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분량 16만7천쪽, 18m 높이, 제출 증거 3,815건
  •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12월 19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의견 8대1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을 결정하면서, 통합진보당은 창당 2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소속 국회의원 5명 모두 이 시각 이후 의원직을 상실했다. 지난해 11월 5일, 정부 대리인인 법무부가 국무회의 심의와 박근혜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청구서를 접수한 지 409일만의 결정이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모두 18차례의 공개변론을 열었고, 법무부는 2,907건, 통합진보당은 908건의 서면증거를 냈다.

    지금까지 쌓인 심판 기록은 A4용지 16만7000쪽 분량으로, 무게는 888㎏, 문건을 쌓는다면 높이는 18m에 달한다. 문건을 복사하는 데 쓴 비용만 수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헌재가 재판관 8대1의 압도적인 차이로 통진당에 대한 해산을 결정하면서, 통진당은 이날로 문을 닫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잔여재산 환수 등 행정절차가 남아있지만 이는 실무적 사안일 뿐, 결정의 효력은 즉시 발생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정홍원 국무총일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긴급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 의결한 뒤, 유럽을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 결재를 받아 헌법재판소에 역사적인 청구서를 냈다.

    당시 법무부 청구안은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 및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다.

    법무부는 청구서에서 “과거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한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이념을 통진당이 그대로 따르고 있고,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급진 민족해방(NL) 세력이 주도하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북한의 대남 혁명노선과 같다”며 위헌정당 해산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통진당은 “정부가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 등 대선 조작 의혹을 희석시키고 수세에 놓은 국면 전환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강령이나 활동은 북한과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위헌정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드문 사건이란 점에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높다.

    해외 정당해산 심판 사례는 지금까지 독일과 터키 등 2개 국가에서 모두 5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해산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3건이다.

    독일의 경우 1952년 나치당의 후계자로 지목된 사회주의제국당(SRP)이 위헌정당 결정을 받아 해산됐으며, 1956년 독일공산당(KPD)도 같은 결정을 받았다.

    반면 독일 통일 후 연방정부가 청구한 나머지 두 건의 위헌정당 해산 청구는 각하결정을 받았다.

    독일 연방정부는 1993년 함부르크에 기반을 둔 극우정당 민족주의명부(NL)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자유독일노동자당(FAP)에 대해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으나,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이 두 정당이 각종 선거에서 낮은 득표율을 나타내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독일 외에 정당해산 심판 경험이 있는 나라는 터키뿐이다. 2000년 이후 정당해산 심판 사례 역시 터키가 유일하다. 터키 정부는 2009년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친쿠르드 정당인 민주사회당(DTP)에 대해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DTP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