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대변인… 공개재검증 권유할 생각 없나
  • ▲ 지난 29일 서울대병원에서 차남의 병역 관련 공개검증을 실시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표 왼쪽)와 지난 2012년 2월 22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장남의 병역 관련 공개검증을 실시한 박원순 서울시장.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지난 29일 서울대병원에서 차남의 병역 관련 공개검증을 실시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표 왼쪽)와 지난 2012년 2월 22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장남의 병역 관련 공개검증을 실시한 박원순 서울시장.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차남 이모 씨의 병역 관련 공개검증이 실시되던 29일 오후 혜화동 서울대병원. 메신저 등을 통해 날아든 기자회견문을 본 각 매체의 국회출입기자들은 일제히 탄식했다.

    기자들을 탄식하게끔 만든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국회 국방위 소속으로 새정치연합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으로 선임돼,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본인 및 차남 병역 문제에 대한 검증을 맡는다고 예고된 바 있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공개검증이 진행되고 있던 바로 그 시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공개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인데, MRI·X-레이를 찍는다 해도 현재의 다리 상태를 보여줄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2005년 신검을 받았을 당시의 다리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5년 2월 미국 미시간대학, 그리고 7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촬영했다는 MRI 사진이 중요하다"며 "당시 이 기록을 가지고 병무청에서는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차남의 십자인대 파열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기자들을 탄식하게끔 만든 것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당시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브리핑룸에서는 이미 진성준 의원이 "중요하다"고 지목한 2005년 2월 미시간대학과 7월 분당 서울대병원 MRI 사진을 모두 공개검증한 뒤였다.

    이명철 서울대 의대 교수(정형외과)는 해당 사진들을 본 뒤 "전방십자인대의 전형적인 완전파열으로 상당한 불안정성이 관찰된다"며 "내외측 연골판도 손상돼 있기 때문에 100% 수술을 권하는 상당히 중한 경우"라고 밝혔다.

    나아가 "전방십자인대 완전파열이 (신검 기준상) 5급이라고 한다면, 그 판단을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완전파열로 5급"이라며 "뼈의 좌상까지, 아주 전형적인 전방십자인대 완전파열 소견"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이 경우는 연골판이 퇴행돼 관절염이 굉장히 빨리 올 수 있기 때문에, (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는 것이 정당하냐는 질문이라면, 매우 정당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까지 확언했다.

    혹시 신검 기준상 4급 사유가 되는 '전방십자인대 부분파열'로 볼 여지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MRI 소견상 전형적인 완전파열"이라며 "그것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의학에 관해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진성준 의원이, 이미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 의해 규명이 끝난 부분을 국회에서 '뒷북' 문제제기한 셈이다. 도대체 진 의원은 무슨 근거로 "2005년 차남이 신검을 받았을 당시, 십자인대 파열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는지 궁금해진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앞서 28일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을 소개하면서 '진남매'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진남매'란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으로 임명된 진성준·진선미 의원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그러면서도 우윤근 원내대표는 "무턱대로 인신 비난이나 정치 공세, 흠집 내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근거를 가지고 국정 전반에 대한 안목이나 정책에 대해서 소홀함이 없도록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조차 전에 벌써 진성준 의원의 행태가 가관이다. "철저하게 근거를 가지고 검증하겠다"는 우윤근 원내대표의 발언과는 백만 광년 이상 떨어진, 무책임한 정치 공세와 흠집 내기의 전형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을 했던 진성준 의원은 당시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가족을 근거 없는 음해와 흑색선전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장남의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인한 병역 면제에 대해 공개검증을 실시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며 재검증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금이라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 재검증을 권유할 생각은 없는지 진성준 의원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