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 2주간 유세 결과 약점 뻔해… "공방 더 이상 무의미"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사진 왼쪽부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사진 왼쪽부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이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0~11일 제주·경남·울산·부산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시작한 이래로 2주가 흘렀고, 2·8 전당대회까지는 2주가 남았을 뿐이다.

    당권 레이스가 반환점을 돈 현 시점에서, 당대표 후보 양강(兩强)인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각각 뚜렷한 강점과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합동연설회 일정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만 남겨둔 가운데, 박원순 시장의 선택이 주목받는다는 견해도 있다.

    ◆박지원 '도로민주당·친노 야합 전력' 등에 비판 집중

    박지원 후보는 △도로민주당 우려 △친노(親盧)와 야합했던 과거 전력 △총선 지휘력에 물음표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호남의 맹주'라고 공격받고 있는 박지원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도로민주당'이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박지원 후보는 당대표 경선 극초반에 "당대표가 되면 당명을 민주당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적도 있다. 안철수 의원이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 당명 변경 검토 의견은 철회했지만, '도로민주당'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친노와 야합했던 과거 전력을 문제삼는 측도 있다. 박지원 후보는 지난 2012년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 친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았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친노와 야합했었는데, 이제 와서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비판이다.

    이번에 당선되는 당대표는 2016년 총선을 무조건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데, 박지원 후보의 총선 지휘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지난 6·4 지방선거 때 박지원 후보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 시장이 당선됐다"며 "자기 지역구도 지키지 못하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지원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지원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권교체 위한 길… 호남에서 90% 끌어냈지만, 문재인 후보가 고향에서도 져"

    이에 대해 박지원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서도 승리할 수 없다"며 "전국의 1000만 호남인들이 새정치연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도로민주당' 우려를 반박했다.

    나아가 "분열의 길로 가서 패배하는 게 아니라, 통합·단결해서 승리의 길로 가는 게 진정한 호남 정치"라며 "자랑스럽게 호남을 지키면서 새정치연합의 집권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원내대표 시절 친노와 야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 이해찬 전 총리의 제안을 받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그 길로 나아갔던 것"이라며 "대선 기간 동안 중앙당 한 번 못 가고 호남에서 열심히 하라고 해서 90%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고향에서도 졌다"고 화살을 돌렸다.

    목포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에게 패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확실히 과거처럼 호남에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공천 혁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공약과 연결지어 해명했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 당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 당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친노패권주의… 대권 주자 직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문재인 후보는 △친노패권주의 △대권~당권 미분리 △총선 불출마에 물음표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대표가 될 경우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2012년 한명숙~이해찬 체제 때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가리지 않고 친노 일색의 공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문재인 후보가 밝힌 "친노계에 불이익 줄 정도의 탕평"을 공천에도 적용하거나, 친노 중진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용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원 후보가 집중 공격하고 있는 대권~당권 미분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당대표 출마가 차기 대선 후보로 가는 길을 굳히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하는 측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차기 대선 후보 경쟁 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차기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진정성을 보이려면 차라리 지난 대선에 출마할 때 의원직을 던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 당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 당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손학규 당대표될 때는 별 말 없었는데… 당 못 살리면 어차피 대선 못 나가"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공천에서 탕평하라는 것은 계파 나눠먹기 식으로 하라는 말이냐"고 되레 반문하며 "당대표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탕평'이라는 이름으로 개입하는 것도 안 될 일"이라고 '친노패권주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대권~당권 미분리에 대해서는 "2010년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당대표될 때는 아무도 (왜 대권 주자가 당대표를 하느냐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표현하며 "대선 후보는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며, 내가 당대표가 돼서 당을 살리지 못한다면 저절로 대선 주자 리스트에서 지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지난 대선 때 의원직을 던져 진정성을 보였어야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내가 2012년 4월에 초선이 됐고, 6월에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9월에 대선 후보가 됐는데 어떻게 5개월 만에 국회의원을 사퇴하느냐"며 "그럴 것이면 총선에 애시당초 출마하지를 말았어야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내가 당대표가 되면 영남 지역에서 우리 당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문재인 한 명의 불출마가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의원들이 해당 지역에서 당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21일 서울시청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당대표 후보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21일 서울시청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당대표 후보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돌고돌아 수도권… 결국 심판은 박원순 시장?

    새정치연합 합동연설회 일정은 오는 31일 서울·인천, 내달 1일 경기에서 진행된다. 지방을 돌고 돌아 마침내 수도권으로 올라온 것이다.

    애당초 당대표 경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 우세라는 관측이었지만,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박빙의 승부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박지원~문재인, 두 후보 간의 공방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을 다 돌고 이제 수도권 유세만 남은 상황"이라며 "정치적 세력 다툼의 큰 틀에서 박원순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대표 후보들이 박원순 시장을 찾는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인영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시청을 찾아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박지원 후보도 21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과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후보는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 유세했던 점을 상기시켰지만, 박원순 시장은 "내 이름이 '지원'이 아니라…"고 웃으며, 완곡하게 중립 의사를 표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택이 과연 무엇일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당대표 후보들이) 다들 박원순 시장을 찾아간다는 자체가 그의 무게감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그의 선택에 부동층이 움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