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5위 제조업 강대국의 갈림길

    한국은 집단이기주의와 평균주의를 극복하면 세계 5대 강대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최성재   
     
  • 한국 제조업 가운데 대표적인 산업인 조선업의 결과. ⓒ뉴데일리 DB
    ▲ 한국 제조업 가운데 대표적인 산업인 조선업의 결과. ⓒ뉴데일리 DB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6위 이탈리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제조업(국제표준제조업 분류 3판 15-37 ISIC divisions Rev.3 15-37, ‘순수’ 제조업으로
광업이나 식품공업 등은 제외됨) 생산이 세계 5위였다. 별일 없는 한 이 상황은 10년 이상
유지할 듯하고, 잘하면 15년 내지 20년 후에는, 10년 안에 자유통일을 달성한다는 금상첨화 조건이 덧붙여진다면, 부동의 유럽 1위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위 중국 2.3조 달러
2위 미국 1.8조 달러
3위 일본 1.1조 달러 
4위 독일 7,110억 달러
5위 한국 3,700억 달러
6위 이탈리아 2,870억 달러
7위 러시아 2,670억 달러
8위 브라질 2,500억 달러
9위 프랑스 2,490억 달러
10위 인도 2,230억 달러
11위 영국 2,190억 달러
12위 멕시코 2,160억 달러 
13위 인도네시아 2,060억 달러
14위 캐나다 1,690억 달러
15위 스페인 1,660억 달러
18위 스위스 1,040억 달러
20위 네덜란드 916억 달러

1961년 5월 당시 연필 한 자루, 유리창 한 장, 자전거 한 대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나라,
그로부터 불과 1년 6개월 전 1959년 11월 금성사의 라디오 생산이 1957년 10월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처럼 일대 쾌거였던 나라, 대부분의 국민이 공업이라면 철공소밖에 모르던 그런 나라가 고작 반세기 만에 제조업 세계 5대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초강대국 소련, 스푸트니크의 러시아를 여반장으로 제친 제조업 세계 5대 강대국이 된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세계최고 기업가 정신은 단연코 한국인이 갖고 있다고 했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6·25 동란 후 잿더미와 먼지와 쓰레기의 나라에서 한 세대 만에 세계 유수의 대기업과 경쟁력 빵빵한 무수한 중소기업을 일으킨 것을 보라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야 할 것은 일본이나 독일과는 달리 잿더미이되, 한국은 같은 잿더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원료와 자본은 물론이거니와 패전국 독일과 일본이 보유한 기술마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38선 이북의 북한에 비해서도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은 풍부했다고 하나 그것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고급기술은 물론 저급기술도 없이 잠재실업 50%의 영양실조 군중은 뒤틀린 근육과 퀭한 눈과 게걸스런 입으로 생존에 급급한 짐승이나 강시처럼 보였던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한강의 기적은 예상하지 못했다. 라인강의 기적과 에도灣(만)의 기적은 독일과 일본의 세계 최고 기술과 미국의 세계 최대 자본이 빚어낸 당연지사였지,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한강의 기적은 정말 기적이었다. 자본도 기술도 자원도 전혀 없었으니까! 학자만이 아니라 정치가도, 돈 냄새에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기업가나 상인도 토룡(지렁이) 한국이 고구려 벽화 사신도의 으뜸신 청룡의 후예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중에서 당사자인 한국인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위선적 양반에 조선 중기 이후 약 300년 시달리고 왜놈에게 30여년 멸시 받고 왜놈보다 악독한 빨갱이에게 3년간 생목숨을 무수히 잃은 한국인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한 마디로 절망적이었다. 염세적이었다. 더군다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어느 날 새벽 한강을 건넌 한 줌의 ‘무식한’ 군인들이 설마 빛바랜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휙휙 지휘봉을 휘둘러 별의별 공업제품을 뚝딱뚝딱 만들어 거대한 선박에 가득 실어 한강과 낙동강과 영산강을 건너듯 태평양과 대서양과 인도양을 건너게 할 줄은 전 세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숫제 상상도 못했다. 특히 엽전 의식에 찌든 한국인이! 그중에서도 배운 사람일수록!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5000만 국민 앞에 고해성사했다.

“박정희가 맞았고 조순과 정운찬이 틀렸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간판 교수 조순과 정운찬은 아담 스미스와 존 케인즈를 20세기의 공자와 주자로 모시고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과 수입대체론(import substitution)을 조선시대 삼강(三綱)과 오륜(五倫)처럼 자명한 진리로 가르쳤다. 박정희의 수출지향(export oriented) 정책은 용광로의 불구덩이를 무릉도원의 꽃밭인 줄 알고 뛰어드는 지랄병 환자의 그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들에게 박정희의 외자도입 공장들은 거대한 고철덩어리와 정치자금 삥땅 수단으로만 보였다. 그들 눈에는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등은 꼬질꼬질 무명 바지저고리에 찬란한 황금 왕관을 하루 아니 한 나절 아니 한 시간 동안 씌우는 소극(笑劇)과 같았다.  

