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보고서 속 인물, “소음 엄청난 할리데이비슨 타고 미행? 소설이다”
  • ▲ 청와대 문건 중 ‘박지만 미행보고서’에 등장한 경기 남양주 카페 대표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미행에 소음이 엄청난 할리데이비슨을 이용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속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가한 할리데이비슨 동호회원들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청와대 문건 중 ‘박지만 미행보고서’에 등장한 경기 남양주 카페 대표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미행에 소음이 엄청난 할리데이비슨을 이용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속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가한 할리데이비슨 동호회원들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유출된 청와대 문건 중 정윤회씨의 지시를 받은 남성이 오타바이를 타고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이른바 ‘박지만 미행보고서’가 박관천 경정의 창작소설에 불과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박지만 회장을 미행한 남성이 사용한 오토바이가 미국제 ‘할리데이비슨’이란 사실이 밝혀져,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문건에 대한 불신을 더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거대한 차체와 시끄러운 소음이 전매특허인 오토바이로, 미행을 하는데 이런 차종을 사용했다는 박 경정의 주장은 그 자체가 ‘거짓’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오토바이로 박지만 회장을 미행한 남성으로 지목된 경기 남양주 카페 주인의 증언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박지만 회장을 미행한 남성으로 알려진 최희동(49)씨는 18일 중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최씨는 자신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박관천 미행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미행 보고서’에는 최씨의 실명과 직업, 사생활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며, 최씨가 정윤회씨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박지만 회장을 미행 중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문건에 등장하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는 15년 전에 처분했다”면서 문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문건에 나오는 할리데이비슨 외에 다른 종류(이탈리아 150cc 스쿠터 베스파)의 오토바이를 마지막으로 탄 시기는 2008년에서 2009년 사이”라며, 취미로 탔던 것이고 면허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씨는 박지만 회장의 미행에 할리데이비슨을 이용했다는 문건의 내용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은 일반 오토바이에 비해 차체는 물론 소음이 매우 큰 것으로 유명한 데, 어느 누가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미행을 하겠느냐”며, “초등학생도 이런 수준의 소설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윤회씨는 물론 박관천 경정의 이름이나 얼굴도 모른다며, 거듭 이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경정이 ‘박지만 회장 미행설’의 제보자라고 주장한, 전직 경찰간부에 대해서는 “운영하던 남양주 카페에서 한 번 본적은 있지만, 명함만 교환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내가 그 사람(전직경찰)과 어떤 연락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7일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박지만 회장에 대한 미행사실, 박관천 경정과의 친분, 정윤회씨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최씨의 통화기록을 확인했으나, 정윤회씨 및 그 주변인물들과 통화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제보자라고 주장한 전직경찰도 조사해, 박 경정에게 미행설을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사결과, 박지만 회장에 대한 미행설은 박 경정이 ‘꾸며낸 이야기’인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최씨는 “문건에 나온 내용과 시점 등이 터무니없이 짜깁기 돼 있지만, 내 사생활에 대한 부분은 정확하다”면서, 주변 누군가가 음해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흘린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구속된 박 경정을 불러,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경위 및 윗선의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