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잡으면 이석기 구명하지나 않을지 우려… 단호한 태도 보여줘야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사진 왼쪽)과 문재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사진 왼쪽)과 문재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구 통진당의 이석기 전 국회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22일 판결이 이른바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구 통진당원들이 이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대한 반발의 빌미로 악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 의원의 태도가 주목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은 구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이에 대해 줄곧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새정치연합이 과연 종북(從北) 세력과 확실히 선을 그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당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당을 국민의 심판에 맡기지 않고 국가 권력이 직접 개입해서 강제 해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해산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견해에 100% 공감한다"고 했다.

    나아가 "야권 연대를 하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선거 시기에 국민이 연대를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해, 아직도 구 통진당과의 선거 연대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문재인 의원은 6일 의원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지금은 진보 정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통진당과의 선거 연대는 먼 훗날 그들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회복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어렵다"고 선거 연대 부정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22일 청주MBC가 주관한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같은 당의 박지원 의원으로부터 통진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한 질의를 받자, 문재인 의원은 "박지원 후보가 새누리당 식의 '색깔 공세'까지 하는 것은 정말로 유감"이라며 직접적인 대응을 회피했다.

    구 통진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또 선거 연대를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석기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하던 중 2003년 8월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돼 가석방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의원이었다.

    또, 2005년 8월 광복절에는 복권됐다. 이 때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의원이었다.

    게다가 문재인 의원이 계파 수장 격으로 돼 있는 친노(親盧) 세력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구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해, 종북 세력을 국회로 끌어들여 입법부를 그르친 바 있다.

    여러모로 구 통진당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문재인 의원으로서는 보다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의원과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최근 가는 곳마다 "구 통진당과는 확실히 선을 긋겠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나는 통진당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똑똑하다"는 호응을 얻었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구 통진당 문제만 나오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대법원의 아쉬운 판결로 구 통진당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빌미가 마련된 상황이다.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이석기 전 의원의 세 번째 사면·복권을 위한 구명의 첫걸음이 되지나 않을지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보다 단호한 태도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