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동원 ‘해운대’ 윤제균 감독, 5년 만의 복귀작


  • 벌써 4번째다.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콧물을 들이키며 억지로 마음을 추스리던 중 옆에 앉아 있던 관객이 훌쩍이는 게 느껴진다.

    힐끗 쳐다보니 다행스럽게도 남자였다.

    안도감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아, 이젠 나도 울어도 되겠구나.’

    정말 오랜만에 연신 눈물을 훔치며 영화를 봤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 대부분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 시대를 살아보지 않는 내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보릿고개를 넘긴 아버지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오죽할까?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흥남철수, 파독광부, 이산가족 등 한국사 관통
    “진짜 힘들었거든요, 아버지!” 황정민 명연기

    영화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우리네 아버지들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아버지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아버지를 아낌없이 추억하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이름’을 반추하게 만드는 영화다.

    ‘아버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유일한 주제다.

    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가족을 품에 안고 엷은 미소를 잃지 않던 ‘그 분’의 삶을 담아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마치 ‘포레스트 검프’처럼 현대사의 굵직한 현장마다 나타난다.

    흥남철수와 파독광부, 이산가족 상봉 등 대한민국의 실제 역사적 사건을 몸소 체험한 ‘아버지’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또 버티는, 눈물겨운 생존기를 선보인다.

    영화 초반,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의 다섯 식구가 등장한다.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 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또 한 번 생사의 위기를 넘긴 덕수는 그토록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파독 광부로 떠났던 덕수가 베트남에 참전하고 이산가족찾기에 나서 잃어버린 가족과 해후하는 모습은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이 그 간극을 메웠다.

    특히 매신마다 펼쳐지는 황정민의 신들린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명실공히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황정민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우리 시대의 아버지, 그 자체로 변신했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오달수-김슬기 감초 연기, 윤제균 연출로 조화
    정주영, 앙드레김, 남진… '카메오 캐릭터' 등장

    황정민은 자신이 연기한 ‘덕수’라는 인물에 대해 “이 땅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덕수’는 바로 우리들 곁에 언제나 머물러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징한다.

    너무나 익숙한 존재이기에, 어느새 잊혀진 존재가 돼 버린 아버지. 황정민은 그런 아버지로 분해 혈기왕성한 청년의 모습부터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모습까지, 드라마틱한 인물의 변화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마지막 신에서 정진영의 사진을 바라보며 “아버지 나 힘들었어요”라고 흐느끼는 덕수의 외침은, 일평생 그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의 무게가 어떠했는지를 실감케 한다.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을까?

    ‘흥남철수’ 작전 때 아버지와 생이별한 덕수는 얼떨결에 ‘가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

    어린 나이에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가 된 덕수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동생들을 돌보고 어머니를 모신다.

    성적이 뛰어난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훌쩍 독일로 떠나는 덕수.

    가족에게는 '괜찮다'며 웃는 얼굴로 나섰지만, 뒤스부르크 탄광에 도착한 덕수는 생과 사가 갈리는 중노동에 시달리며 근심 속에 하루하루를 버틴다.

    지하 탄광에 매몰됐다 극적으로 구조되는 등 갖은 고생을 다한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덕수는 '끝순이'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한 번 자신을 '사지'로 내몬다. 영자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월남으로 떠난 덕수와 달구. 현지에서 아이를 구하려다 총상을 입은 덕수의 귓가에 영자의 외마디 외침이 맴돈다.

    “왜 당신은 당신을 위해서는 살지 않아요? 당신 인생인데, 왜 당신은 없냐고요?”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최강의 연기파 배우 황정민, ‘국민 아버지’로 돌아오다!
    오달수, 김슬기 등 감초 배우, 스크린 기대주 앙상블

    윤제균 감독은 극중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장영남 등 주연 배우들에게 캐릭터의 20대부터 70대까지 일대기를 소화하도록 주문했다.

    이를 위해 노인 분장에 있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007 스카이폴’의 스웨덴 특수 분장팀이 동원됐다.

    이들이 영화 속에서 구현한 ‘나이든 황정민’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푹 꺼진 눈매, 피부 톤까지 실제 노인의 모습이 완벽하게 표현됐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졌다. 실감나는 분장과 더불어 황정민의 디테일한 연기 또한 감동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됐다. 

