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보궐선거는 차차 논의하자" 말 아껴
  •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직후,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구 통진당 관계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직후,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구 통진당 관계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겉으로는 충격을 받은 듯 연신 우려 표명,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받아들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두구육(羊頭狗肉)과 같은 자세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헌재의 해산 결정이 내려지자 새정치연합은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결정 직후 즉시 브리핑을 한 새누리당과는 달리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1시간여 지난 뒤에 착잡한 표정으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박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됐다"며 "정당의 운명은 국민의 판단에 따랐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브리핑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통진당의 해산 문제를 제1야당의 입장에서 가볍게 생각할수는 없었다"며 "(헌법재판관) 8대1의 결정이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고 적잖은 충격이었음을 밝혔다.

    당내 일부 계파들은 공식 입장보다 더 나아간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고 김근태계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통진당 해산 선고로 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 탄생한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됐다"며 "민평련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책임감 있게 나서고 행동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날 최고위원 경선 출사표를 던진 오영식 의원도 "헌재의 결정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정당의 존립 여부는 정치적 선택을 통해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새정치연합 측의 반응들을 보면 일견 충격과 우려, 반발이 뒤섞인 혼란스런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통진당 해산 심판을 기다려온 기류도 상당하다.

    당 지도부의 '연대' 결정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했던 지역인 만큼 설욕전을 벼뤄왔던 것이다.

     

  • 의원회관에서 지난달 2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지역위원장 경선 결과 발표회장에서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한 각 후보자의 대리인들이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신기남 의원과 김경협 의원이 단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의원회관에서 지난달 2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지역위원장 경선 결과 발표회장에서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한 각 후보자의 대리인들이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신기남 의원과 김경협 의원이 단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의 3개 지역구에서 당장 내년 4월 29일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최근 마무리된 새정치연합의 전국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이들 지역구에서는 사생결단의 혈투가 벌어졌다.

    △서울 관악을에서는 친노(親盧)계의 정태호 전 청와대 비서관과 비노(非盧)계의 김희철 전 의원이 정면 충돌해 정태호 전 비서관이 지역위원장으로 낙찰됐다.

    △경기 성남중원은 은수미 의원, 정환석 전 지역위원장, 임예호 당무위원, 정기남 전 안철수 캠프 비서부실장, 안성욱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홍훈희 전 청주지법 판사 등 6명의 신청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룬 끝에 경선을 치러 정환석 전 지역위원장이 선정됐다.

    이곳에는 정동영 상임고문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서구을에서는 조영택·정상용 두 전직 의원과 김하중 당 법률위원장이 맞붙어 경선이 선언됐지만, 김하중 위원장이 '부정 경선'을 주장하며 중도 사퇴하는 내홍까지 겪었다.

    이 지역에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당의 광주광역시장 후보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이용섭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도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탈당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복당이 허용되지 않는 관계로 뜻을 접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세 지역구의 지역위원장 선정에 이처럼 신청자가 유독 몰리고, 그 과정에서 잡음과 내홍까지 일 정도로 인기였던 이유는 분명하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통진당 해산에 따라 이들 지역구에서 조만간 보궐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측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에 "지금 이렇게 (보궐선거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역지사지의 자세로 봤을 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차차 논의하도록 하자"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보궐선거가 치러질 세 지역구가 모두 야권 강세 지역"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적어도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보다는 유리한 지역인 만큼 기존에 거론된 인사 외에도 야권 인사들의 출마 채비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