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는 미남이 “결혼하자” 유혹, “결별하겠다” 말에 “돌로 쳐 죽일 것” 협박
  • ▲ 프랑스 탐사보도 전문기자 안나 에렐이 펴낸 책 ‘Dans la peau d'une djihadiste’의 표지. 프랑스 아마존에서도 팔리고 있다. ⓒ프랑스 아마존 판매 화면 캡쳐
    ▲ 프랑스 탐사보도 전문기자 안나 에렐이 펴낸 책 ‘Dans la peau d'une djihadiste’의 표지. 프랑스 아마존에서도 팔리고 있다. ⓒ프랑스 아마존 판매 화면 캡쳐

    지난 10일 터키 남동부의 시리아 접경 도시 ‘킬리스(Kilis)’에서 행방불명된 김 모 군은 테러조직 ISIS로부터 어떤 유혹을 받은 걸까. 여기에 대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됐다고 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된 책의 제목은 ‘Dans la peau d'une djihadiste’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탐사보도 전문기자 안나 에렐(가명, 30세)이 테러조직 ISIS 관계자와 트위터와 온라인으로 접촉한 경험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안나 에렐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외로움에 빠진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여주는 ISIS 조직원에게 쉽게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나 에렐은 2014년 4월, 왜 수백여 명의 프랑스 청년들이 테러조직 ISIS에 가담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를 결심했다고 한다.

    안나 에렐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테러 조직의 사진, 비디오 등을 올리며 이들에게 관심을 표시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출신 ISIS 조직원들이 ‘친구 추가’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급기야 ISIS의 신병 모집책이라는 프랑스 출신 조직원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아부 빌렐’이라는 이름을 쓰는 ISIS 신병 모집책은 얼핏 보기에는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외모를 보여줬다고 한다.

    그는 안나 에렐에게 “지금 시리아로 오면, 공짜로 좋은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고, 보육교사로 지내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인터넷 화상 전화 ‘스카이프’로도 통화를 했다고 한다. 안나 에렐은 자신이 무슬림인양 ‘히잡’을 두르고, 아랍어를 사용하면서 그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서로 연락하는 빈도가 잦아지자 ‘아부 빌렐’은 안나 에렐에게 청혼까지 했다.

    이때부터 ‘아부 빌렐’은 자신에 대해 솔직히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은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으로 2003년부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리비아 등에서 ‘게릴라’로 활동했다며 “포로 고문과 참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아부 빌렐’이 보낸 ISIS 홍보 동영상을 본 안나 에렐은 “그들의 훈련 영상을 보면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청소년들을 빠져들게 할 만한 중독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 안나 에렐이 취재를 끝낸 뒤 결별을 선언하자 ISIS는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한다. ⓒ프랑스 방송 보도화면 캡쳐
    ▲ 안나 에렐이 취재를 끝낸 뒤 결별을 선언하자 ISIS는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한다. ⓒ프랑스 방송 보도화면 캡쳐

    한 달 가량의 취재를 마친 뒤 안나 에렐이 결별을 선언하자, 아부 빌렐은 ISIS 조직원으로써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번호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전화가 물밀 듯이 걸려오고, 유튜브에는 ISIS 조직이 안나 에렐의 이름을 부르며 ‘사형 선고’를 하는 영상도 올라왔다고 한다. 이 영상 아래에는 “이 여자를 강간하고 돌로 쳐 죽여라”는 아랍어 자막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현재 안나 에렐은 이름과 연락처를 바꾸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지인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500만 명에 달하는 프랑스 내 무슬림 가운데 그를 해치려는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안나 에렐이 프랑스 방송들에 출연해 밝힌 취재 내용은 터키 동남부에서 사라진 김 군이 ISIS 조직원과 트위터로 연락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사라진 김 군이 테러조직 ISIS에 합류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채널A 김 군과 ISIS 간 트윗 관련 보도화면 캡쳐
    ▲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사라진 김 군이 테러조직 ISIS에 합류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채널A 김 군과 ISIS 간 트윗 관련 보도화면 캡쳐

    김 군은 터키 내 ISIS 조직 간부로 추정되는 ‘하산’이라는 인물과 꾸준히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산’이라는 인물은 김 군에게 여러 가지 ‘환상’을 심어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점을 잘 모르는 국내 일부 청소년들은 트위터 등에서 테러조직 ISIS 가입 방법이나 조직원과의 접선 방법을 알아보고 다닌다고 한다. 

    김 군의 트위터 계정 팔로어 수도 지난 20일 70여 명이었던 것이 22일 오후에는 440여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뉴스 1’은 이들 대부분이 청소년일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