늘은 소감을 말 못하겠어요. 눈물이 많이 나서.."라며 감정의 여운이 지속되었다.

    한편 '광해'에서 왕이 된 주인공 '하선'은 조선시대 당시 사람이 먼저인 세상과 경제민주화를 꿈꾼 선각자적 지도자로 그려졌다.」

  • 상기한 글은 2012년 10월 12일 당시 민주통합당 이헌태 부대변인이 올린 서면 브리핑이다. 낯뜨거운 수식어가 난무하는 이 브리핑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 하선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과 '경제민주화'를 꿈꾼 선각자로 묘사됐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후보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팩션(faction)이었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진행된 '정치적 여론몰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하선'을 특정 인물의 이미지에 투영시키는 착각을 일으켰다.


    영화 개봉 후 정확히 3개월 만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8%의 득표율을 얻어 51.6%의 득표율을 얻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완패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영화 '광해'의 후광 효과를 등에 업은 문재인 후보의 기세는 대단했다. 영화의 흥행 속도와 비례해 문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도도 점차 높아졌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 막판 문 후보의 대역전을 점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영화의 '위력'을 피부로 실감했던 문재인 의원은 2년 뒤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선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해당 영화를 재기(再起)의 발판으로 삼는 묘수를 부렸다.

    2014년 1월 1일  측근들과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문재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뭐라고 조언했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뜸 "요즘 영화 '변호인'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로 선수를 쳤다.

    기자가 묻지도 않은, '변호인'을 굳이 거론한 것은 문재인 스스로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문재인 의원은 3일 부산진구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아 영화 '변호인'을 단체 관람한 뒤 "부당한 시대에 지식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들에게 묻는 것 같다"면서 "당시와 지금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생각하게 된 영화"라는 촌평을 남겼다.

    '변호인' 역시 '광해'와 마찬가지로 '팩션'에 가까운 영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림사건'을 맡았던 대표 변호사가 아니었다. 영화 속 '송우석'이란 인물처럼 혼자 총대를 매고 뛰어든 적도 없었다. 문재인 의원도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없지만, 세간에는 김광일 등과 함께 무료 변론을 맡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하지만 '변호인'을 통해 이같은 루머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이 영화는 문재인 의원과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미담(美談)으로 활용돼 왔다.

    문재인 의원이 이토록 사랑했던 영화 '광해'와 '변호인'은 공교롭게도 역대 국내 개봉 영화 흥행순위에서 나란히 7,8위를 기록했다. 문재인이 대권에 도전하거나 정치 재기를 도모할 때 동종 영화들이 개봉, 흥행몰이를 했다는 사실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 지난해 12월 31일 문재인 의원은 서울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실버위원회 장년층 당원 및 대학생 당원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이날 문재인 의원은 관람 도중 안경을 벗은 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관람을 마친 뒤 문재인 의원은 "영화 중반 이산가족 상봉 장면부터 계속 눈물을 흘렸다"며 "저희 어머니도 당시 TV만 보시면서 다른 가족들이 상봉하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셨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3년 전 '광해'를 보고난 후 기자들에게 (촉촉해진 눈으로)"많이 울었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던 모습이 연상됐다. 미리 준비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장면도 '광해'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문재인 의원은 "이 영화를 보수적인 영화라고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 같다"며 "영화를 놓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논란을 벌이는 게 씁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인간적인 왕(광해)의 모습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는 정치적인 발언을 남겼던 장본인이다. 대선 직전엔 당 부대변인이 문재인 후보의 관람 장면를 '서면 브리핑'으로 추어올리는 낯뜨거운 모습도 연출됐다. 지난해 '변호인' 개봉 당시엔 부림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영화를 단체 관람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가 거꾸로 가면서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게 당시 그가 남겼던 관람 소감이었다.

    현재의 모습엔 그 사람의 과거가 투영돼 있다. '광해'와 '변호인'을 보면서 연신 정치적인 수사(修辭)를 날렸던 그가 '국제시장'을 아무런 사심 없이 봤다고는 믿기 힘들다. 당권 도전에 나선 문재인 의원이 '국제시장' 관람에 나선 것은 자신의 정치 기반이 부산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게 다수 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이 영화가 50-60세대와 보수층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문 의원이 자신의 취약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재인 의원의 '관람 행보'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문 의원이 '국제시장'을 관람할 당시 보좌진 측에서 배급사를 통해 황정민 등 영화 관계자들의 참석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

