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고맙습니다!" 국제시장, 호빗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 등극


  • 전쟁 직후 부산을 배경으로 파독광부부터 월남전까지 산업화의 시기를 겪는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18일 하루 동안 19만8,722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봉 첫 날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호빗:다섯 군대 전투'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이 '관람 열풍'을 일으키면서 하루 만에 1위를 탈환했다.

    개봉 직전 주요 예매 사이트 '예매율 1위'를 석권하며 대박 조짐을 보인 국제시장은 시작부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웠다. 역대 '휴먼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18만4,972명)를 기록한 영화가 된 것.

    '휴먼영화'는 특정인의 라이프 스토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종전까지는 지난해 초에 개봉한 '7번방의 선물(오프닝 스코어 15만2,808명)'이 개봉 첫 날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였다. '7번방의 선물'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변호인'과 함께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했던 작품.

    이에 따라 영화계에선 '국제시장'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만큼, 이들 영화처럼 '천만 클럽'에 입성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 '영화 평점'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시장'은 개봉 후 9.48(네이버 12월 18일 기준), 9.2(롯데시네마 12월 18일 기준), 9.1(CGV 12월 18일 기준) 등, 같은 시기에 개봉한 작품 중에서 평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무척 뜨겁다. "영화가 끝난 뒤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드리고 싶은 영화", "웃다가 울다가 빠져들어서 봤다. 꼭 한번 더 가족과 함께 보고싶은 영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멋진 영화", "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의 이야기! 웃음과 진한 감동으로 추운 겨울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처럼 영화를 극찬하는 댓글들이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쇄도하고 있다.



  • '산업화 주역' 울린 유일한 영화
    온 몸 던져 가족·나라 부양..뒤늦게 재조명


    영화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지지해온 정통보수세력들도 영화 '국제시장'의 선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은 '국제시장'이 '7번방의 선물' 보다도 '변호인'의 오프닝 스코어(11만9,949명)를 넘어섰다는 점에 더욱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림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변호인'은 실제 역사를 왜곡·편집했다는 점에서 보수 세력의 반발을 샀던 작품이다. '변호인'은 독재정권 치하에서 무고한 시민과 학생들이 공산주의자로 내몰려 피해를 봤다는 '좌경 사상'을 담고 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검사는 심문을 받던 피의자로부터 "공산주의 세상이 오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겁니다"란 협박을 당한 적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변호인'에선 이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공안 검사에 붙들린 것으로 나와 있지만, 사실 이들이 주장한 '민주화 운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공산혁명을 꿈꾸는 민중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였다.

    이처럼 '붉은 민주화'를 주창한 세력을 미화한 영화가 바로 '변호인'이었지만, 정작 영화에선 이들이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작은 영웅들로 그려졌다. 물론 '변호인'은 이 영화가 '팩션'임을 자막을 통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표현기법으로 그려진 이 영화를 본 다수의 관객은 가공의 이야기를 마치 현실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들과 심적 동화가 된 관객에게, 동시대 '산업화'의 주역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국제시장'은 심각한 '반동(反動)'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인 허지웅은 "더 이상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신랄한 비판을 토해내기도 했다.

    '반동'은 진보적(進步的)이거나 발전적(發展的)인 움직임을 반대(反對)하거나 가로막는 행동을 일컫는다. 공산주의자들이 부르주아 계급을 가리켜 '반동분자'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향해 '반동'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산업화 시대의 주역인 '우리 아버지 세대'는 누구보다도 모험을 즐기고 도전에 나섰던 세대였다. 좁은 땅 덩어리에서 벗어나 수출 활로를 모색한 장본인이 바로 우리네 아버지들이요, 서툰 영어 몇 마디만 배운 채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 코피 흘리며 서양 학문을 체득한 이들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상투를 잘라버린 운동권(?) 선비였으며 박정희는 나라를 뒤엎은 혁명가였다. 이들 모두 당대 기득권층과 맞서 싸우거나 각자 위치에서 발전을 도모했던 '리버럴(liberal)'이었다.

    그런데 '변호인'처럼 '엉터리 민주화'를 찬양하는 영화들로 인해 산업화를 일군 영웅들이 '압제자(壓制者)'로 매도 당하고 있다. 변호인 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우리네 아버지'들은 독점적인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꼴통 보수'로 묘사됐다. 그럼에도 불구, 아버지들은 침묵을 지켰다. 아들뻘 되는 이들이 아무리 손가락질을 하고, '반동'이라고 놀려도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 그 시절 아버지들은 왜 바보같이 살았을까?
    "당신 인생인데, 왜 당신은 없냐고요"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는 누군가의 아들에서 출발, 누구의 아버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두루 체험한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젊은 세대처럼 어른들을 욕하지도 않고, 하늘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지도 않는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여기엔 그 어떠한 이유도 필요 없었다. 자신의 혈육이기에, 어떻게든 책임지겠다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만 있을 뿐이었다.

    왜 그들에게 인권이 없었겠는가? 그들이라고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보편적 욕망을 누리지 말라는 법은 없었을 터. 하지만 아버지들은 그랬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참고 또 참았다. 지금 세대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바보처럼 당하고만 살았을까?

    왜 바보처럼 도망치지 않았을까?

    여동생의 혼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덕수는 베트남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이때 덕수의 아내 영자는 "왜 당신은 당신을 위해서는 살지 않아요? 당신 인생인데, 왜 당신은 없냐고요"라고 다그친다.

    마치 오늘날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아버지들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키워냈다. 당신은 시커먼 탄가루를 마시면서도 자식에게는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심연의 굴을 파고 또 팠다.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전장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 아버지를 '반동'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이여!
    영화 '국제시장'을 보라!


    이런 아버지를 감히 '반동'이라고 꾸짖는 이들은 영화 '변호인'을 자랑스러운 자화상처럼 내세운다. 문재인 의원은 이 영화가 마치 자신의 영화인냥 시사회에 참석해 눈물을 쏟았다. 당시 대변인은 이를 그림처럼 묘사해 문 의원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사회주의 공산혁명을 꿈꾸었던 민중봉기 세력은 "자신들은 사실 민주화 투쟁의 주역이었다"며 고개를 뻗뻗히 들고 다닌다. 이들 외에도 많은 좌파 세력이 '변호인'의 흥행돌풍을 자신들의 승리처럼 여기고 있다. '변호인'의 천만관객 기록. 이것은 반미좌경(反美左傾) 사상을 미화한 영화를 '천만 이상'의 국민이 관람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좌경 사상'이 다수의 국민 정서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매스미디어가 좌파 세력에 휘둘리는 요즘 시대에 영화 '변호인'의 성공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산업화의 주역들은 그저 입술을 질끈 깨무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세대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 자식을 위해 다리 한쪽을 내줬건만, 지금껏 '잘했다' '수고했다'는 칭찬 한 마디 들은 적이 없었다.

    "정말 힘들었다"고 피눈물을 토해도 이를 동정하거나 가여워하는 이들도 없었다.

    이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땀을 흘렸던가?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걸까?

    영화 '국제시장'은 이들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웠다고, 존경한다고 고백하는 영상메시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너무나 사랑했노라고 고백하는 러브레터다.

    보수우파의 '산업화'를 대표하는 영화 '국제시장'과, 깡통진보의 '엉터리 민주화'를 대표하는 영화 '변호인'의 경쟁은 결코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승부가 아니다.

    이제 비난과 욕설은 거둬두자. 당신들의 얘기는 그동안 충분히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허비한 아버지 세대에 한 번쯤은 감사했다고 말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런 영화가 천만 관객을 달성하길 소망한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