    외면의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해 낸 황정민의 연기가 ‘국제시장’의 리얼리티를 살렸다면, ‘껌딱지’처럼 덕수를 따라다닌 오달수는 관객에게 시종일관 웃음보따리를 안겼다.

    ‘달구’라는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윤 감독은 실제로 오달수를 떠올리면서 캐릭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구는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와 만나 긴 세월, 무슨 일이든 함께해 온 둘도 없는 친구다. 덕수와 함께 파독 광부를 지원하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베트남 한 복판에서도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달구는 지하 1,000m의 막장에서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여자를 밝히는 인물. 그 대가(?)로 한 파티장에서 독일 女사감과 악몽과도 같은 밤을 보내게 된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007 스카이폴’ 스웨덴 특수 분장팀 ‘70대 리얼 분장’ 화제
    정주영, 앙드레김, 남진 등 ‘카메오 캐릭터’ 등장 ‘깨알재미’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중 27세 꽃다운 나이에 광부로 파견 온 ‘덕수’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영자’ 역은 글로벌 스타 김윤진이 맡았다.

    가슴 절절한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윤진은 ‘국제시장’에서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그리고 어머니의 자리를 평생 지켜온 ‘영자’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탄광에 갇혔다 구조된 덕수를 바라보며 오열하는 모습부터, 결혼식 당일 남편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마지못해 ‘노오란 셔쓰의 사나이’를 열창하는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생애 처음 노역에 도전한 김윤진의 70대 연기도 또 하나의 볼거리. 폭삭 늙은 겉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유일한 옥의 티다.

    이 영화에는 현대사를 수놓은 유명 인사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시장 거리에서 “기브 미 쪼꼬레또”를 외치며 미군에게 구걸하는 덕수와 달구를 만난 한 남성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명대사를 남기고 사라진다. 이 남성은 다름 아닌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이다.

    이외에도 ‘꽃분이네’에서 옷감을 고르는 앙드레김(김봉남)과, 베트남 전장에서 덕수를 구하는 가수 남진까지 다양한 추억의 스타들이 영화 곳곳에 출연해 웃음을 자아낸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1950년 한국전쟁, 흥남철수부터
    1983년 이산가족 상봉까지…
    <국제시장>으로 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1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의 이별 - 흥남철수

    흥남철수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작전 중이던 미군 부대가 흥남항을 통해 대규모 해상철수를 하며 일주일 동안 1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을 남쪽으로 이주시켰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만 1만 4,000여명의 피란민을 태웠다. 이는 세계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기록으로, 세계 전쟁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인도적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시장'은 흥남철수 당시 마지막 남은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올라타기 위해 항구에 몰려든 피란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그때의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한, 배를 타는 과정에서 아버지, 여동생과 헤어진 '덕수(황정민 분)' 가족의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2 막내 동생 등에 업고 학구열을 불태우던 곳 - 임시 천막학교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에는 전국각지에서 피란 온 어린이들을 가르치던 임시 천막교실이 많았다. 군용천막에 칠판 하나 걸어놓은 천막교실에서 일하러 간 어머니 대신 동생 '끝순(김슬기 분)'을 등에 업고 수업을 듣는 ‘덕수’를 통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그 때 그 시절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3 사람 빼고 다 외제! 피란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거리 - 국제시장

    광복 후, 전시 물자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상인들이 지금의 국제시장 자리를 장터로 삼으면서 형성된 국제시장은 ‘사람 빼고 다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 국제시장을 주요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과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현재까지 서민들의 일상이 담겨있는 공간이기도 한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살아온 격변의 시대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4 무슨 일이 있든, 어디에 가든, 하루에 한번 전국은 일시정지 - 국민의례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1970년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봄, 여름, 가을에는 오후 6시, 겨울에는 오후 5시로 나누어 해가 지기 전 애국가를 방송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애국가가 울리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도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의례가 끝날 때까지 경례를 해야 했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5 가족을 위해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난 사람들 - 파독 광부와 간호사

