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보은 인사보다는 낫지만, 자찬할 일 아니라는 지적
  • ▲ 지난 2007년 8월 3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전국 문헌정보학 교수 86인의 신기남 후보 지지선언식'에서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가 참석해 신기남 의원에 대한 지지 선언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혜란 신라대 교수,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 남태우 중앙대 교수, 신기남 의원, 이용남 한성대 교수, 최은주·김태승 경기대 교수, 이상복 대진대 교수. ⓒ신기남 의원 홈페이지 캡쳐
    ▲ 지난 2007년 8월 3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전국 문헌정보학 교수 86인의 신기남 후보 지지선언식'에서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가 참석해 신기남 의원에 대한 지지 선언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혜란 신라대 교수,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 남태우 중앙대 교수, 신기남 의원, 이용남 한성대 교수, 최은주·김태승 경기대 교수, 이상복 대진대 교수. ⓒ신기남 의원 홈페이지 캡쳐

    새정치민주연합이 20대 국회도서관장에 이은철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추천한 것을 두고 연일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국회도서관장은 1987년 개헌(改憲) 정국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제1야당의 몫으로 결정된 이후, 배려해야 할 원외 인사가 주로 맡았다.

    유재일 18대 국회도서관장은 김대중 정권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맡은 뒤 노무현 정권에서 민주평통 상임위원을 거쳤다. 정권이 교체된 2008년 이후로는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이사를 지내다 국회도서관장으로 추천됐다. 지금은 새정치연합 소속인 권선택 대전광역시장 밑에서 대전발전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황창하 19대 국회도서관장은 임채정 전 외통위원장의 보좌관을 지내고 새정치연합 한명숙 의원이 국무총리였을 때 총리실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민주통합당 공천 신청을 했으나, 해당 지역구가 야권연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노회찬 전 의원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게 되자, 같은 해 8월 국회도서관장으로 추천돼 취임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내외에서 '혁신'이 화두가 되자,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는 국회도서관장직의 외부 개방을 혁신안의 하나로 고려해 왔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그간 당내 인사로 임명하던 국회도서관장직을 외부 인사에 개방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도서관장 후보자에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를 추천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작지만 의미 있는 혁신 실천의 시작"이라며 "우리 당이 실천하고 있는 혁신의 분명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드렸다"고 자부했다.

    이도 모자라 같은 날 오전 11시에는 국회도서관장 후보자 추천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도서관장직은 가장 전문성을 갖춘 국내 최고의 석학이 맡아야 하는 자리이나 지금까지 관행으로 야당 몫 정치인에게 배려되던 자리"였다며 "새정치연합이 외부 인사에게 개방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후보를 추천했다"고 자평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국회도서관장 후보자 추천은 기득권에 안주해 온 우리 정치권의 오랜 타성과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희상 위원장은 이튿날인 24일에도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새정치연합이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도서관장직에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를 추천했다"며 "혁신 실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자찬했다.

    야권의 핵심 당직자는 사석에서 "국회도서관장을 당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외부 인사에 내준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말들이 많다"며 "여당은 보낼 자리가 많은데, 야당은 하나 밖에 없는 자리를 내줬다"고 '혁신'이 쉽지 않았음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확실히 아무나 내려꽂을 수 있는 '자기 자리'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외부 인사에게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을 통해 "이은철 교수는 야당과는 어떤 정치적 연(緣)도 없다고 한다"며 "새정치연합이 야당이 지명할 수 있는 국회 내의 최고위직을 당 밖의 전문가에게 내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전제에 다소간의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은철 성균관대 교수는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지난 2007년 8월, 신기남 의원 지지 선언에 동참한 바 있다.

    당시 신기남 의원은 문화·예술계의 집단적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며 세몰이에 나서고 있었는데, 이은철 교수는 전국 문헌정보학과 교수 86명의 공개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지지 선언에는 이은철 교수 외에도 서혜란 신라대 교수, 남태우 중앙대 교수, 이용남 한성대 교수, 최은주·김태승 경기대 교수, 이상복 대진대 교수 등이 함께 했다.

    정치색이 옅다고는 해도, 알려진 바와는 달리 야당과 아무런 정치적 연이 없지는 않은 셈이다.

    물론 기존에 제1야당이 국회도서관장으로 추천해 온, 도서관장직 수행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원외 인사나 야권 연대에 따른 보은성 인사보다는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친야(親野) 성향의 인사를 국회도서관장에 추천한 것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이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자찬할 일까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