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시행되는 공연들 대부분은 남자 배우 일색인 경향이 많다. 여자 배우들은 남자 배우의 첫사랑 등 양념 역할에 그치거나 여장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공연 등 여성 배우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의 주요 관객이 여성이다 보니 그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 배우들이 카리스마를 보여주거나 무대를 압도하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척박한 뮤지컬계의 현실 속에서 두 명의 여성이 주인공인 뮤지컬이 있다. 바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지난 11월 한국에서 역사적 초연을 시작했다.


  •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은 우리가 익숙히 잘 알고 있듯이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부인이자 사치와 화려함의 아이콘으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비련의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이고, 또 한명은 빈민가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떠돌며 시궁창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그리드 아르노'이다.

    일본 소설인 원작에서는 '마그리드 아르노'가 주인공이 되어 극 전체를 이끌어 나가지만 한국 관객들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더 궁금해 했다. 이에 제작자들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작품을 각색했고, 이야기의 중심이 '마리 앙투아네트'로 옮겨졌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4살에 적국인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 와 '프랑스에서 온 암캐'라 불리며 프랑스 국민들의 멸시를 당하던 왕비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온실 밖에 나가보질 못했기 때문에 온실 바깥의 세상을 모르는 것일 뿐 그녀는 순수하다.

    '목걸이 사건', '바렌 사건' 등을 계기로 프랑스 시민들에 의해 형장의 이슬이 되기는 했지만,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모성애 또한 빛이 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18세기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해 만든 수십 벌의 의상들은 마치 어릴 적 인형놀이를 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마그리드 아르노'는 거리의 여자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거리를 떠도는 여자이다. 자신과는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악의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그녀 탓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혁명에 적극 가담할 만큼 정의롭고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마그리드 아르노'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빛나게 하는 역할이 아닌 그 시대의 아픔을 대표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 무엇보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최고의 볼거리는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역을 맡은 옥주현은 뮤지컬계에선 이미 탑 클래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엘리자벳>, <레베카>, <위키드>에서 연달아 주인공을 맡으며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뮤지컬 관객들은 그녀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리고 기대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옥주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준다.

    옥주현은 순수한 시절부터, 어머니로써 모성애를 보여 줘야하는 장면까지 어색함 없이 풀어내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같은 역을 맡은 김소현 또한 옥주현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마그리드 아르노'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연민을 품게 되는 계기가 되는 그녀의 모성애를 누구보다도 잘 표현하고 있다. 배우 김소현이기도 하지만 실제 손주안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녀의 연기가 더 와 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그리드 아르' 역은 뮤지컬 배우 윤공주와 차지연이 맡았다. 이미 수많은 극에서 뮤지컬 배우로써 입지를 다져온 두 배우지만,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마그리드 아르노'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인 만큼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번 뮤지컬에서 두 배우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인 '더는 참지 않아!'에서 들려주는 두 여배우의 파워는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기에 충분하다.

    옥주현, 김소현을 보러 갔다가 윤공주, 차지연에게 빠져 나온다는 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여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인간으로서의 '마리 앙투아네트'도 '마그리드 아르노'도 불쌍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면서 감동이 더해진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2월 1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