    1960년대, 한국의 심각한 실업난과 외화부족사태 등으로 어려웠던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많은 수의 젊은이들은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서독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당시 10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파독 광부로 가게 가게 되었고, 서독으로 파견된 근로자들은 크게 광부와 간호사로 나뉘는데 광부들은 위험이 도사리는 지하 1,000m의 막장에서 힘든 노동에 시달렸고, 한국에서 온 간호사들의 주된 업무는 시체를 닦는 일이었을 정도로 병원의 힘든 일을 도맡았다. '국제시장'은 ‘덕수’와 '영자(김윤진 분)'를 통해 자신들의 꿈은 뒤로하고 오롯이 가족들을 위해 서독에서 열심히 일한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

    #6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기적의 순간 - 이산가족 상봉

    1983년 6월, 패티 김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배경 음악으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때 가족과 친지를 잃고 남과 북으로 헤어져 살고 있는 수 많은 이산가족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으로 잃어버린 혈육을 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다. '국제시장'의 ‘덕수’ 역시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해 30여 년 전 흥남철수 때 헤어진 아버지와 여동생 ‘막순’을 찾아 나선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좌파 문화계 대변해온 CJ, 사업보국(事業報國)으로 회귀?

    "우리 CJ가 확 달라졌어요! 이렇게…"

    먼 길 돌아온 CJ, 영화 '국제시장'으로
    선대회장 경영철학 실천

                                                      최종편집 2014.12.10 13:58:11 조광형 기자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1950년대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존 하워드는 작가들에게 "공산주의 전부를 보여주거나 애써 설명하려 들지마라. 그냥 지금 쓰고 있는 대본에 공산주의 원리를 5분, 당 노선을 5분 정도 집어 넣어라"고 조언을 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 달튼 트럼보는 "제 값을 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전투를, 일종의 문학 게릴라전(戰)을 감행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초창기부터 헐리우드 문화계에 뿌리박힌 좌파 세력은 오랫동안 '현실 비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회주의 이념을 설파해왔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마이너리티 운동은 기득권층에 저항하는 문화혁명으로 연결됐고, 이는 좌파 문화전성시대를 여는 단초로 작용했다. 경쟁력이 약한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은 좌파 문화를 공유하며 현실 도피를 꿈꾸고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이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실 부정'은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과 피해의식으로 확산됐다.

    음모론(conspiracy theory)도 좌파들이 '군중 길들이기'에 활용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JFK(1991)'가 대표적인 예다. 이 영화에서 존 F. 케네디는 현실과 달리 베트남 전쟁을 종식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평화를 주창하는 케네디를 다국적 기업과 손잡은 미국 CIA가 제거했을 것이라는 게 이 영화의 주된 골자. 철저히 허구적 내용으로 그려진 영화지만 'JFK'를 관람한 많은 대중은 오늘 날에도 이것을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대중의 왕'을 부패한 권력과 거대 기업이 암살했다는 맹랑한 시나리오는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게 됐다.

    문제는 좌파이념에 물들은 순진무구한 대중이 곧잘 부패한 정치권력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의 영웅' 케네디의 비극적 죽음을 다룬 영화 'JFK'는 공교롭게도 부패 정치인의 상징과도 같은 빌 클린턴을 당선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학창 시절 백악관을 방문한 클린턴이 케네디와 만나는 장면을 삽입한 정치 광고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클린턴은 부패 권력에 맞설 차세대 정치인로 각인되는 효과를 거뒀다.

    우중(愚衆)을 기득권 타개를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2012년 9월 13일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누적 관객 1,232만 3,408명을 동원, 역대 흥행순위에서 5위에 랭크돼 있는 영화다. 당시 이 영화는 '주인공이 특정 정치인을 연상시킨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잠시 영화 '광해'에 얽힌 한 편의 리포트(?)를 감상해보자.

    문재인 후보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늘(12일) 저녁 6시 서울 신촌 아트레온 영화관에서 '광해'의 추창민 감독 등 제작관계자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영화 '광해'를 관람했다.

    문 후보는 영화관에 들어서면서 박수치는 아주머니 일행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영화 관람에 앞서 휴게실에서 제작진과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제작진으로부터 "와주셔서 감사하고 솔직히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송영길 시장이 시정일기에 글을 올렸더라구요"라면서 영화를 안볼 수 없게 된다던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 후보는 영화가 종료된 뒤 만감이 교차한 듯 잠시 자리에 앉아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일어서 출구 쪽으로 나갔지만, 다시 빈 객석 뒤편에 혼자 앉아 감정에 북받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약 5분간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추스렸고, 깊은 상념에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들은 소감을 들으려고 했으나 끝내 문 후보는 "다음에~"라며 감정이 계속 교차되는 듯 했다.

