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전도사로서 정치적 소신 발휘… 원내사령탑 부재 따른 혼란도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스트리아 의원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국민당(OVP)의 베르너 아몬 원내부대표를 만나, 연립정부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제공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스트리아 의원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국민당(OVP)의 베르너 아몬 원내부대표를 만나, 연립정부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4박 6일 간의 오스트리아·러시아·프랑스 순방 일정을 마치고 26일 귀국한다.

    우윤근 원내대표의 이번 유럽 순방은 '개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 원내대표는 21일 오스트리아 의원회관을 방문해 오스트리아의 연립 여당인 국민당(OVP) 베르너 아몬(Werner Amon) 원내부대표를 만나 연정(聯政)에 관한 토론을 나눴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사민당(SPO)과 국민당이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 만큼 연립 여당의 원내부대표인 아몬 의원과는 오스트리아식 헌법 모델 하에서 연정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하기에 적격이었다는 것이 우윤근 원내대표 측의 설명이다.

    이어 방문한 오스트리아 의회민주주의문제연구소에서는 베르너 제게르니츠(Werner Zögernitz) 소장을 만나 오스트리아 헌법 하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에 대해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식 헌법 모델은 독일식 헌법 모델과 비슷하게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사실상 행정 전반을 통할하지만,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하지 않고 국민 직선으로 뽑는 점이 독일과 차별화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던 우리나라의 제2공화국이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 사이의 갈등으로 좌초했던 점을 상기할 때,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의회에서 선출되는 총리 사이의 관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토론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을 마친 우윤근 원내대표는 "독일의 건설적 불신임 제도와 오스트리아의 분권형 권력 구조가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그 조정과 타협의 정치 현장을 찾았다"며 "우리나라도 제왕적 대통령제, 비선실세 측근들의 국정농단 등의 문제점이 내재할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무엇인지 공론화하고 이제 그 처방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고, 순방 결과에 만족감을 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귀국 전 프랑스를 둘러보는 길에도, 프랑스식 헌법 모델인 의원내각제에 대통령제의 요소를 가미한 이원집정부제 정부 형태를 살피고 귀국한다. 그는 이번 순방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모아, 내달 3일 있을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상당 부분을 개헌 주장에 할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스트리아의 베르너 제게르니츠 의회민주주의연구소장을 만나, 오스트리아식 헌법 모델 하에서의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제공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스트리아의 베르너 제게르니츠 의회민주주의연구소장을 만나, 오스트리아식 헌법 모델 하에서의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제공

    이러한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평소 개헌 전도사로 알려져 있는 우윤근 원내대표다운 행보"라는 평이 나온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등 당직을 맡기 전부터 개헌론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일찍이 2009년 '한국 정치와 새로운 헌법 질서'라는 저서를 펴내 "한국 정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며 "이제는 미래의 비전과 시대 가치를 담아낼 새로운 헌법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3년에는 이러한 구상을 보다 구체화해 '개헌을 말한다'라는 저서를 펴냈다.

    여야 국회의원 152명이 참여해 있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야당 간사를 맡았으며, 지난해 12월 9일에는 여당내 '개헌 전도사'인 새누리당 이재오·조해진 의원과 함께 개헌추진 국민연대 출범식에 힘을 쏟았다.

    다만 연말정산 환급금 사태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파문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새누리당 이완구 전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지명으로 야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역할이 요구되는 시기에 해외 순방에 나서 자리를 비운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국회 운영위와 정무위를 중심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이를 진두 지휘해야 할 우윤근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운 탓에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대신해서 청문특위 논의에 나섰지만 여러 의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고사하고 있어, 구성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윤근 원내대표로서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뒤 주말을 끼고 최소한으로 해외 순방 일정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23일 새 국무총리 지명을 포함한 인사가 있기 전 이미 출국해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는 자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시급하지 않은 현안인 개헌 때문에 국회를 비우고 출국한 것은 지나치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