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중 절반이 연봉 1억 육박..고액연봉자들, '임금인상' 목청 높여


  • KBS 5개 노조가 또 다시 시청자를 볼모로 한 파업 투쟁에 나설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KBS본부, KBS방송전문직노조, KBS자원관리노조, KBS공영노조 등 5개 노조는 현재 조합원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KBS 5개 노조는 28일까지 투표를 진행, 찬성표가 재적 인원의 과반을 넘을 경우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 KBS 5개 노조, 유례없는 연대투쟁 모의


    KBS 내 5개 노조가 동시에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방송가에선 이번 투표가 올해 '언론 춘투(春鬪)'의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노동조합 등 사내 노동조합과 연대해 2014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공동교섭, 공동파업절차에 돌입하기로 지난 12일 합의했다. 이들은 "조대현 KBS 사장은 적자를 내지 않겠다는 욕심에만 사로잡혀 임금 삭감안을 제시, 임금 협상을 결렬시키고 해를 넘겼다"며 파업의 원인과 책임을 사측에게 떠넘겼다.

    지난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공개 항명'을 시발로 제작거부와 파업에 돌입, 기어코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이끌어낸 KBS 노조는 여세를 몰아 올해에도 '경영진과의 싸움'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해 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석한 노보 시리즈 좌담에서 "KBS노동조합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15년 중요한 싸움을 앞두고 동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길환영 사장을 내쫓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몰아치면서 '양대 노조 연대'의 파괴력을 실감한 KBS노조는 ▲임금협상 ▲본부장 신임투표 ▲새 사장 선임 등 올해 산적한 각종 현안에서도 동일한 시너지 효과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은 이를 위해 양대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양대노조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이미 실시 중인 '공동 공방위'의 틀을 노사교섭의 전 영역으로 확대할 것을 지난 14일 '위원장 서신'에서 제안했다.

    ◇ 방송사 노조,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제2노조)는 일선 기자와 피디들이 주축으로 이뤄진 노조로 KBS 내에서 가장 강성이자 규모가 큰 집단이다. 일명 공정방송노동조합으로 불리는 KBS노동조합(KBS 제1노조)과 간부(보직이 없는 1급)들이 주로 포함된 KBS공영노조(제3노조)는 부장급 이상 관리직 직원들이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는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연대 투쟁에 나선 이들 양대 노조는 올해 역시 '공동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방송독립, 근로조건 개선 등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우자"는 제2노조의 러브콜을 제1노조가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다.

    한국노총 계열인 제1노조가 민주노총 계열인 제2노조와 연합 전선을 구축한 가운데, KBS노조는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표면적인 명분은 '임금 인상안' 관철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영진을 전방위로 압박, KBS의 경영-보도 방침을 노조 입맛대로 휘두르겠다는 속내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도권은 당연히 민주노총 계열인 제2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쥐고 있다. 제2노조의 입김이 센 KBS가 지난 연말부터 '2015년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노조 상위 기관인 민주노총의 투쟁 방침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말 직선제로 선출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일찌감치 '4월 총파업'을 선언, 박근혜 정권을 겨냥한 총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선거운동 당시 "자신을 선택하는 것은 총파업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한 위원장은 27일 '노동과 세계'와의 인터뷰에서 "총파업이라는 세 글자 안에 우리의 미래를, 희망을, 운명을 다 걸겠다"며 파업 성사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투쟁은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며 "분풀이나 하는 투쟁을 하자고 나선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위원장으로서)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총파업 성사'에서 찾고, "투쟁하는 조직일 때에만 민주노총의 역할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그가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하는 조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보인다.

    파업의 명분과 구실 찾기에 혈안이 된 이들에게, 각종 현안이 즐비한 올 한 해 언론-방송가는 그야말로 좋은 먹잇감이다.

    ▲3월 연합뉴스 사장 선임, YTN 사장 선임, 방송 한미FTA 발효 ▲6월 경향신문 사장 선임 ▲8월 방송문화진흥회 출범 ▲9월 제10기 KBS이사회 출범, 제6기 EBS이사회 출범 ▲11월 KBS 사장 선임, EBS 사장 선임 등 올해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다수의 방송-언론사에서 인적쇄신이 이뤄질 전망.

    이에 따라 원하는 수뇌부를 앉히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과 함께, 상황에 따라 출근저지·파업·제작거부 등 다양한 노사 분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 KBS 총파업 투표, 언론 춘투(春鬪) 불 붙이나


    "다시, 큰 싸움 앞에 섰습니다. 2014년 사장은 바뀌었지만 방송독립, 공정방송은 여전히 2015년의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방송독립, 공정방송은 우리에게 오래된 미래, 숙명같은 싸움입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선동적인 문구로 점철된 권오훈 제2노조 위원장의 '온라인 서신'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올 한 해 어떠한 길을 걷게 되리라는 것을 극명히 보여준다. KBS는 제2노조를 중심으로 5개 노조가 연대 투쟁을 꾀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강경한 전선(戰線)을 구축할 태세다.

    상대적으로 강성 노조가 약화된 MBC에 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커진 KBS가 한 해를 총파업으로 시작할 경우, 3월부터 새 사장 선임을 기다리고 있는 여타 방송-언론사 역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를 공산이 커진다.

    KBS 직원 중 절반 가량은 연봉이 1억원에 달한다. 이런 고액 연봉자들이 6.6% 인상을 요구하며 또 다시 파업을 벌인다면 이를 지지하고 이해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해 2월 민주노총이 '국민총파업'을 하겠다고 나섰을때 이를 지지하는 여론은 거의 없었다. 철도와 의료계 진통이 모두 해소된 마당에 재차 총파업을 강행하려는 민주노총의 움직임은 내부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공기업 노조의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속내 역시 거부감을 일으킨 요소 중 하나였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 총파업을 시발로 연말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각 언론사 노조는 대체 언제까지 이같은 '파업 행사'에 들러리를 설 것인지 의문이다.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KBS의 총파업 찬반 투표가 '언론 춘투(春鬪)'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될지, 아니면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노조 탄생의 밑거름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사진 = 새노조 노보 / 언론노조 KBS본부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