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억울함 호소, 동료에 대한 배신감 등 겹쳐 극단적 선택한 듯
  • 故 최 경위 친누나가 2년 여 전까지 살던 집. 최 경위는 이 곳과 인접한 도로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 故 최 경위 친누나가 2년 여 전까지 살던 집. 최 경위는 이 곳과 인접한 도로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던 도중, 지난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경락 경위의 자살 장소가, 친누나 집이 바라보이는 경기 이천의 도로변으로 확인됐다.

    최 경위는 지난 13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천 3리 도로변에 세운 자신의 흰색 SUV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이었던 최 경위의 주민등록상 본적과 현주소는 모두 서울. 어린 시절 최 경위가 부모와 살았던 곳은 이천시 설성면 신필리로, 사건 발생 당시 ‘최 경위가 연고도 없는 곳을 사망 장소로 택한 이유’와 관련돼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설성면 장천 3리는, 누나인 최 모씨가 최근까지 살았던 곳이며, 자신이 다닌 초등학교 인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명면 신필리에 있는 최 경위 친누나 집은, 그녀가 2년여 전 경기도 여주시로 이사를 간 뒤, 빈 집 상태로 남아있다.

  • 故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번개탄을 구입한 마트. ⓒ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 故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번개탄을 구입한 마트. ⓒ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최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인근 한 마트에서 번개탄을 구입했다. 번개탄을 구입한 마트와 최 경위의 사망 장소는 차량으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특히, 최 경위의 자살한 장소에서는 그가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가족’과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최 경위가 형과 부인 등 가족들에게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20년 가까이 봉직한 경찰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이 무너진 현실에 좌절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보낼 장소로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할 곳을 미리 결정하고 자살을 준비했음을 짐작케 한다.

    인근 주민들도,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장소로 친 누나 집과 자신이 다닌 초등학교 인근을 선택한 것을 두고, ‘억울함’이 주된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 경위가 사망한 장소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마지막으로 최 경위가 누나 집이 보이는 곳과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등을 보며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나 (청와대 문건 유포 혐의에 대한) 억울함 등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최 경위와 동년배가 아니고, 어린 시절 이사를 갔기 때문에 기억이 별로 없다”면서도, “그동안 쌓아온 명예나 자부심 이런 모든 것이 무너져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한다”고 덧붙였다.

    최 경위가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 이장은 “뉴스에 나고서야 최 경위 고향이 여기인 것을 알았다. 시골이라서 최 경위 또래는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외지로 나갔다. 최 경위 성장배경이나 가정환경 등을 아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자살한 최 경위는 1999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서울 성동경찰서와 충북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등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홍보와 정보파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부속실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일각에선 유족들의 생계를 걱정한 최 경위가, 유죄 확정판결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왔으나, 확인 결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복지정책과에 따르면, 공무원 유족연금은 재직년수가 20년 이상인 경우에만 지급되지만, 최 경위는 군 복무 경력 2년을 합친 근무년수가 18년 밖에 안 돼, 유족일시금을 제외한 공무원 연금 지급대상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