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국민사과 해야…응하지 않으면 당대표 되어 투쟁"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가 이미 야당 대표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최경환 경제팀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후보는 27일 오전 긴급 경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서민 증세 중단 △청와대·내각 경제팀 총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이 담뱃세 인상에 이어 연말정산 대란으로 서민과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털고 있다"며 "지난해 말 우리 당이 막아낸 주민세·자동차세의 인상을 다시 밀어붙이려다 국민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경제 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공약과 복지시리즈 공약으로 표를 모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에서 보면 모두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함께 경쟁했던 사람으로서 기만적 경제 정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서민 증세 중단과 함께 "최경환 부총리 한 명의 사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팀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경제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문재인 후보의 대정부 최후통첩 형태의 기자회견은 마치 야당 대표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평이다.

  •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상대로 ARS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박지원 후보가 당심(黨心)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상대로 ARS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박지원 후보가 당심(黨心)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특히 회견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초당적 경제 살리기에 협력하겠다"면서도 "끝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길로 간다면, 당대표가 된 뒤 '부자감세 서민증세 백지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당대표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 있은 취재진과의 문답에서도 △대통령과 경제 영수회담을 할 의향 여부 △경제팀 총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투쟁의 수위 △장외 투쟁도 가능한지 등이 언급되는 등 이미 야당 대표의 자세였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긴급 경제 관련 기자회견의 배경을 놓고 분분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야당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 표심 잡기를 앞두고 '대선 후보'였다는 자신의 격(格)을 다시 한 번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을 놓고) 함께 경쟁했던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나는 박지원 후보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했던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수도권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 측의 초조함이 일정 부분 투영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서 지난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대의원 985명과 권리당원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박지원 51.5% 문재인 31.9%,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박지원 47.7% 문재인 34.6%로 박지원 후보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새정치연합 2·8 전당대회 선거인단 중 대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권리당원 비중은 30%로 양자를 합하면 전체 선거인단의 75%에 달한다. 이러한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상대로 하는 당심(黨心) 조사에서 박지원 후보가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재인 후보 측이 초조함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