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문방조제 길을 달리다보면 광활한 대지, 석문국가산업단지가 있다. 2009년 착공하여 총면적 363만평(1200만㎡)으로 여의도 가용면적(약88만평)의 4배가 넘고, 국고 1조4000여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충청권 최대규모의 국가 산업단지이다. 작년 기반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이 난 상태이지만, 분양률은 21%에 불과하다. 입주계약을 체결했다가 입주를 포기한 업체가 지난해에 18개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총 513억원을 들여 추진키로 한 당진산학융합지구 마저 주관대학의 비리 문제로 늦춰지며 더 황량해 보인다. 이러한 지방산업단지의 미분양 문제는 당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반면 수도권인 화성 동탄산업단지는 산업용지 분양율이 94%에 이르며 130개 업체가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지금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방침에 열악한 지방경제를 붕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정치, 언론 등 사회 각계각층의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방의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수도권규제 완화에 다걸기(올인)하는 모양새다. 용산 미군기지 땅에는 50층 빌딩 8개동 뿐만 아니라 20층짜리 빌딩도 여러 동이 들어서고, 총 5조원의 민간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인천 등지에 1조원 규모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두군데나 건설한다고 한다.

    약 1백만평 부지에 동북아시아 경제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미래지식 산업단지(R&D) 및 국제업무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서울의 마지막 땅, 마곡지구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정책을 더 씌워주고 있다. 이 정도되면 기업과 자본은 지방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어진다. 유능한 인재가 열악한 환경의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할 이유가 없어진다. 인구의 지방 분산은 커녕 모든 자본과 인재, 기업은 물론 삶의 기회마저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또다시 대한민국의 블랙홀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내수확대 등 경제살리기의 마지막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수도권 규제만 완화하면 모든 규제를 푸는 실타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문제다.

    지난 2008년 정부가 지자체의 자율권을 확대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특례법’을 도입하면서 전국각지의 지방산업단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때에도 규제완화 차원이었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 확대를 요구하는 지방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거품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강원의 산업단지 면적이 56.7% 늘었고, 경남의 산업단지 수는 61% 폭증했다. 게다가 2009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부동산은 폭락하고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투자여력을 상실하게 된다. 유럽국가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게 된다. 공급은 폭증했으나 수요는 급감해 버린 것이다. 이는 곧바로 지방경제에 직격탄으로 날아왔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중앙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때문’이라는 면죄부를 얻게 된다.

    물론 자치단체 등 지방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지방경제에 불똥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을 자기고장에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의 시대다. 기업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따라 투자처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인재들도 좋은 기업을 찾고 살기 좋은 지역에서 직장생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좋은 기업과 좋은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작년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당진지역 중소기업인들은 유능한 인재들이 지역으로 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방정부도 손 놓고 가만히 있다가 수도권의 규제가 완화돼서 우리지역에 기업이 오지 않는다고 정부만 비판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또한 중앙정부는 지방경제가 살아야 내수경제가 산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풀뿌리경제의 원리이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의 얼마 남지 않은 땅은 후손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후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 김석붕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새누리당 문화특별위원장(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