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웃으며 칼을 갈자!
    궁민(窮民)의 군대에 관심과 격려를...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어려서 자주 듣던 얘기 한 토막.
    어느 집 담 밖에서 도둑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황급히 “도둑이 담 밖에 있어요”
    아버지가 하는 말 “담만 넘어 봐라!”
    이어지는 대화 내용이다.
    - 아들 : 담을 넘었어요.
    - 아버지 : 방에 들어오기만 해 봐라.
    - 아들 : 방에 들어왔는데요.
    - 아버지 : 물건을 가져가기만 해 봐라.
    - 아들 : 물건 가지고 나가요.
    - 아버지 : 다시 오기만 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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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어린 ‘최고 돈엄(豚嚴)’이 쉰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네다!”고
주절거린 이후, ‘최고위급 회담’에 목을 매고 여러 가지 보은(報恩) 방책을 미리 서둘러 발표했다. ‘최고 돈엄(豚嚴)’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영도자(永盜者)의 입맛에 맞을 만한 세트 메뉴를 내놨다.
 
하지만, ‘X주고 뺨 맞는다’는 말대로
“북남 관계에서의 대전환과 대변혁을 가져오기 위한 역사적 제안들에 대해
(남한)당국이 계속 도전할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릴 것”(1월 25일)이라는
어마어마한 협박만 받고 있다. 어이가 없다. 
물론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하다만,
근래에는 개와 돼지의 합성이라 그런지 좀 틀린다. 이유 없이 왈왈 꿀꿀대다가
제풀에 꼬랑지를 내리는 일이 없이, 하다 못 해 오줌이라도 갈긴다. 

헌데 이런 협박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이라는 분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되, 남북관계 진전 시 군사적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
(1월 26일)이라고 밝혔단다.
“군사적 지원 방안”... 이건 또 무슨 김칫국?

국군통수권자께 “정부의 통일정책을 군사적으로 뒷받침 하겠다”고
새해 업무보고를 해서 그런가, 공식 논평이니까 의연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다” 이건 가?  
“적(敵)이 도발하면 그 원점과 지원세력, 그리고 지휘세력까지 타격 응징하겠다”고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은 슬그머니 접었나 보다. 

허긴 자랑스럽기만한(?) 궁민(窮民)의 군대가 요즘 계속해서 언론에 뜨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칼을 갈 처지도 못 되는 듯한데... 뒤룩뒤룩 몸매에 그 쌍판떼기 하고 곱디고운 국군통수권자가
마주 앉을 기회 만드는데 의미 있는 역할, 즉 ‘통일정책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려고
단단히 맘을 고쳐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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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서해NLL을 침범한 북녘 경비정을 향해 최첨단 유도탄 고속함이 격파사격을 하던 중
    포탄 장전이 불발되더니, 올해는 함포 포탄 오작동 사고가 발생해 우리 수병(水兵)이 중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방산비리 합수단’이 출범한 지 불과 며칠인데, 현역 대령이 방산업체에 취업을 청탁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전방의 여단장과 그 부하가 여군을 성폭행 및 성추행하는가 하면,
    병영 내에서 연속적으로 자살사건이 들려온다.
    탈영병이 엄마를 죽이고 불태우는 사건이,
    그렇지 않아도 짜증 많은 궁민(窮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새해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근본을 바로세우겠다”는 말은
    그저 ‘다시 한 번 해 본 소리’인가?

    북녘 영도자(永盜者)에게 먼저 내민 ‘세트 메뉴’도 그렇고, ‘통일정책을 군사적으로 뒷받침’도,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근본’도 궁민(窮民)들에게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러다가 또 다시 ‘벼르고 벼르다가 당하고 나서 또 벼르기만’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