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기물품은 찌총(소형 폭죽)과 두터운 속내의, 패딩, 겨울수건, 장갑, 양말
  • 南 콘돔, 北 찌총

    연말이면 대중적인 인기상품으로 부상하는 찌총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판매량이 급증한 상품은 놀랍게도
    콘돔과 비키니 수영복, 다이어트 용품으로 나타났다.

    겨울철과 상관없는 물품 급증원인은 2주에 거친 황금연휴 때문으로 풀이된다.
    크리스마스인 오늘이 목요일인데다 바로 이어진 1월 1일은 바로 다음 주 목요일이여서
    금요일인 26일과 2일에 연차를 낼 경우 각각 4일의 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해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비키니 수영복과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한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편의점에서 콘돔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월별로 분석한 결과 12월 매출지수가 년 중 가장 잘 팔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별로는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매출지수가 연간 판매 중 가장 높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남한에서 계절과 상관없는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면,
    북한에는 이 시즌에 어떤 물품판매가 급증하는지, 남한정착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탈북자 김철용 씨는 "콘돔이란 말은 남한에 와서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다.
    콘돔의 쓰임에 대해 알고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피임 용도로 쓰이는 것을 광고하고
    마트에서 버젓이 파는 것을 보고 놀랐다. 더욱이 콘돔이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 제일 인기 있는 품목이 된 것을 보면서 과정이 어찌되었든 인간생활의 솔직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남한문화를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이 시즌 북한에서 인기 있는 대표적 물품은
    찌총(소형 폭죽)과 두터운 속내의, 패딩, 겨울수건, 장갑, 양말이다.
    얼핏 보면 추운 겨울을 앞둔 시기라 남한과 비슷한 면도 있으나, 찌총은 전혀 생소하다.

    크리스마스를 전혀 모르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이 시기만 되면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찌총 연기를 부담 없이 마신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 길과 동네 좁은 골목길에도 찌총 소리는 연말시기 어디에 가도 낯설지 않게 들려오는 소리다. 귀청을 찌르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한동안 공기 속에 떠돌다가 사라지는 광경은 명절 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찌총은 중국에선 넘어오는 밀수품인데 값이 저렴하고, 성냥개비만한 곽에 적어도 20개의 찌총이 들어있다. 크기는 여러 종류지만 한 곽을 사서 여러 명이 나누어 터트릴 수 있다.

    이 맘때 모자가 달린 패딩을 입고 다니면 아이들의 찌총 과녁이 될 수 있다.
    장난 끼가 많은 아이들과 일부 청년들이 불 달린 자그마한 찌총을 지나가는 처녀들 패딩 모자속이나, 처녀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주변에 던진다. 보통 찌총은 불을 달아놓은 순간부터 5~7초 사이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터진다.

    그때마다 처녀들은 아우성을 치며 손으로 귀를 막고.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다른 때와 달리 '그러다가 배속의 아기가 소리에 놀라 떨어지면 어쩌냐'고 농담 섞인 꾸중을 한다.
    부정적 행동으로 보이는 행위도 설을 앞둔 시기라 뜰 뜬 분위기에 가려지는 시기다.

    온성출신 탈북자 김연옥씨는 "설을 앞둔 시기 찌총을 사는 사람은 아이들과 젊은 사람만이 아니다. 어르신을 모신 집도 적어도 한 곽쯤은 무조건 산다. 구매 목적은 연말 마지막 저녁 온 가족이 모여 부엌이나 복도, 마당 변소에서 찌총을 터뜨린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집안에 숨어살던 악귀가 요란한 소리에 놀라 달아난다는 미신적 관념에서 부터다"고 부연했다.

    그는 "연말에 이웃들과 함께 여러 가지 물품들을 구매하면서 찌총을 샀냐고 조언한다.
    값도 저렴하고 집안의 화근을 쫒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너도 나도 구매한다.
    집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찌총을 터트리고는 2분 정도 출입문을 열어놓는다.
    찌총 소리에 놀란 귀신이 밖으로 나가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남한에 온 후 연말만 되면 고향의 부모님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 상상을 해본다고 한다. 언제면 탈북자들도 남한사람들처럼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을는지, 그들이 내쉬는 긴 한숨 속에 분단의 아픔이 묻어나온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