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중동 순방 중 긴급 귀국, 국제사회 협조 호소…日민간은 무관심, 인질 ‘패러디’도 만들어
  • ▲ 지난 20일 오후, 테러조직 ISIS가 공개한 일본인 인질 살해협박 영상. ⓒISIS 선전영상 캡쳐
    ▲ 지난 20일 오후, 테러조직 ISIS가 공개한 일본인 인질 살해협박 영상. ⓒISIS 선전영상 캡쳐

    20일 오후 테러조직 ISIS(자칭 이슬람 국가)가 일본인 인질 2명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영상을 공개했다. ISIS는 영상에서 “일본 정부는 인질들의 몸값 2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중동 순방 중이던 아베 총리가 급히 귀국하는 등 일본 정부는 난리가 났지만, 일본 국민들은 ‘남의 일’ 보듯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러조직 ISIS는 ‘일본과 일본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일본인 인질에게 주황색 점프슈트를 입혀 놓고는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협박을 시작한다.

    ISIS 조직원은 영상에서 “아베 수상 너는 8,500km나 떨어져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십자군에 참가했다. 일본은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무슬림의 집을 파괴하기 위해 1억 달러를 의기양양하게 지출했다”고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ISIS 조직원은 이어 인질에게 칼을 들이대며 “이 일본인들의 석방에는 1억 달러가 든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이슬람 국가(ISIS)의 영토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1억 달러를 지원했으므로, 다른 일본인까지 석방하려면 1억 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협박했다.

    ISIS 조직원은 “일본인들, 너희 정부는 이슬람 국가와 전쟁하기 위해 2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제일 멍청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가 72시간 내에 이 2명의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2억 달러를 낸다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20일 테러조직 ISIS가 공개한 영상에 나온 인질들은 2014년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ISIS에 붙잡힌, ‘자칭 민간군사기업 CEO’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 42세)와 ‘인디펜던트 프레스’ 소속 기자 고토 겐지(後藤健二, 47세)라고 한다. 

    이 가운데 유카와 하루나는 "자유시리아반군(FSA)를 도울 것"이라며, 시리아로 갔다가 2014년 여름, 시리아 국경지역에서 ISIS에 납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던 인물이다.

  • ▲ 2014년 8월 ISIS에게 붙잡혔을 당시 유카와 하루나의 모습. ⓒISIS 트위터 화면 캡쳐
    ▲ 2014년 8월 ISIS에게 붙잡혔을 당시 유카와 하루나의 모습. ⓒISIS 트위터 화면 캡쳐

    ISIS의 협박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을 순방 중이던 아베 신조 총리를 즉시 귀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은 ‘국제사회에 협조를 호소’하는 일 외에는 없어 보인다.

    아베 총리는 귀국하기에 앞서 요르단 국왕에게 연락, “인질 조기 석방을 위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도 도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유럽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은 나토(NATO) 사무총장, 美국무장관, 프랑스 외무장관 등에게 인질 조기 석방과 정보 수집을 위해 협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또한 “ISIS 격퇴에 2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난민 보호 등 비군사 분야에 대한 것”이라며, 마치 ISIS 조직원들에게 하소연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일본인 2명을 살해하겠다는 테러조직 ISIS의 협박 영상으로 아베 정권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지만, 일본 사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ISIS의 협박 영상을 이용해 만든 패러디 사진을 ISIS의 트위터에 보내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었다며 자랑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 ▲ 아베 정부는 일본인 인질 살해협박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부 일본 네티즌은 패러디 사진을 만들어 ISIS에게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관련 트위터 캡쳐화면-일간베스트저장소 캡쳐
    ▲ 아베 정부는 일본인 인질 살해협박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부 일본 네티즌은 패러디 사진을 만들어 ISIS에게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관련 트위터 캡쳐화면-일간베스트저장소 캡쳐

    일본 언론들은 일본인 인질과 ISIS에 대한 내용을 수시로 보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NHK는 ISIS의 홍보 담당자와 인터넷 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NHK가 21일 보도한 데 따르면, 테러조직 ISIS의 홍보 담당자는 “인질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은 우리가 한 것이 맞으며, 이번 ‘인질 살해협박’은 돈 문제가 아니라 이념적인 문제”라고 밝혔다고 한다.

    NHK와 접촉한 ISIS 홍보 담당자는 “우리는 지금 돈이 필요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IS는 이 액수보다 많은 돈을 하루에 쓴다. 이것은 경제적인 싸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싸움”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신네(일본) 정부는 결국 몸값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테러조직 ISIS는 현재 매일 3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 국제 암시장에 내다팔고 있고, 모술을 장악하면서 빼앗은 금괴와 현금, 외화 등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SIS가 보유한 자산이 10억 달러는 넘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수만 명의 조직원에게 급여를 주고, 의식주를 해결해주려면 매일 거액을 써야 한다. 때문에 ISIS 홍보 담당자는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들이 인질의 몸값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ISIS는 유럽 일부 국가와 터키 등으로부터 ‘몸값’을 챙긴 바 있다. ISIS는 2014년 미국인 기자와 영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살해하기 전에도 그 가족들에게 몰래 연락해 한 사람 당 수백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영국인 구호단체 요원과 함께 납치된 이탈리아 인질을 구하기 위해 660만 유로를 지불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고, 터키의 경우 ISIS에 붙잡힌 인질 49명을 석방하기 위해 T-155(한국제 K-9 자주포의 터키판) 수십 대를 건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