저들에 따르면 그리고 김일성에 따르면 분명히 망해야 하는데, 박정희의 공장들은 두 차례 석유 파동에도 끄떡없었고 멀리 외환위기에도 말짱했다. 오히려 더욱 빛을 발했다. 무식한 김영삼의 1달러 800원 계획 환율에서 1달러 1200원 시장 환율로 정상화되자, 깡디쉬와 김대중과 이헌재의 예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잘해야 연간 30억 달러 무역흑자가 아니라 단 1년 만에 400억 달러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 이미 세계 5대 제조업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으면 절대 언간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덕분에, 과잉투자라는 그 막강 제조업 시설 덕분에, 박정희는 죽어서도 단번에 IMF에서 빌린 195억 달러를 갚을 수 있었다. 

조순과 정운찬보다 더 비관적이었던 박현채의 장학생 김대중이 아니라 박정희의 장학생 김우중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은 무시무시하여 도리어 김우중은 괘씸죄에 걸려 엄동설한에 길가에 뒹구는 가랑잎으로 허겁지겁 치부를 감추고 쫓겨났다. 그날로 김우중은 만고역적의 죄인이 되고 세계경영 대우의 수백억 달러어치 공장은 고철 값으로 팔렸다. 반면에 재빨리 김정일에게 줄을 댄 정주영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가로 부활했다. 공적 자금은 현대가 대우보다 더 많이 썼지만, 누구도 정주영을 욕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제논리만 아니라 정치논리도 알았던 정주영과, 경제논리만 알았던 김우중의 하늘과 땅 차이 신분 변동이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지향의 한국은 세계 7대 무역대국이다. 2013년 수출 5596억 달러, 수입 5156억 달러, 무역흑자 440억 달러이다. 중국을 상대로 553억 달러 무역흑자, 홍콩을 상대로 255억 달러 사실상 대중국 무역흑자가 808억 달러다. (對미국 무역흑자는 251억 달러이다.) 전체 무역 흑자의 두 배를 중국을 상대로 달성한 것이다. 지금도 천국에서는 등소평이 한참 어린 박정희를 큰형님으로 모시고 있으리라! 무역 5위 네덜란드는 중계무역 중심이니까, 제조업 생산은 한국의 4분의 1밖에 안 되니까, 사실상 한국이 세계 6대 무역대국이다.  

무역흑자는 제조업 1위 중국이 단연 1위다. 2013년 기준 2조 2,106억 달러 수출에 1조 9469억 달러 수입으로 무역흑자가 2637억 달러다. 반면에 미국은 1조 5796억 달러 수출에 2조 2683억 달러 수입으로 무역적자가 6887억 달러다. 일본마저 이젠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를 뒤이어 무역적자국으로 추락했다. 일본은 수출 7146억 달러에 수입 8323억 달러로 무역적자가 1177억 달러다. 영국 1264억 달러 무역적자, 프랑스 969억 무역적자로, 이들 네 선진국의 무역적자를 합하면 1조 297억 달러다. 반면에 제조업 강국 중국과 독일(1888억 달러), 한국 세 나라의 무역흑자를 모두 합하면 4965억 달러다. 조상의 음덕으로 먹고 사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역흑자가 각각 2133억 달러와 1869억 달러인데, 미국의 셰일오일로 이들 두 나라는 2014년에 급전직하했다. 아직 통계가 제대로 안 나왔지만, 기름 값이 반토막 났으니까 무역흑자도 반토막 났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루블화가 고급 휴지로 바뀌었다. 제조업이 아니라 천연자원에 의존하면 언제 북풍한설이나 모래바람을 만날지 모른다. 기 소르망은 현대 경제에서 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라고 했다.  

일본과 독일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일본의 시대였다. 오늘날 중국보다 위풍이 당당했다. 사실상 제조업 세계 1위 일본이 왜 저렇게 되었을까.

첫째는 1985년 플라자 협정에 따른 엔화 강세다. 1달러 250엔에서 1달러 80엔으로 일본인은 앉아서 달러 환산 1인당 3배의 소득 증가를 맛보았다. 한 마디로 세계를 삼킬 듯하던 일본이 제조업은 강했으나 금융업이 터무니없이 취약하여 눈 뜨고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한테 당한 것이다.

둘째는 해외 직접투자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해외에 건설한 것이었다. 엔화 강세가 큰 원인이었지만, 일본은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을 대대적으로 이전하여 2012년 일본의 해외생산 비중은 20.3%에 달한다. 이것이 제조업 세계 3위 국가이지만 무역적자가 미국, 영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이다. 잠깐, 제조업의 약세(제조업 비중 12.9%)로 인도의 무역적자(1528억 달러)가 천문학적인 것도 물론 눈여겨보아야 한다.  

