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압력 높아지지만… 모른척 하고 출마하면 '당 대표' 근접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차기 당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26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월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세균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차기 당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26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월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세균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과 관련해 이른바 '빅3'로 꼽히던 정세균 의원이 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남은 '빅3'인 박지원·문재인 의원에게도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의 이해 득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26일 오전 11시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요구와 당원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2·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세균 의원은 "변화와 혁신으로는 부족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혁명"이라며 "새정치연합의 혁명과 승리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의원은 "국민과 당원, 동료 의원들의 뜨거운 목소리를 듣고 간절한 눈빛을 봤다"며 "국민과 당원들은 전대 혁명을 통해 총선과 대선을 이기자는 열망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혁명적인 전당대회'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세균 의원은 "계파를 초월해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남은 '빅2'의 거취에 대해서는 "그 분들도 중진이고 무게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 의원은 박지원·문재인 의원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컷 오프에서 살아남을 '제3후보'의 부각을 바라는 방향을 기대했지만 불출마 선언에 따른 파급력은 고스란히 문재인 의원을 겨눴다.

     

  •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의 수장 정세균 의원이 26일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문재인 의원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2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의원과 정세균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의 수장 정세균 의원이 26일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문재인 의원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2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의원과 정세균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당장 정세균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부터 2시간 30분이 지난 이날 오후 1시 30분, 김영환·박주선·오제세 의원 등 29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세균 전 대표의 구당(求黨)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전대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도 선당후사(先黨後私)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하고 결단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박지원·문재인 의원 등 남은 '빅2'의 불출마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정성호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빅3 외에 당대표 대안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며 "전대 이후 당을 통합시키는데 주력해야 하는데, 세 분 중 어느 분이 되든 그게 어려우니까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박지원·문재인 의원도 불출마 결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처럼 정세균 의원이 전격 불출마 선언을 하고, 이를 받아 당내 서명파 의원들도 압박의 수위를 높임에 따라 문재인 의원은 엄청난 압력과 함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박지원 의원보다 문재인 의원의 행보에 압박이 쏠리는 데는 '대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이미 지난 18대 대통령후보를 지낸 데다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의 수장으로 차기 대권주자에도 근접해 있다.

    정권교체의 숙명을 안고 있는 야당의 대표가 3년이나 남은 대권까지 '온전히' 버틸 수 있을 지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역대 야당 지도부 가운데 임기를 채운 대표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불명예 퇴진'은 빈번했다.

    만일 당내 비판 여론을 묵과한 채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할 경우 당원들과 의원들 사이에서의 실망 여론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장은 문재인 의원이 압박에 몰린 듯 하지만 결국 전대에서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빅3' 중 문재인 의원은 친노, 정세균 의원은 범친노(汎親盧), 박지원 의원은 비노(非盧)로 분류되는데, 정세균 의원의 불출마로 친노 진영의 당대표 경선 주자가 자동적으로 단일화됐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빅3 중에서도 당 대표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았는데 정세균 의원의 불출마로 더 가까이 가게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달 29~30일에 있을 후보 등록을 전후해서는 다소 잡음이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당권 레이스에 돌입하면 상황이 급격하게 문재인 의원 쪽으로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