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 주연의 MBC '킬미힐미'와 현빈이 주연을 맡은 SBS '하이드 지킬, 나'가 수목극 대전을 펼치고 있다. '킬미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는 다중인격이라는 비슷한 소재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인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원작자인 이충호 작가가 '킬미힐미'의 작가인 진수완 작가를 향해 '자신의 웹툰을 표절 했다'고 주장하며 맹공격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지성이 맡고 있는 주인공 차도현(신세기 등)역할이 원래는 현빈과 이승기에게 갔었으나 이 두 배우가 고사하면서 지성이 결국 차도현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현빈은 같은 시간대 드라마 중 '킬미힐미'를 버리고(?) '하이드 지킬, 나'를 택하게 됐는데 그 배경에 대해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지성이 열연하고 있는 '킬미힐미'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매회마다 시청률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빈이 선택한 '하이드 지킬, 나'의 경우에는 지난 주 방송된 1,2회 방송분 그리고 어제 방송된 3회 모두 '킬미힐미'에 시청률 경쟁에서 패한 상황.

    현빈은 왜 '킬미힐미'를 고사했을까.

    일단은 '킬미힐미'에서 묘사해야 하는 7개의 인격이 웬만한 배우가 소화해 내기 부담스러울 만한 설정인 것은 분명하다. 한가지 성격을 소화하고도 '발연기 한다', '연기력 떨어진다' 등의 혹평을 듣기도 하는 상황에서 한 드라마에서 7개의 인격을 연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설정은 아니라는 것. 때문에 현빈이라는 배테랑 연기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상황 설정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킬미힐미'에는 본래 인격 차도현과 거칠고 충동적인 신세기,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폭탄전문가 페리 박은 또 유머머스 한 모습을 표현해 내야 하고 ,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게다가 여자아이의 인격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지성은 이 7개의 인격을 자유자재로 묘사해 내고 있어 호평 세례를 받고 있고, 일각에서는 '미친연기'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인격이 변하는 극단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라인에서 조금도 이상하거나 극단적인 설정이라는 느낌없이 개연성을 갖고 매 에피소드가 전개되고 있다.

    이제 반해 '하이드 지킬, 나'는 상당히 뻔한 구도로 전개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일 뿐이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현재까지도 전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장르이기는 하지만 '하이드 지킬, 나'는 다소 진부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재벌 2세와 한 여인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 흔히 봐왔던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와 순정적인 여자의 삼각관계 스토리 라인이 주를 이룬다. 그 이중적인 성격이 한 인물에 다 들어갔다는 설정 말고는 흔히 보아보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현빈이 '킬미힐미'에 맨 처음 캐스팅 됐을 때는 분명 그 대본을 일부분 혹은 전부분 받아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킬미힐미'가 아닌 '하이드 지킬, 나'를 선택했다. 현빈의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소속사 등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일까.

    배우 현빈은 '시크릿가든'의 폭발적인 인기 직후 군입대를 했고 역린 등의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입대 직전의 인기와 화제에 대적하는 대표작을 발굴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빈이 연기파 배우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빈이 '시크릿가든'의 까칠하면서 다정한 김주원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하이드 지킬, 나'를 '킬미힐미' 대신 선택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연기파 배우로서의 발전이 없어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시각도 있다. '킬미힐미'라는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7개나 되는 인격을 모두 표현해 버리면 해당 배우의 차기작은 어떤 드라마가 되더라도 다소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배우라는 그 인물에서 가지처럼 뻗어나올 수 있는 여러 인격들을 이미 다 봐버려서 더이상 그 어떤 캐릭터도 신선하게 다가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다. 한마디로 한 드라마에서 너무 많은 이미지 소모를 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빈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택한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옳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지성이라는 배우는 더이상 궁금할 게 없고 현빈에게서 나올 수 있는 다른 남은 캐릭터들을 시청자들은 기다리게 될수도 있는 것이다. 현빈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그 결과는 지금 당장 시청률면에서만 판단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성 또한 그 안에는 훨씬 더 많은 캐릭터들이 숨쉬고 있어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연기의 세계의 펼쳐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의 입지는 최종적으로 '킬미힐미'의 주인공을 거머쥔 배우 지성의 승리로 비춰지는 것은 사실이다.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장기적으로 두 배우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