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내 ISIS 지부 16개, 파키스탄 탈레반은 ISIS 조직원 1만여 명 모집키로
  • ISIS가 '호라산 지역'에까지 세력을 넓혔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파키스탄 탈레반(TPP)과 직접 연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진은 ISIS에 충성맹세를 한 파키스탄 탈레반. ⓒ파키스탄 탈레반 선전영상 캡쳐
    ▲ ISIS가 '호라산 지역'에까지 세력을 넓혔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파키스탄 탈레반(TPP)과 직접 연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진은 ISIS에 충성맹세를 한 파키스탄 탈레반. ⓒ파키스탄 탈레반 선전영상 캡쳐

    테러조직 ISIS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동맹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 반 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터키에 이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북부까지 노리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28일(현지시간), “우리 IS(이슬람 국가)의 세력권이 ‘호라산(Khorasan)’ 지역까지 넓어졌다”는 테러조직 ISIS의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 아드나니’의 주장을 전했다.

    테러조직 ISIS는 ‘호라산 지역’의 책임자로 ‘하피즈 사이드 칸’을 임명한다는 음성 메시지도 선전용 트위터에 올렸다고 한다. ‘하피즈 사이드 칸’은 ‘파키스탄 탈레반(TPP)’ 지휘관 출신으로 2014년 탈퇴 후 ISIS의 파키스탄 책임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호라산’은 “떠오르는 태양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페르시아 어로, 이란 북동부에 실제 있는 지역명이다. 하지만 ISIS가 말하는 ‘호라산’에는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서북부 지역까지 포함된다. DPA 통신은 “ISIS가 말한 ‘호라산’에는 이란 일부와 중국 신장 일대까지 포함된다”고 전했다.

    ISIS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중동을 넘어 남아시아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이미 2014년 10월 파키스탄 북서부 5개 지역의 탈레반 지휘관들이 ISIS에 대한 충성맹세를 했고, 지난 1월 21일에는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지역의 탈레반 지휘관 ‘압둘 라우프 카딤’이 ISIS로 전향했기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무슬림 테러조직들도 모두 ISIS의 지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호라산이라는 지역은 현재 이란의 한 지역이기도 하나 과거 무슬림 제국의 이름이기도 하다. ⓒ과거 호라산 제국의 영토-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호라산이라는 지역은 현재 이란의 한 지역이기도 하나 과거 무슬림 제국의 이름이기도 하다. ⓒ과거 호라산 제국의 영토-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이 같은 소식에 가장 경악하고 있는 나라는 인도다.

    북서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ISIS가 활동을 시작하면, 캬슈미르 지역의 ‘불안한 휴전’ 상태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불안은 기우가 아니다.

    인도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 가량인 1억 7,000만 명에 달한다. 인도에서 독립한 파키스탄, 여기서 떨어져 나온 방글라데시와 가까운 인도 서북부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인도 서북부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는 무슬림 인구는 4억 5,000만 명으로 전세계 무슬림의 30% 가량 된다. 이들 대부분이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데오반디즘’을 따른다.

    일부 무슬림 세력은 인도 내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ISIS의 활동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로 드러난 적도 있다.

    2014년 5월 뭄바이 인근에 살던 20대 청년 4명이 ISIS에 가담하려 이라크로 몰래 들어간 바 있고, 12월에는 식품회사 엔지니어로 일하는 24세 남성이 테러조직 ISIS를 지지하는 트윗 수십만 건을 올렸다 체포되기도 했다.

    때문에 인도 당국은 ISIS가 ‘호라산 지역’을 통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 인도의 반국가 시위에 등장한 ISIS 깃발. 인도 정부는 ISIS의 세력 확장에 긴장하고 있다.다. ⓒ유튜브 영상 캡쳐
    ▲ 인도의 반국가 시위에 등장한 ISIS 깃발. 인도 정부는 ISIS의 세력 확장에 긴장하고 있다.다. ⓒ유튜브 영상 캡쳐

