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교복나누기 운동'

    (대구=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복 한 벌을 샀는데 2만원도 안되네요"

    21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는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도 수백명의 시민이 줄을 섰다.

    유명 가수의 팬 사인회를 능가할 만큼 꼬불꼬불하게 늘어선 장사진은 바로 교복을 사기 위해 휴일 아침부터 나온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달서구청이 관내 중고교 졸업생들에게 기증받아 수선한 교복을 파는 `사랑의 교복나누기' 장터가 이 상가 지하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월성점에서 열린 것.

    장터는 오전 11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시민은 8시부터 줄을 섰다.

    엄청난 인파 덕에 30분 앞당겨진 개점 시간에는 지하 1층 장터 입구부터 계단을 거쳐 상가 밖으로 늘어선 줄이 주차장을 돌아 300m가량 이어졌고, 11시 반이 지나자 장터 안내 아르바이트생이 "상인중, 대구남중 다 팔렸습니다"고 소리치며 주민들에게 `매진' 소식을 알렸다.

    설렌 표정으로 교복을 고르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가득한 장터에는 달서구 30여개 학교의 교복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재킷은 5천원, 조끼와 치마, 바지 등은 3천원, 블라우스와 셔츠는 1천원, 넥타이는 단돈 500원.
    재킷과 조끼, 치마, 블라우스 두 장, 넥타이 등 여고생 동복(冬服) 한 세트를 사려면 근처 유명 교복점에서는 25만원 안팎의 돈을 내야 하지만 이날 장터에서는 2만원이면 충분하다.

    아침 10시부터 줄을 서서 12시께 교복을 산 이은경(44·여)씨는 "작년에 고등학생이 된 큰아들 교복을 24만원이나 주고 샀었는데 벌써 키가 자라 작아졌다"며 "오늘 5천원에 넉넉한 재킷을 샀다"고 기뻐했다.

    회색 교복 한 벌을 골라 계산한 예비 중1 최성환(14)군은 "재킷과 조끼, 바지를 다 샀는데도 1만1천원 밖에 안 들어서 기분이 좋다"며 거스름돈을 들고 활짝 웃었다.

    중1이 되는 쌍둥이 아들들의 교복을 5만5천원에 `해치웠다'는 40대 부부와 몸에 딱 맞는 재킷을 골랐다고 엄마에게 자랑하는 여고생의 얼굴에선 교복값에 대한 걱정과 부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달서구는 이날 교복을 판 수익금을 전액 저소득층 가정 학생의 교복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달서구 주민생활지원과 이선미 팀장은 "수선 자원봉사자들이 손이 모자라 쩔쩔맬 정도로 기증이 쏟아진 탓에 하복(夏服)은 아예 3월부터 따로 팔기로 했다"며 웃었다.

    이 팀장은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주변 교복 대리점 관계자도 팔을 걷고 나서 학교별 교복 분류를 도와주셨다"며 "앞으로도 교복 나누기 운동이 지역 사회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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