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좌파 ‘시리자(ΣΥΡΙΖΑ)’, 36.34% 득표, 149표 얻어…"구제금융 절반 안 갚을 것"
  •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 ⓒ독일의 소리(DW) 방송 보도화면 캡쳐
    ▲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 ⓒ독일의 소리(DW) 방송 보도화면 캡쳐

    “그렉시트(Grexit)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 ΣΥΡΙΖΑ)의 선택 가운데는 없다.”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이 승리한 뒤 유럽 각국과 국제금융기구는 지난 5일 시리자 측이 내놓은 성명을 떠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리자’가 추진하는 공약 때문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렉시트(Grexit, Greece+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봐서다.

    ‘시리자’는 총선에서 36.34%의 지지를 얻어 전체 300석 의석 가운데 149석을 얻었다. 이에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그리스독립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하기로 했다.

    ‘시리자’의 총선 승리에 유럽 각국과 국제금융기구가 긴장하는 것은 ‘그렉시트’ 문제와 시리자가 내건 공약들 때문이다.

    ‘시리자’가 내건 공약의 큰 축은 구제금융 이후 시행했던 긴축재정 중단, 구제금융 채무 재조정, 그리스 재벌 개혁이다.

    ‘시리자’를 이끌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40세)’는 선거기간 동안 “현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는다며 시행한 긴축재정 정책을 중단하고, 유럽중앙은행(ECB)에게서 빌린 2,400억 유로(한화 약 291조 2,000억 원) 중 절반을 갚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리자’는 이를 위해 IMF(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ECB), EU와 채무 재협상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리자’는 주변국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 “유로존 탈퇴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유럽중앙은행에 가장 큰 자본을 대고 있는 독일의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렉시트’를 협상 수단으로 내세워 채무를 대폭 탕감 받으려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 EU, IMF는 ‘시리자’가 총선에서 승리하자 “채무탕감은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심상치 않은 그리스 내부 분위기에 긴장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즉각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밝힌 정책들이 마치 과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펼쳤던 정책을 떠올리게 해서다.

    치프라스 대표는 우선, 전기요금을 못 내 전기가 끊긴 가정에 무조건 전력을 재공급하고, 월 최저임금을 586유로에서 751유로로 올리며, 노사 간의 단체교섭협약을 부활시키고, 기업의 대량해고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그리스의 재벌 ‘올리가르히’가 소유한 언론, 국가조달, 부동산을 조사해 ‘개혁(국유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시리자를 지지하는 그리스 시민들이 내건 플랜카드. 체 게바라의 얼굴이 보인다. ⓒ국제좌파연대단체 LINK 화면 캡쳐
    ▲ 시리자를 지지하는 그리스 시민들이 내건 플랜카드. 체 게바라의 얼굴이 보인다. ⓒ국제좌파연대단체 LINK 화면 캡쳐

    이런 그리스 새 집권당의 움직임은 즉시 시장에 반영되었다.

    아테네 증시(ASE) 지수는 전일보다 3.2% 하락한 813.55를 기록했고, 피레우스 은행은 18%, 알파 은행은 11.59%의 주가가 빠졌다고 한다.

    유럽중앙은행의 매입 소식으로 사흘 동안 1% 넘게 내렸던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가격은 단 하루 만에 전일보다 0.68% 오른 9.09%를 기록했다고 한다.

    “구제금융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시리자에 가장 분노한 나라는 유럽중앙은행에 가장 많은 자본을 댄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총선 승리에 대한 축하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고, 독일 정부는 “시리자가 긴축정책을 중단하면 금융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독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유럽에서 ‘시리자’와 같은 극좌세력이 또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리자’와 거의 비슷한 노선을 가진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제 좌파세력들의 예측은 독일은 물론 다른 서유럽 국가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스의 ‘시리자’에 스페인의 ‘포데모스’까지 합세하면, 19개 유럽 국가들이 만든 ‘유로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