    ISIS가 ‘호라산 지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테러 위험권’은 이라크, 시리아를 넘어 터키,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서북부까지 넓어지게 된다. ISIS가 처음 이라크와 시리아를 침공했을 때 인터넷에 뿌린 ‘허황된 지도’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그래도 터키는 안전하지 않을까”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 언론에는 잘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터키 내부의 ISIS지지 세력은 규모가 적지 않다. 특히 대학생 등 20대 가운데서 ISIS를 지지하는 세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9월 하순, 터키 이스탄불의 한 대학에서는 ISIS를 지지하는 학생들과 이를 비난하는 좌파 학생들 간에 유혈충돌이 발생, 40여 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외신들은 “이스탄불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테러조직 ISIS를 지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이 사건이 단순한 학내 충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실제 터키 내부에는 테러조직 ISIS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넘쳐나고 있다. 터키 집권여당이 수니파 살라피즘 실현을 추구하며, 세속주의를 벗어나려고 군부와 대결 중인 ‘정의개발당(AKP)’이라는 점도 ISIS지지 세력들이 거리낌없이 나서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월 10일 터키 남동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사라진 ‘김 군’이 SNS를 통해 접촉한 하산이 터키의 ISIS 지부 간부라는 것도, 이런 터키 내부 상황을 이해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터키 내부에는 ISIS의 지부가 16개 있으며, 터키인 1,000여 명이 이미 ISIS에 가담해 싸우고 있다고 한다.

    일부 외신들은 ‘정의개발당’과 군부 간의 갈등 등 터키의 정정불안과 국민들의 생활 불안 등으로 터키에서 ISIS 지지 세력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 터키 앙카라 대학교 내에서 벌어진 소요사태. 테러조직 ISIS를 지지하는 세력과 사회주의 성향 세력 간의 충돌이었다. ⓒ라잇나우 캡쳐
    ▲ 터키 앙카라 대학교 내에서 벌어진 소요사태. 테러조직 ISIS를 지지하는 세력과 사회주의 성향 세력 간의 충돌이었다. ⓒ라잇나우 캡쳐

    파키스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인도 정부가 긴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2014년 말 현지 언론들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의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ISIS를 위해 1만 명에서 1만 5,000여 명의 조직원을 모집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쫓겨난 탈레반 소수세력과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던 수니파 군소 테러조직 17개가 결합한 파키스탄 탈레반은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있던 2011년 초까지만 해도 알 카에다를 지지하며, 곳곳에서 파키스탄 정부와 서방 국가 공관, 여학교, 복지시설 등을 공격했다.

    하지만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이 美특수부대에 의해 사살 당하고, 이후 지도자인 뮬라 오마르의 행방이 묘연해 지면서 활동이 줄어들었다.

    지도부가 사라지고 3년 동안 헤매던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슬람이 다스리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실제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한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나타나자 열광했다. 이후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스스로를 ‘칼리프’라고 선언하며 충성맹세를 요구하자, 이에 따르게 됐다는 것이다.

    ISIS가 출현한 뒤 파키스탄 탈레반은 과거 알 카에다를 지지할 때보다 더욱 과격한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12월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州의 군 부설학교 테러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정부군의 군복을 입고 군 부설학교를 습격,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총격을 가했다. 이 테러로 140여 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을 입혔다. 테러 당시 파키스탄 탈레반은 여성과 열 살 미만의 어린이를 향해 조준사격을 가하거나 ‘처형’을 했다고 한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공식적으로 밝힌 테러 이유는 “파키스탄 군부가 우리 가족을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서구식 교육을 받는 이단자들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신념을 가진 파키스탄 탈레반이 본격적으로 ISIS를 위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현지에서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밝힌 것이다.

    중앙아시아 지역도 안전하지 않다. 코카서스 산맥 일대를 주 무대로 하는 무슬림 테러조직들도 ISIS를 추종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출신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가운데 IMU(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 소속 테러리스트들은 2010년 서울 G20 회의를 노리고 한국으로 침투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ISIS가 이들까지 흡수하면, 다음 목표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신장-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을 억압해 왔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무슬림 독립 세력이 인도 북부와 중앙아시아를 통해 ISIS와 연계하면, 중국은 ‘힘든 전쟁’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

  • 테러조직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침공할 당시 온라인에 뿌린 지도. 당시 ISIS는 "향후 목표"라고 설명했다. ⓒISIS 배포 사진 캡쳐
    ▲ 테러조직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침공할 당시 온라인에 뿌린 지도. 당시 ISIS는 "향후 목표"라고 설명했다. ⓒISIS 배포 사진 캡쳐

    한편, 현재 ISIS와 관련된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에게 ‘압력’을 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에게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나마 세속주의 세력인 터키와 파키스탄 군부까지 서방 진영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테러조직 ISIS의 궁극적 목적은 ‘알라가 지배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을 서방 국가, 그리고 ‘신정일치 국가’를 부정하는 ‘베스트팔렌 체제’로 보고 있다. 

    때문에 ISIS를 이대로 놔두면, 결국 전 세계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신정일치’를 추구하거나 전체주의를 지지하는 나라들로 나뉘어 전쟁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