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감사결과, ‘재정 운용, 직원 채용, 작품 선정 절차 문제 있어’


부산시는 24일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운영 개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예산이 121억원에 이르고 정규 직원이 38명에 달하는 등 그 규모가 커졌지만 직원 채용, 재정 운영, 작품 선정 절차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부산시 설명이다. 

이를 두고 국내 12개 영화단체들은 26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옹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권고가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10월 제 19회 부산영화제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지만 부산영화제측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예정대로 상영 한 바 있다.  

부산영화제의 작품 선정과 관련된 논란은 [다이빙벨]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5년 평양에서 딸을 출산했고 최근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전 민노당 부대변인인 황선 씨와 범청학련 의장을 지낸 윤기진 씨가 주인공인 영화 [불안한 외출]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영화제의 독립성,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120여억원이 들어가는 영화제의 재정 운영 건전성 확보, 직원 채용에 있어 공개 채용 절차 준수, 작품 선정의 절차의 왜곡 등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다. 

영화 [다이빙벨]과 [불안한 외출]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들 영화가 가지는 정치적 파장 때문이 아니다.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사실과는 너무 다르게 왜곡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영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에도 책임이 동반된다. 무분별한 다이빙벨 관련 언론 보도로 새월호 유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단 말인가? 

"남조선 동포 여성이 옥동녀를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 겨레는 평양 산원에서 첫 울음을 터뜨린 통일 동이 미래를 축복해주었습니다" 

황선 씨의 평양 출산을 두고 북한은 이를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영화 [불안한 외출]은 이들이 쫓기고 투옥되는 권력의 피해자란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단체들과 창작의 자유 뒤에 숨어 있을 것이 아니라 왜 이 영화들이 상영작으로 선정됐는지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부산시가 감사를 통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소상히 해명해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사실은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영화가 정치적 선전선동에 악용되고 혹세무민의 도구로 전락한다면 영화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해로 부산국제영화제는 20회를 맞는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은 부산시장이 아니라 방만한 재정운용, 납득하기 어려운 상영작 선정 등을 행한 영화제 집행부이다. 

부산영화제의 새로운 20년을 위해서라도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논란을 종식시킬 책임이 있다. 그가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한다면 말이다. [사진=윤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