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실제 주인공들의 조촐한 송년회...감사와 격려, 넘쳐 흘렀다!
  • ▲ 눈물 훔친 '50년만에 부치는 대통령 감사편지' 행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눈물 훔친 '50년만에 부치는 대통령 감사편지' 행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파독광부와 간호사를 내세워 산업화 세대의 애환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온 국민들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주인공들이 주연으로 등장한 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파독 광부·간호사·조무사들에 대한 감사송년회가 50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된 것이다.

    26일 오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행사장에는 <50년만에 부치는 대통령 감사편지> 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 자리에서 파독 근로자 출신 교민들과 서울지역 초·중·고·대학생들은 서로에게 감사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등 선·후배세대 간 아름답게 한해를 마무리 짓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한상대 대한민국감사국민위원회 상임대표(전 검찰총장·뉴데일리 고문), 나경원 새누리당 국회의원, 하대경 파독협회 회장, 고창원 파독산업전사세계총연합회 회장 등을 비롯, 파독 근로자 출신 재외동포 200여명, 초·중·고·대학생 1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파독 근로자와 고(故)박정희 대통령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친서를 보내 희생과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의 감사편지는 정종섭 장관이 대신 낭독하고 파독협회에 전달했다.

    정 장관은 감사서신 낭독에서 “여러분께서 조국의 번영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이억 만리 낯선 독일땅으로 더난지 오늘로 51주년을 맞이했다”며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흘린 여러분의 땀과 눈물이 희망의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 조국과 가족에 대한 기여는 우리국민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새해에도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 ▲ 눈물 훔친 '50년만에 부치는 대통령 감사편지' 행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상대 대한민국감사국민위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의 앞선 세대는 시련에 위축되거나 불운에 좌절하지 않았고 끈기와 인내, 희망과 도전으로 민족의 위대한 여정을 이끌었다"며 "파독 근로자는 그 출발점이자 도약의 발판이었다"고 예를 표했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위하고 기리고 사랑해야 한다"면서 "오늘 행사는 우리의 작은 행사"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축사에서 “파독 근로자 여러분들이 안계셨다면 한강의 기적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당시 독일이 왜 우리나라에 차관을 내 줬을까를 생각했을 때, 여러분들의 성실함과 미래를 보고 차관을 내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국에 돌아오고 싶어 하는 파독 근로자분들을 위해 국민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임대하도록 할 것”이라며 “감사할 줄 모르는 민족은 발전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여러분들께 더 감사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찾겠다”고 말했다.

    하대경 파독협회 회장은 “오늘 박 대통령께서 반세기가 지난 즈음에 감사서한을 보내줘 기쁘고 감사하다”며 “오늘 이 자리가 다음 반세기를 생각하고 미래 비전을 그려보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희망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가 겪은 살아있는 역사를 사라지게 할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보고 듣고 만질수 있도록 길이 보전하도록 해 후손들의 길잡이가 되도록 해야한다”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강의 기적이 퇴색되지 않도록 파독기념관을 세워 자라나는 세대가 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 인사말전하는 한상대 상임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인사말전하는 한상대 상임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고창원 파독산업전사세계총연합회 회장도 “ 파독광부와 간호사, 조무사들에게 지난 반세기 여정은 길고도 힘든 고난의 대장정이었다”며 “50여 년 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파독근로자들이 가난에서 구원되는 출발점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라고 말했다.

    이수구 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는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독근로자들을 위해 의료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 현지의 파독 근로자분들 중 일부는 병중에 계시거나 어렵게 사는 분들이 있다”며 “탄광에서 일만했던 근로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병원에 가고싶어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독근로자 출신 독거노인 방문수발 사업과 의료장비 지원 등으로 교민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기회를 마련했다”며 “조국을 위해 희생한 여러분들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선배세대인 파독 근로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도 이어졌다.

    심민영 양(오금초등학교 2학년)과 한영욱(버들초등학교 2학년)군은 단상위로 올라와 명랑한 목소리로 편지를 낭독했다.

    심 양과 한 군은 “나라를 위해 긴 시간을 희생해 독일로 가서 나라 발전에 도움을 준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감동했다”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나라를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용기있게 헌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 ▲ 눈물훔치는 파독근로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눈물훔치는 파독근로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동두천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순원 군도 “지금의 대한민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르신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라며 “오늘을 살아라는 제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르신들과 같은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감사봉사단 대학생 대표는 “감사할 줄 알고 행동할 줄 하는 청년들과 함께 배움에 정진해 대한민국을 강하고 정의롭게 만들겠다”며 “절대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겠다. 선배님들께 청년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을 마친 뒤 큰절을 올렸다.

    2부 행사는 <기적의 한국>이라는 제목의 10분짜리 영상 상영으로 시작했다. 

    이 영상에는 과거 6.25전쟁이 끝난 직후의 가난한 대한민국의 모습과 함께 독일로 파견되는 근로자들,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장중한 음악과 함께 이어져, 참석자들이 숨죽이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영상이 끝나고 진행된 [초·중·고·대학생과 파독근로자 대화의 시간]에서 파독근로자 출신 교민들은 독일에 처음 정착하며 겪었던 일화들을 후배세대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기도 했다.

    1977년에 광부로 독일에 파견됐다는 장석재 씨는 ‘독일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이억만리 타국 지하에서 석탄을 캐고 올라오면 동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맸다”며 “그때는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났는데 한국에 와 수많은 노동자들이 데모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한 중년 여성은 ‘고향을 떠날 때 어떤 생각과 각오를 하셨냐’는 질문에 “고향을 떠날 때 10개월된 아기를 한국에 두고 가야만 하는 비참한 상황이었지만 그런 생각보다 유학을 간다는 마음으로 독일어 교본과 사전을 챙겨갔다”며 “밤새 독일어 공부를 하고 일할 때는 독인인 간호사들과 만나 연습하면서 실력이 늘었고, 일을 열심히 해 금새 인정을 받아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행사 막바지에는 특수학교 교사 김연희 씨가 축가로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연희 씨는 당시 파독 근로자들이 즐겨 불렀다는 <동백아가씨>와 함께, 창작곡 <꿈, 날개를 달다>를 불러 참석자들의 열화와 같은 갈채를 받았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연희 씨는 “뜻 깊은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드리고 어르신들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