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전준위는 중립적 기구… 차기 지도부 정치적 부담 덜겠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공천 관련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한다. 2·8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가 선출될 예정인데 굳이 그 전에 공천 룰 개정을 전준위에서 서두를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은 28일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조정식 사무총장,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대준비위와 정치혁신위가 준비하고 있는 공천 룰 개정안을 소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선 선거일 1년 전에 미리 공천심사기준과 경선방법을 확정하도록 당헌 108조에 못박기로 했다. 지역구 공천에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할 경우, 현행 당규상 당원 비중을 50%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국민 60% 이상, 당원 40% 이하로 변경하기로 했다.

    김성곤 위원장은 "'당권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가 우리 당의 철학"이라며 "공직자인 국회의원을 뽑는데 당원 50% 이상이라는 것은 우리 당의 철학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국민의 퍼센테이지(비율)를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급히 공천 룰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새 지도부가 누가 되든지 경선 룰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당내에 분란이 예상된다"며 "전준위는 각 계파별로 고르게 안분돼 있는 중립적 기구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을 (전준위에서) 정리하는 게 차기 지도부가 정치적 부담을 덜고 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동석한 원혜영 혁신위원장도 "공천의 원칙과 기준을 1년 전까지 확정한다고 하면,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더라도 총선 1년 전인 금년 4월까지 확정해야 한다"며 "경선 룰 결정을 위해 세부적·전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로부터 직접 당권을 위임받지 않은 임시 기구인 전대준비위가 공천 룰 개정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대표 경선에서 양대 유력 후보인 박지원·문재인 후보가 공천 개혁에 관해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준위가 "차기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나서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노(非盧) 진영을 중심으로 이미 구체적인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박지원 당대표 후보 측의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전준위의 총선 공천 룰 개정 추진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전준위가 본분을 다하지 않고, 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총선 공천 룰에 대해 결정하겠다는 것을 보면서 '남의 흉내를 내려다 자기 본래의 것까지 잃어버린다'는 뜻의 한단지보(邯鄲之步)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주승용 최고위원 후보도 27일 "(전준위의 공천 룰 개정 추진은) 특정 당대표 후보의 당선을 미리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개정 공천 룰은 원외 지역위원장과 정치 신인들에게 불공정하고, 조직력을 갖춘 특정 계파 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승용 후보는 "총선 공천 룰 개정은 새 지도부에 넘겨야 한다"며 "새 지도부 출범 직후 '상향식 공천제도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당 안팎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직후보자에 대한 심사기준과 경선 방법은 선거일 120일 전까지만 확정하면 된다.

    원혜영 위원장이 "1년 전인 올해 4월까지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차기 지도부가 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말한 것은, 전준위의 개정안에 이를 120일 전에서 1년 전으로 앞당기는 내용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애초부터 전준위에서 건드리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일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내 반발이 예상되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성곤 위원장은 "우리 생각으로는 최적의 시안을 만들었다"면서도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서 항목별로 설명을 하되, 차기 지도부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인 항목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전준위는 29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회의원·지역위원장·지자체장·상임고문·당무위원 등 당의 중앙위원급에 해당하는 주요 당원들을 모아 공천 룰 개정을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당원들이 모이는 자리가 마련됨에 따라 오히려 공공연히 파열음이 터져나올 '멍석'을 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