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공연 이유 시향 공연일정 바꿔, 아들 피아노교사 시향 직원 채용정 감독 취임 후, 유료 관객 두 배 이상 증가..시향 수준 업그레이드
  •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사진 연합뉴스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사진 연합뉴스

    박현정 서울시향 전 대표가 막말·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사무국 직원들의 집단 항명으로 불거진 서울시향 사태가 박 대표의 자신 사퇴로 수습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정명훈(62)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개인공연을 이유로 이미 결정된 시향 공연일정을 바꾸고, 매니저에게 제공된 항공권을 자신의 가족이 사용하게끔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이 서울시 감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적절한 처신과 인사전횡 사실 등을 확인하고, 시에 개선안을 마련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감사관실은 정명훈 감독의 매니저 몫으로 발급된 항공권을 정 감독의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이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부당지급된 항공료 1,300여만원을 반환 조치할 것도 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당시 매니저가 몸이 불편해 가족이 대신 매니저 역할을 하기 위해 동행했다”고 밝혔으나, 서울시는 아들과 며느리 외에 다른 가족도 탑승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 연말 박현정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해 “정명훈 감독이 각종 전횡을 저지르면서 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감사관실의 감사결과, 박 전 대표의 이런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정명훈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 감사관실이, 정 감독과의 재계약에 앞서, 지난해 연말부터 문제가 된 고액연봉과 특혜성 대우를 보장한 계약 사항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시 감사관실에 따르면 정 감독은 지난해 12월 개인일정인,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공연 지휘를 이유로, 이미 티켓 판매에 들어간 시향의 국내 공연 3건의 일정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향은 티켓 환불, 홍보물 재 인쇄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정 감독은 시향의 공연을 주최한 단체와 상의한 뒤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서울시향 사무국과 협의해 공연일정을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정 감독이 대표이사의 허가도 받지 않고 ‘피아노 리사이틀 연주회’에 다섯 차례 출연해, ‘단원 복무 내규’를 위반한 사실도 감사결과 확인됐다.

    정 감독은 2012년부터 3년 동안 자신이 만든 비영리단체가 주최하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에 시향 단원 66명을 재능기부 명목으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감사관실은 정 감독이 시향 단원에 대한 위촉과 해촉 등 임면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정 감독의 고액연봉 및 특혜성 대우를 보장한 계약사항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감독의 연봉은 11억원 이상으로, 매년 전년 대비 5%씩 보수를 인상키로 약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출장시 1등석 항공권 제공, 외부출연 및 겸직금지에 관한 모호한 규정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밖에 정 감독의 인사전횡 사실도 드러났다.

    시 감사관실은 정 감독이 자신의 막내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개인교사와, 자신의 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 사람을 시향 직원으로 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시 감사관실이 정 감독의 부적절한 처신과 인사전횡을 확인하면서, 정 감독이 시향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감독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정 감독을 옹호하는 반론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정 감독 취임 후 서울시향의 유료 관객 점유율은 2.4배 높아졌다. 정 감독이 부임하기 전 서울시향의 유료 관객 점유율은 38.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92.9%를 기록했다.

    서울시향의 수준이 도쿄 필하모닉을 넘어설 정도로 높아진 데는 정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 감독의 이름값을 고려할 때, 그가 받는 연봉수준을 문제 삼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정 감독이 취임 후 시향 조직을 개인사조직처럼 이용한 정황이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지인들을 시향 직원으로 채용한 사실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시향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말 정 감독과의 기존 계약을 1년간 연장키로 결정했지만, 시 감사결과에 따라 다시 회의를 열고,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