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은 '남북회담 개념'부터 다르다
      
     남과 북은 ‘남북회담’의 개념부터 다르다.
    우리는 대한민국 대표인 현 정부와, 저쪽 국가의 대표인 저쪽 정부 사이의
    기브 앤드 테이크가 곧 남북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쪽은 대한민국과 그 정부를 독립국의 독립성 있는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식민지 괴뢰로 간주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남북회담이란,
    북쪽 자주독립 국가의 ‘한 급(級) 위’ 정부가 남쪽의 ‘한 급(級) 아래’ 괴뢰정권에게
    ‘이렇게 해야, 저렇게 해야“ 하는 요구를 하는 장(場)이다.
     
 그들의 요구인 즉, 돈을 왕창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쪽의 정부는 물론, 언론과 NGO 등 민간사회도
 ‘대북 이데올로기’ 활동을 중지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선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대북 군사안보 장치도 철폐하고,
남북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열어,
남북 연방제로 가자는 것이다.
이 외의 문제, 예컨대 북한 핵 문제 등은
 “너희 같은 비핵(非核) 식민지 정권과는
논의할 성격의 의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네 것은 네 것, 내 것은 내 것, ‘누이 좋고 매부 좋고’로 주고받자”는 식이지만, 북쪽은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 우리는 달라고 하고 너희는 달라고 해선 안 되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들은 북의 이런 회담 관(觀)을 아는지 모르는지
“회담하자, 회담하자” 하며 조르고 간청하기만 했다.
저쪽으로선 가만히 버티고 앉아 있기만 하면 남쪽 정부들이 국내정치 필요상
제풀에 기고 나오니 갈수록 몸값이 오르고 콧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좌파정부들에 비하면 물론, 한결 덜 그랬다.
그러나 속으로는 “나도 남북회담으로 국면전환도 하고 업적 자랑도 해야겠는데...” 하며
초조(?)한 건 마찬가지다.
생각 같아선 5. 24 조치도 확 풀어버리고 대북 전단지 살포도 엄금해서
저쪽의 환심을 산 다음 정상회담의 팡파레를 울리고 싶은 마음이 아마 굴뚝같을 것이다.
 
 그래서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도 만들었을 것이고,
연말연초에는 류길재(퉁일부장관)와 정종욱(통준위 부위원장)이 나서서
“남북회담의 단비를 내려 줍시사" 하는 기우제(祈雨祭)도 지냈던 것 같다.
이어서 대기업 ‘새누리 정치주식회사’ 사원들이 중심이 되어
국회 외통위에서 ‘대북전단지 절대 불용(不容)’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북한의 회담 관이 바뀌는 건 절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선택하라, 반(反)공화국 책동을 그만 둘래, 아니면 남북대화를 포기할래?”
라며,북은 연일 배부른 흥정으로 나오고 있다.
남쪽이 또 아쉬워하는 자세로 나오기 시작한 것을 저들은 재빨리 눈치 챈 것이다.
 
 이래서 박근혜 정부의 남북대화 전략전술은 지금까지의
 ‘조르고 달래고 청(請)하는’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학자군(群)과 통일부 관료들이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그때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능주의적 접근법’ ‘몰(沒)가치적 접근법’ ‘경제주의적 접근법’
“북한도 달라질 수 있다"는 낙관론에 버릇들인 그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북한은 우리가 햇볕을 쬐면 정말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강제할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라도 있는 것일가? 없다.
돈? 돈은 어차피 이쪽이 주고싶어 안달이 나있다는 걸 북쪽이 이미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건 회담제의 등 노력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통일부라는 점포를 열어놓고 있는 한, 북한전문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한,
그리고 청와대에서 정권을 맡고 있는 이상, 되는 안 되든,
아니, 된다고 치고서 무슨 노력이든 안 할 수는 없는 처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우(衆愚) 역시 쇼를 필요로 한다.
미디어들도 먹고 살자면  ‘요란법석 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참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느냔 것이다.
그것으로 김정은 정권이 핵공갈을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인가?
그것으로 그들이 개혁, 개방이라도, 시장경제라도 도입할 것을 기대하는가?
그것으로 그들이 '전국적 규모의 주체혁명 실현'을 그만두기라도 할 것이란 기대인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기껏 남남갈등을 더 격화시키지나 않을까,
이점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