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운찬 견제에 세종시 수정안 반대" vs 靑 "대선 지원유세 때 충청도민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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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조선일보DB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조선일보DB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최근 발간된 회고록에서 "지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한 게 당시 정운찬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MB가) 얘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 내용이다.

    "세종시는 2007년 당시 대선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에는 후보자죠)이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부서에 지원을 요청을 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유세를 하면서 충청도민께 수십 번 약속을 한 사안이다. 여러 차례 보도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2005년인가? 여야가 국토균형발전 문제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항이고, 그 이후에도 당이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이후에 세종시 (문제를)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었다.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인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문제를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 그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과연 나라와 국민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신 신뢰를 버릴 스타일이 아닌 것을 (기자) 여러분이 잘 알고 있지 않느냐."


    회고록에서 언급된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돈거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놀랍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남북 대화를 비롯해 외교 문제와 관련해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북한으로부터 비밀 접촉 제안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제가 아는 한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은 투명하게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의문를 제기했었다.

     

  •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조선일보DB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中


    이명박 전 대통령은 또 박 대통령이 당시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 때 반대 토론에 나선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 토론에 나서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우리 정치권과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지난 2009년 북측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거절했던 사안과 관련해선 "북한은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기남 당시 북한 노동당 비서 등 조문단이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조문단이 돌아간 직후인 8월 28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보내왔지만 쌀과 비료 등 상당량의 경제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회고록을 통해 에둘러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선 전·현직 대통령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진영의 갈등이 최근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데, 각종 현안을 놓고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신경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