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쟁나면 총들고 뛰어나갈 용기 있으신가요?"
허지웅, 국제시장 흥행열기..토악질 나온다? '망언' 파문


  • 최근 영화팬 사이에 '허지웅'이라는 이름 석자가 다시금 화제선상에 오르내리는 분위기다. 한때 다수의 영화평론으로 유명세를 날린 바 있으나, 종편 JTBC에 얼굴을 내비친 이후부턴 입담 좋은 '방송인'으로 이미지를 굳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요 며칠새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국제시장'을 잘근잘근 씹는 비평을 수차례 올리면서 다시 '예전의 허지웅'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영화 전문지 '필름2.0'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허지웅은 곳곳에 자신만의 전선(戰線)을 형성하며 격한 찬반 양론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 '디워'를 비판할 때도 그랬고, '열성 노무현 팬덤'을 지적할 때에도 허지웅은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서 양 진영 모두와 '입씨름'을 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이번 국제시장 논란도 종전 패턴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국제시장을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반동 영화'로 규정한 그는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 전체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불편한 게시글로, 영화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관객 중 영화 '국제시장'을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해석한 이가 극히 드문 현실을 감안할 때 여전히 고리타분한 이분법적 사고로 '국제시장'을 바라보는 허지웅의 시각은 '별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아가 허지웅은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이란, 매우 당연하게도 '세월호 이후의 세계'를 의미한다"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 탓에 이런 캡션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조차 소름끼친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멀쩡한 영화를 굳이 사회적 이슈와 연관지으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소위 기성세대의 부패로 야기된 사건이므로, 아버지 세대는 손들고 무릎꿇고 반성하며 연말을 보내야한다는 말인가? 특정 세대에게 책임과 잘못을 전가하는 사고 방식도 문제지만, 모든 영화가 품위 있고 의미 있어야 한다는 사고 역시 '강남좌파식 위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국제시장은 우리들을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 세대에 헌사하는 일종의 트리뷰트 영화다. '아버지'라는 단어 앞에 감히 어떤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을 함부로 비판하는 것은 지독한 교만이요, 자신의 뿌리를 저버리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나 다름없다.

    머리를 잘 썼어.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허지웅은 지난 25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영화 국제시장에 쏠린 흥행열기를 두고 "토가 나온다"는 표현을 썼다. 아마도 그는 △공동의 반성이 없는 어른 세대 △이들을 미화하는 영화 △영화를 통해 자신들을 포장하려는 기득권층 모두를 비판하고자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같은 '줄세우기식 비판'은 마치 영화 속 '작위적 설정'처럼 짜맞추기식 비판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속 주인공이 전후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이고, 이들의 희생이 아름답게 그려진 것은 맞다. 그런데 이게 잘못이란 말인가? 자식의 성공을 위해 당신의 모든 걸 희생한 '절대사랑'이 그렇게 어리석은 짓이었나? 이들의 '어리석은' 희생과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방법이 투박하다고, 절차가 비합리적이라고, 인권이 배제됐다고, 아버지를 손가락질 하는 건, 자기부정(自己否定)도 아닌 자기비하(自己卑下)에 가까운 졸렬한 태도다.

    허지웅의 가시돋힌 발언을 곱씹어보면 그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을 심히 부끄럽게 여기는 듯 하다. 그들을 찬양하는 게 아직도 부끄럽다면 아래의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젊은 나이에 이역만리 사우디로 떠난 한 남자의 인생을 우리가 함부로 논할 수 있을까? 그들의 피눈물로 건설된 이 나라에서,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제 나이 36, 딸하나를 둔 가장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저보다도 어렸을 그 시절 삼십대 초반에 엄마와 저, 제 동생먹여살리고자 사우디에 다녀오셨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과연 허지웅씨한테 고마워해달라는 말씀 하셨을까요? 지금도 저희 아버지는 소주 한 잔하시면 넉넉하게 못키워줘서 미안하다는 말씀 하십니다.

    정치적 이념이 꼭 들어가야 영화인가요? 저 조금 전에 국제시장 봤습니다. 보는 동안 많이 울었습니다. 삐딱하게 보지마시고 그냥 보이는 것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허지웅씨는 과연 지금 전쟁나면 총들고 뛰어나가실 용기있으신가요?

            - 네티즌 2000****



  • [사진 = 영화 '국제시장' 스틸 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