    저녁 8시 30분부터 근처 식당에서 있은 만찬을 하면서 기자들로부터 영화 소감을 다시 요청받자 "오늘은 소감을 말 못하겠어요. 눈물이 많이 나서.."라며 감정의 여운이 지속되었다.

    한편 '광해'에서 왕이 된 주인공 '하선'은 조선시대 당시 사람이 먼저인 세상과 경제민주화를 꿈꾼 선각자적 지도자로 그려졌다.


    이 글은 2012년 10월 12일 당시 민주통합당 이헌태 부대변인이 올린 서면 브리핑이다. 낯뜨거운 수식어가 난무하는 이 브리핑에서 '광해'의 주인공 하선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과 '경제민주화'를 꿈꾼 선각자로 묘사됐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후보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팩션(faction)이었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진행된 '정치적 여론몰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하선'을 특정 인물의 이미지에 투영시키는 착각을 일으켰다.

    영화 개봉 후 정확히 3개월 만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8%의 득표율을 얻어 51.6%의 득표율을 얻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완패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영화 '광해'의 후광 효과를 등에 업은 문재인 후보의 기세는 대단했다. 영화의 흥행 속도와 비례해 문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도도 점차 높아졌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 막판 문 후보의 대역전을 점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영화의 '위력'을 피부로 실감했던 문재인 의원은 2년 뒤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선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해당 영화를 재기(再起)의 발판으로 삼는 묘수를 부렸다.

    2014년 1월 1일  측근들과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문재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뭐라고 조언했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뜸 "요즘 영화 '변호인'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로 선수를 쳤다.

    기자가 묻지도 않은, '변호인'을 굳이 거론한 것은 문재인 스스로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문재인 의원은 3일 부산진구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아 영화 '변호인'을 단체 관람한 뒤 "부당한 시대에 지식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들에게 묻는 것 같다"면서 "당시와 지금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생각하게 된 영화"라는 촌평을 남겼다.

    '변호인' 역시 '광해'와 마찬가지로 '팩션'에 가까운 영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림사건'을 맡았던 대표 변호사가 아니었다. 영화 속 '송우석'이란 인물처럼 혼자 총대를 매고 뛰어든 적도 없었다. 문재인 의원도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없지만, 세간에는 김광일 등과 함께 무료 변론을 맡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하지만 '변호인'을 통해 이같은 루머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이 영화는 문재인 의원과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미담(美談)으로 활용돼 왔다.

    문재인 의원이 이토록 사랑했던 영화 '광해'와 '변호인'은 공교롭게도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에서 나란히 5,6위를 기록했다. 문재인이 대권에 도전하거나 정치 재기를 도모할 때 동종 영화들이 개봉, 흥행몰이를 했다는 사실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광해'는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기획한 작품이고, '변호인'은 캐피탈원, 동문파트너즈 등과 함께 CJ창업투자가 공동 투자한 작품이다. 이에 영화계에선 "2년 전 '광해'로 재미를 본 CJ가 또 다시 좌파 영화인 '변호인'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CJ가 야당을 민다'는 괴소문은 이때부터 서서히 공론화 되기 시작됐다.

    실제로 CJ가 좌편향적인 스탠스를 취한 시절은 있었다. 비근한 예로 대선 열풍이 일던 2012년 CJ 계열 케이블방송채널인 tvN은 SNL코리아의 '여의도텔레토비'를 통해 신랄한 정치풍자를 시도했다. 표면적으론 여야 모두를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풍자 코미디 특성상 주된 타깃은 현 정부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해 영화 '광해'마저 대성공을 거두면서, 세간에는 'CJ=좌파'라는 인식이 불변의 진리처럼 퍼져 나갔다.