    '국제시장'의 배급을 맡은 CJ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의원 측이 '주연 배우(황정민), 윤제균 감독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없겠느냐'고 제작사(JK필름)를 통해 물어온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인 데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일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요청은 받아 들이기 곤란하다고 답변드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의원 측의 김기만 대변인은 "음모다. 금시초문이고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의원의 한정우 공보팀장 역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그런 적이 전혀 없다. CJ는 배급사인데 그쪽에 왜 요청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사자는 침묵, 측근들은 극구 부인했지만 해당 사실을 접한 다수의 네티즌은 "전형적인 갑질 행각"이라며 문 의원을 힐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 '영화 관람에 정치적인 해석을 말아달라'는 읍소에도 불구, 그의 관람 행보는 국내 정치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광해'가 개봉할 때에는 대통령 선거라는 최대 이슈가 도사리고 있었고, '변호인' 개봉 당시는 문재인 의원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정치적 재기를 시도하던 때였다. '국제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은 당 대표 경선이 목전에 다가온 시기. 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의원은 내달 8일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후보와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상기한 논리대로 문재인 의원의 영화 관람을 '정치적 행보'라고 가정하면, 각각의 행차엔 뚜렷한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광해' 때에는 '대통령 당선'이라는 중차대한 목표가 있었고, '변호인' 때에는 '친노 부활'이라는 사명을 띠고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두 번째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개인적으론 재기에 성공했으나, 기타 친노 세력은 당권에서 철저히 밀려난 형국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어떨까? 여론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썩 나쁘지 않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9일 현재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47.8%의 지지를 받아 14%에 그친 박지원 의원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지율 반등이 '국제시장'의 영향이라곤 말하기 힘들다. '광해'와 '변호인'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활용한 성격이 역력했지만, '국제시장'은 주위 여론에 '등 떠밀려' 억지로 관람한 성격이 짙다.

    지난해 12월 26일 게재된 동아일보의 <문재인 선택은 ‘국제시장’ 대신 ‘님아…’>라는 제하의 기사를 살펴보면 크리스마스 이브, 문재인 의원이 어떤 영화를 볼지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력 당권 주자인 문재인 의원이 성탄절을 앞둔 24일 노부부의 일상과 죽음을 다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관람했다.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내려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봤다. 문 의원은 최근 호남을 방문하면서 당권 도전은 물론이고 2017년 대통령선거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의원은 어떤 영화를 볼지 막판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영화의 ‘메시지’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영화 ‘광해’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 지지층을 결집했고, 올해 초에는 5공 시절 공안사건인 ‘부림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영화 ‘변호인’을 관람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중략)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고 보수적 정서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를 굳이 볼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나왔다. 이런 의견이 문 의원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문 의원 측은 “크리스마스에 부부가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를 고르다 보니 ‘님아…’를 택하게 됐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 '국제시장'은 30일 오후 12시 누적 관객수 1,232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중 흥행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바타'를 제외하면 한국 영화 흥행 톱5에 해당하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제시장'에 대한 흥행 열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개봉 7주차에 들어선 지난 29일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한 '국제시장'은 지금도 일일 평균 1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제시장'의 장기 흥행에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 등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거물급 정치인들의 관람 행보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시장'이 △천만 문턱을 넘는 데에는 여야 중진들의 관람 행렬이 영향을 미쳤고, △한국 영화 흥행 톱5에 오른 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국제시장'은 개봉 초기, 허지웅 등 일부 영화평론가들의 집중 공격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순간이 있었다. '국제시장'을 두고 "박정희 시대를 미화한 영화"라고 호도한 이들의 주장으로 인해 '국제시장'을 舊시대적 이데올로기 영화로 치부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일부 영화 관련 게시판과 웹진에서도 '국제시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때 '관람 압박'에 시달리던 문재인이 국제시장을 보러 갔다는 뉴스가 타전됐다. "매우 좋은 영화"라는 후기를 남겼다는 소식과 함께….

    문 의원이 "국제시장을 보면 부모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추하자, 국제시장을 겨냥해 '반성이 결여된 어른들의 영화'라고 힐난하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심지어 '국제시장'에 대한 관람 열기에 "토가 나온다"는 막말을 퍼부었던 허지웅은 방송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는 산업화 세대의 인생역정을 그린 '국제시장'이 충무로 흥행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까지, 민주화 세대를 상징하는 문재인 의원이 일정 부문 기여를 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국제시장'의 흥행은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영화로 인한 '반사이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맞대결을 펼칠 박지원 의원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나타낼 뿐, 영화 관람 행보로 여론이 변화를 일으켰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국제시장 관람으로 '보수표'를 얻으려다, 예기치 못한 역풍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좌파 성향이 강한 '광해'나 '변호인'을 볼 때까지는 좋았다. 산업화 세대에 경의를 표하는 '국제시장'을 관람하면서 문재인 의원은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돼 버렸다. 이날 이후로 보수파에선 문재인 의원을 '정권 탈환을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로 바라보게 됐고, 좌파 진영에선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보수우파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회색분자'로 여기는 모습이다.

