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파키스탄 페샤와르州 학교, 탈레반 무장대원 6명 난입, 어린이 132명 포함 141명 학살
  •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탈레반의 학교 테러로 부상을 입은 학생이 후송되고 있다. ⓒ英글로벌라이트 인포 화면캡쳐
    ▲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탈레반의 학교 테러로 부상을 입은 학생이 후송되고 있다. ⓒ英글로벌라이트 인포 화면캡쳐

    16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州에 있는 육군 공립학교에 파키스탄 탈레반 무장대원 6명이 난입, 학생과 교직원 141명을 학살했다. 사망자 가운데 132명은 10대 청소년과 어린이였다고 한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학교에 테러를 가한 가장 큰 이유는 ‘서구식의 수준높은 교육’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탈레반이 테러를 가한 학교는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서쪽 120km에 있는 공립학교. 전교생은 500여 명으로 파키스탄 육군에서 운영하는 학교다.

    이슬람권 매체 ‘알 자지라’가 파키스탄 정보부(ISI)와 현지 통신원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정리한 당시 시간대별 상황은 이렇다.

    16일 오전 10시 30분 학교로 쳐들어온 탈레반 무장대원은 군복을 입고 있었으며 몸에는 자폭용 폭탄을 두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교실마다 돌아다니면서 학생과 선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일부는 책상 아래에 숨은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고. 100여 명 이상을 학살한 탈레반 무장대원은 살아남은 학생과 선생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에서는 탈레반 무장대원이 군 공립학교를 습격 중이라는 소식을 전달받는다. 정부는 특수부대를 즉각 출동시킨다. 15분 뒤 특수부대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탈레반 소탕작전을 개시한다.

    오후 12시 25분, 학교 선생들이 탈출 절차에 따라 어린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려 시도한다. 인근 학교들은 모두 문을 상태였다.

    오후 3시 47분, 파키스탄 특수부대가 출동한 뒤 탈레반 무장대원들과 대치상황이 계속되는 중이었다. 이때 학교 안에서 최소한 10여 차례 이상의 큰 폭음이 들렸다. 현지 언론들은 구출 작전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했다.

    오후 5시 35분, 11명 이상의 선생들이 학교에서 탈출했다.

    오후 6시 14분, 부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페샤와르의 병원들로 후송됐다. 이때 이미 사망자는 131명에 달했다.

    오후 7시 12분, 파키스탄 특수부대가 마지막 탈레반 무장대원을 사살, 구출작전을 종료한다.
     

  • 파키스탄 탈레반에게 테러를 당한 페샤와르州의 육군 공립학교 인근 지도. ⓒ알 자지라 보도화면-구글어스 캡쳐
    ▲ 파키스탄 탈레반에게 테러를 당한 페샤와르州의 육군 공립학교 인근 지도. ⓒ알 자지라 보도화면-구글어스 캡쳐

    탈레반 무장대원의 파키스탄 학교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141명. 이 가운데 10대이거나 더 어린 학생들이 132명이나 된다. 나머지 10명은 학교 선생 또는 교직원들이다. 부상자 수도 124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알 자지라의 페샤와르 지역 통신원은 “대부분의 저학년 어린이들은 탈레발 무장대원이 난입했을 때 탈출했지만, 고학년 학생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고 전했다.

    살아남은 학생들도 파키스탄 탈레반들의 테러로 큰 충격을 받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알 자지라가 전한 한 학생의 증언 가운데 일부다.

    “한 탈레반 무장대원이 그의 큰 발로 한 학생을 짓누르면서 총알을 퍼부었다. 나는 그가 계속 (친구의 몸에) 총알을 박아 넣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많은 생존자들이 친구와 선생이 바로 옆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한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학교 테러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분노에 휩싸였다. 가장 크게 분노하고 있는 사람은 파키스탄 군부다. 탈레반 무장대원이 ‘학살’을 저지른 학교 재학생 대부분이 군인 자녀들이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탈레반의 학살로 많은 군인들이 가족을 잃었다”면서 “군인들은 탈레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파키스탄 측에 애도를 표시하며 탈레반을 강력히 규탄했다. 한국 정부도 17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탈레반의 학교 테러를 규탄했다.

    “우리 정부는 12월 16일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 소재 학교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여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이러한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 정부는 유가족과 파키스칸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면서 “테러 근절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파키스탄 탈레반 측은 “우리의 여성들은 매년 600여 명이나 살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더 많은 비난을 사고 있다. 

  • 파키스탄 탈레반의 학교 테러 이후 생존자와 현지 언론 간의 인터뷰 모습. ⓒ英가디언 보도화면 캡쳐
    ▲ 파키스탄 탈레반의 학교 테러 이후 생존자와 현지 언론 간의 인터뷰 모습. ⓒ英가디언 보도화면 캡쳐

    반면 파키스탄 정부와 국민들은 탈레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파키스탄 정부와 국민들은 이 학교가 탈레반의 공격 목표가 된 가장 큰 이유가 “수준 높은 서구식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한 파키스탄 군 관계자는 “군이 운영하는 공립학교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자녀를 이곳에 입학시키고 싶어 한다”며 “파키스탄 국민 대부분은 그것이 탈레반이 공격한 이유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학교에서 10대 청소년과 어린이를 무차별 학살한 탈레반은 원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탈레반 세력 가운데 일부와 합쳐져서 커진 조직이다.

    이들 또한 ISIS나 알 카에다와 같은 수니파 살라피스트로 ‘샤리아’와 ‘하디스’에 따라 인간을 다스려야 한다고 믿는 광신도 조직이다.

    수니파 살라피스트들은 천부인권사상, 인간의 평등, 자유민주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법치주의 등을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들”이라며 모두 부정한다.

    TV나 라디오, 신문과 같은 미디어의 존재도, 대중음악이나 영화를 즐기는 것도, 흡연을 하는 것도 "불경죄"라며 용납하지 않는. 여성이 교육을 받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것 또한 금기시한다. 

    이 같은 수니파 살라피스트들에게 여자가 교사이고, 서방의 문물을 가르치는 파키스탄 육군 공립학교는 테러 목표로 최우선 순위였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