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재건술 시행 흔적 뚜렷"… 병역 면제 의혹 여지 없어
  •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차남 이모 씨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병역 관련 공개 검증에서 MRI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차남 이모 씨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병역 관련 공개 검증에서 MRI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방십자인대 완전파열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의 차남이 29일 오후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공개 검증에 임했다.

    이완구 후보자의 차남 이모 씨는 입회한 시민단체와 취재진의 요구에 '두 번 공개검증'에 임하는 등 병역 면제 사유 검증은 엄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내 의학역사문화원 제1회의실에 차려진 브리핑실에 입장한 정장 차림의 이 씨는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서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다"며 "오늘 촬영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이명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정형외과)에게 과거 미시간대학과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제출했다.

    해당 사진들은 이 씨가 미국 유학 시절 축구를 하다가 2004년 10월 셋째 주에 부상을 당한 뒤, 각각 2005년 2월(미시간대학)과 7월(분당 서울대병원)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을 전달받은 이명철 교수는 "MRI 상으로 볼 때 아주 전형적인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이라며 "견골이 대퇴골에 비해 팽팽하지 않고 상당히 앞쪽으로 밀려 있다는 것을 볼 때, 직접 진찰하지는 못했지만 무릎이 흔들거렸을 것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분파열'로 볼 여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명철 교수는 "정형외과 의사라면 누가 봐도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이라며 "MRI 소견상 전형적인 완전파열이라는 것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병역법상 '십자인대 부분파열 또는 보존적 치료로 불안정성을 보이는 경우'는 4급(보충역, 이른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으며, '십자인대 완전파열 또는 재건술을 받은 경우'는 5급(제2국민역, 이른바 면제) 판정을 받는다.

    이 씨는 2005년 12월 미시간대학에서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았기 때문에, 면제 처분에 의혹의 여지는 없어진 셈이다.

    이날 오후 이 씨가 서울대병원에서 직접 촬영에 응한 X-레이 사진도 병역 면제 처분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 ▲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 차남의 단순방사선사진(X-레이)을 이명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해설하고 있다. 단순방사선사진 상에 나사못이 나타나는 등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시행의 흔적이 뚜렷하다. 병역법상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으면 5급(제2국민역, 이른바 면제) 처분을 받게 된다. ⓒ 사진공동취재단
    ▲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 차남의 단순방사선사진(X-레이)을 이명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해설하고 있다. 단순방사선사진 상에 나사못이 나타나는 등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시행의 흔적이 뚜렷하다. 병역법상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으면 5급(제2국민역, 이른바 면제) 처분을 받게 된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씨가 촬영한 X-레이 사진을 전달받은 이명철 교수는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할 때 대개 자기 무릎의 굴곡근을 사용하는데, 뼈 바깥쪽에 실을 걸고 고정을 하는데 사용했던 못이 보인다"며 "정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이 X-레이 사진을 보면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한 흔적과 이식물까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검증장은 소란에 휩싸였다.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국민감시단 등 배석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일부 취재진이 "이완구 후보자의 차남이 오늘 MRI 촬영을 하지 않고 X-레이 촬영만 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계속된 문제제기에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던 이 씨가 결국 차를 돌려, 서울대병원으로 되돌아와 MRI 촬영에 응하기로 하면서 혼란은 수습됐다. 역대 공직후보자의 자녀 병역 관련 검증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는 공직자도 아닌 자녀가 스스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MRI 재촬영 과정에 동행·입회한 취재진에 따르면, 시민단체 관계자가 이른바 'MRI 사진 바꿔치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커를 붙이는 과정에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자, 이 씨는 "괜찮다"며 "여기서 의혹이 남는 것은 나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여 후에 있은 MRI 촬영 결과 브리핑에서도 결론은 동일했다.

    이 씨의 MRI 사진을 전달받은 이명철 교수는 "X-레이 촬영을 보면서 예측했던 수술이 이뤄진 것을 확실히 MRI 사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전방십자인대에 대한 재건 수술이 이뤄졌고, 내외측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돼 봉합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이명철 교수는 "내측 봉합 수술은 대단히 잘 이뤄진 반면 외측 봉합 수술은 부분적으로 파열이 남아 있다"며 "회전불안정성이 남아 있어 부상 전 레벨의 활동으로 복귀하지는 못할 수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차남이 이날 병역 면제 사유에 대한 공개 검증을, 그것도 시민단체와 취재진의 요청에 의해 두 차례나 행함에 따라 이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남은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검증 여론이 잇따르자 지난 2012년 2월 22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MRI 촬영을 통해 '공개 검증'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MRI 사진이 박 시장의 장남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재검증이나 재촬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