    회색분자(灰色分子)는 소속이나, 정치적 노선, 사상적 경향 따위가 뚜렷하지 아니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사상적 토대가 굳건하지 않은 인물에게 그 누가 쉽게 표를 던지려 하겠는가? 한 정치 관계자는 "유권자가 좋아할 인기영합주의만 좇다보면 언젠간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며 "문 의원의 너무나 가벼운 행보가 결국엔 스스로에게 자충수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 3년 간격으로 영화 '광해'와 '국제시장'을 두루 극찬한 문재인 의원의 행보는 그야말로 '광폭행보'다. 하지만 가랑이를 심하게 벌리면 언젠간 찢어지는 법. 일반 여론조사와는 달리 정치권에선 문 의원에 대한 지지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파와 좌파 모두에 욕심을 내다보니, 굳건했던 지지 기반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문 의원의 지지를 받은 '국제시장'은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쓰는 전대미문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화의 흥행사가 아니다.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재조명'이자, 그들이 뿌린 씨를 수확하기에만 급급했던 우리들의 통렬한 '자기 반성'이다.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박정희 시대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문 의원의 '광폭행보'는 역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보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폭제가 됐다. 좌파의 거두를 자임하는 그에게, 보수층의 '영역 확장'은 어느 정치 관계자의 말처럼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다.

    잠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여동생의 혼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덕수는 베트남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이때 덕수의 아내 영자는 "왜 당신은 당신을 위해서는 살지 않아요? 당신 인생인데, 왜 당신은 없냐고요"라고 다그친다.

    마치 오늘날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아버지들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키워냈다. 당신은 시커먼 탄가루를 마시면서도 자식에게는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심연의 굴을 파고 또 팠다.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전장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이런 아버지를 감히 '반동'이라고 꾸짖는 이들은 영화 '변호인'을 자랑스러운 자화상처럼 내세운다. 문재인 의원은 이 영화가 마치 자신의 영화인냥 시사회에 참석해 눈물을 쏟았다. '국제시장'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 정확히 1년 전의 일이다.

    '변호인'을 보고 흘린 눈물과, '국제시장'을 보고 흘린 눈물 중 어느 것이 진짜 그의 눈물일까? 당시 대변인은 이를 그림처럼 묘사해 문 의원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사회주의 공산혁명을 꿈꾸었던 민중봉기 세력은 "자신들은 사실 민주화 투쟁의 주역이었다"며 고개를 뻗뻗히 들고 다닌다. 이들 외에도 많은 좌파 세력이 '변호인'의 흥행돌풍을 자신들의 승리처럼 여기고 있다. '변호인'의 천만관객 기록. 이것은 반미좌경(反美左傾) 사상을 미화한 영화를 '천만 이상'의 국민이 관람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좌경 사상'이 다수의 국민 정서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매스미디어가 좌파 세력에 휘둘리는 요즘 시대에 영화 '변호인'의 성공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산업화의 주역들은 그저 입술을 질끈 깨무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세대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 자식을 위해 다리 한쪽을 내줬건만, 지금껏 '잘했다' '수고했다'는 칭찬 한 마디 들은 적이 없었다.

    "정말 힘들었다"고 피눈물을 토해도 이를 동정하거나 가여워하는 이들도 없었다.

    이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땀을 흘렸던가?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걸까?

    영화 '국제시장'은 이들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웠다고, 존경한다고 고백하는 영상메시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너무나 사랑했노라고 고백하는 러브레터다.

    영화 '변호인'을 넘어서고 '광해'마저 제친 '국제시장'의 흥행지표는 우리나라가 이제서야 '제 자리'로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광해'를 제작-배급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CJ는 영화 '명량'과 '국제시장'을 흥행으로 이끌면서, '사업보국(事業報國)'으로 대표되는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회복했다.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아버지 세대'에 경의를 표하지 못했던 '철부지 아들'들은 드디어 '고마움'이란 단어의 참 뜻을 알게 됐다.

    건전하고도 보수적인 가치가 문화 콘텐츠의 중심에 자리잡는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딱한 인물도 있다.

  •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이 왜 (노무현 정부를) 부산 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지난 광주·전남지역 대선 경선에서 시민과 당원들이 민주당 후보로 선택해 준 순간부터 나는 '호남의 아들'이 됐다.

    (저는) 함경남도 입니다, 함흥의 아들입니다.

    경남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아쉽다. 호남 인사를 (총리로) 발탁했어야 했다.


    '광해'와 '변호인', '국제시장'을 넘나들며 '脫이데올로기적' 행보를 보이는 그에게도 '지역감정' 만큼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인가 보다.

    그는 알고 있을까? '국제시장' 흥행으로 샴페인을 터뜨릴 사람은 따로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