한국은 어떨까? 남의 일이 아니다. 2003년에 한국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4.6%였을 때 일본은 이미 15.6%였다. 그러던 것이 2012년 현재 한국은 18.0%로 치솟았다. 일본이 4.7% 포인트 늘어날 때 한국은 13.5% 포인트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만약 이것이 10% 이하로만 증가했으면, 한국의 수출은 500억 달러 이상 늘어나서 무역흑자 1천억 달러 시대로 접어들었을지 모른다.  

독보적 세계 1위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외환위기 이후 반(反)기업정서의 기승에 못 견뎌 해외로 해외로 마하의 속도로 무섭게 뻗어나갔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채권인 수출환어음을 채무로 분류하여 수출금융을 지원하지 않고 대우를 몰락시킨 것에서 선명히 드러나듯이 금강산 관광의 현대만 쏙 빼고 외환위기를 온통 대기업에게 전가하던 반(反)기업정서의 기승에 못 견뎌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해외로 무섭게 뻗어나갔음을 알 수 있다.  

제조업 비중도 장기적 경제 안정과 성장에 중요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제조업 비중이 GDP의 18.2%밖에 안 된다. 반면에 독일과 한국은 21.8%와 31.0%이다. 중국 31.8%에 비추어 보면, 제조업 강대국 한국은 아직도 희망의 무지개가 하늘에서 빛난다. 제조업 비중이 미국 12.9%, 프랑스 10.2%, 영국 9.8%밖에 안 된다. 이로 미루어 보면, 미국은 여전히 늙은 대륙보다는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당 GDP 대비 제조업 평균임금도 향후 한국의 경제에 큰 부담이다. 1987년 1.39에서 2012년 1.58이다. 반면에 독일은 같은 기간 1.45에서 1.33으로 줄어들었다. 정권을 내주면서 단행한 사회당 슈뢰더의 개혁 덕분이다. 일본 1.27, 영국 1.15, 프랑스 0.84, 미국 0.79이다. 한국 제조업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제일 높지만,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전체 근로자의 10%밖에 안 되는 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음습한 집단이기주의로 중소기업의 노동자보다 두 배 이상 받는다. 생산성은 절반인데 미국 공장에서보다 연봉이 높은 기업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입으로만 만날 대기업을 욕하면서도 대졸 취업생이 기를 쓰고 갑질하러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의 칼을 빼들었는데, 철도노조를 잡듯이(김영삼의 졸개 김무성이 아니었으면 확실히 잡았을 텐데…) 노조를 잡아야 한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대기업 총수가 아니라, 재투자되는 게 아니라, 이들 노조가 대부분 가져간다. 자연히 협력기업은 말뿐 전전긍긍하는 만년 하청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외환위기 때 노조를 개혁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김대중 대통령 후보는 외환위기 전에는 늦게나마 정권 말기에 철든 김영삼의 노조개혁을 사사건건 방해하더니, 외환위기 덕분에 대통령이 된 후에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노조를 개혁하는 척하고는 그들이 정권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에 대한 보은으로 전교조를 합법화해 주는 대가로 ‘10년 후 전임노조 약간 축소’ 식으로 도리어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그 후 두 정권도 노조에는 벌벌 기거나 노조에 손 비비기 바빴다. 노조를 개혁하려면 동시에 기본적으로 노조 편인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들은 감히 그렇게 할 엄두도 못 내거나(이명박) 한 수 더 떴다(노무현).

 (금융 선진화도 반드시 함께 이뤄야 하지만, 여기서는 제조업에 국한하여 기술한다.)

한국인의 왕성한 기업가 정신은 절대 식지 않는다. 식지 않되, 평균주의에 사로잡혀 지난 20여년처럼 수시로 기업총수를 가중에 가중 처벌하여 여차하면 바로 오랏줄로 묶어 동네 한 바퀴 돌리면, 해외로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면 좋은 일자리가 계속 급격히 줄어들고, 그만큼 신용 불량자 대졸 무직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다. 기업가가 최고의 애국자임을, 일자리 창출하고 세금 많이 내는 기업가가 최고의 복지가임을 대대적으로 알려야 한다. 애국우파 지식인은 사실과 역사와 논리로 무장하여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시기(猜忌)와 질투를 평등과 분배로 호도하는 한국의 좌파 지식인과 국가의 운명을 두고 일대 전쟁을 벌여야 한다. 동시에 귀족과 왕족으로 신분상승한 노조 지도자의 푸른 유니폼 속의 하얀 밍크코트를 만천하에 들춰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잘한 것도 있다. 그것은 FTA를 꾸준히 늘려서 무역환경을 개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