    이는 무척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시장경제에 근본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좌파 세력이 시장경제의 '총아'인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 이는 음지에 숨어 있던 '문화권력'이 양성화 됐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른바 '좌파 콘텐츠'가 시장에서 큰 이문을 남기면서, 좌파 스스로 '산업화'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오류에 빠졌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장 척결을 내세웠던 좌파가 거꾸로 시장 공고화에 압장서고 있다면 이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좌파는 아닐 것이다. 좌파가 자발적으로 변신을 꾀한 것인지, 아니면 기업에서 좌파 콘텐츠를 차용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자본으로 힘을 키운 변질된 좌파세력이 문화를 통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호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 영화 한편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부림사건'이 재조명됐고 명백한 과거의 역사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역사적 왜곡 현상이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간직한, '문재인'이란 정치인이 다시금 스타덤에 오른 것도 '변호인'이 가져온 여러 반사이익 중 하나였다.

    당시 수사 기록을 보면 '부림사건'은 멀쩡한 일반인을 공산주의자처럼 만들어서 범죄사실을 억지로 만들어 낸 '조작사건'이 아니라, 반미좌경(反美左傾) 사상에 심취한 자들이 일으킨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들은 하나같이 "이 사건은 조작됐다"고 말한다. 'JFK'에 심취한 영화팬이 "케네디는 CIA가 죽였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김대중 정권 하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 CJ는 '좌파 콘텐츠'를 일종의 '킬러 콘텐츠'쯤으로 치부한 듯 하다. 지금까지 CJ가 제작을 하거나 투자를 한 작품들을 보면 경찰이나 군대, 관료들이 매우 무능하고 부패한 '공공의 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흔하다. '쉬리' '한반도' '괴물' '공공의 적' '강철중' '살인의 추억' '아저씨' '화려한 휴가'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권력은 폭력과 부조리와 무능력으로 점철된 '암적 존재'나 다름없다. 반면 '친구' '추격자'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에 등장하는 조직폭력배나 매춘업자는 오히려 정의롭고 양심적으로 그려진다.

    'CJ가 야당을 민다'는 소문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널리 확산된 얘기이지만, CJ가 관여한 영화들 상당수가 좌파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작품이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퍼진 상태였다.

    좌파 성향의 방송인과 대중 연예인들이 앞서 문화권력을 쥐고 있었고, CJ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뛰어들면서 매칭 포인트가 전혀 없던 두 세력은 자연스레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는 공생관계로 발전했다.

    대기업이 특정 부문에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이윤 창출 때문이다. CJ가 손대는 작품들에 관객이 열광하고 자본이 모여든다. 그러면 그 안에서 잉태된 좌파 문화인사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들고 나와 고유한 좌파 정서를 주입시킨다.

    학습된 대중은 이른바 좌파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하는 우량(단골) 고객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관객의 정서가 '좌편향적'이라고 판단하는 제작사는 계속해서 동질의 작품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영화판에서 '조폭 아류작'이 순환되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경제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같은 기조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좌편향 영화에 치중해 왔던 CJ가 조금씩 '우파 영화'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최고로 치던 CJ가 '돈이 안되는 영화'에 자금 지원을 하고, 탈북자를 적극 끌어안는 등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쉽게 제작이 무산됐지만, 모두가 외면하던 '연평해전 프로젝트'를 돕고 나선 기업이 CJ이고, 북한의 인권유린실태를 영상에 담은 영화 '48M'을 과감히 상영관에서 개봉한 곳도 바로 CJ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CJ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기치를 다시금 '경영철학'으로 내걸기라도 한 걸까? 여기엔 숨은 공신이 있다. 여러 애국단체들은 올해부터 CJ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좌파 일색인 CJ의 문화 콘텐츠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도마 위에 올랐던 '여의도 텔레토비'가 폐지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같은 애국적 논리로만 CJ의 변화 요인을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시장경제의 '총아'인 CJ가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할리는 만무하다. 그 해답은 바로 영화 '명량'에 있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 기반을 둔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좌우 양진영의 시각을 모두 반영한 영화다. 기득권층에게 버림 받은 이순신 장군이 백성을 위해 재기한다는 내러티브는 주류에 대항하는 운동권 투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구한 불세출의 영웅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가치를 수호하고 보전하는 보수의 이념에 더욱 충실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양진영 논리를 골고루 반영한 '명량'은 누적 관객 1,761만 1,476명을 동원해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이 관람한 영화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보수우파 관객을 끌어안은 CJ의 전략은 국내를 떠나 북미에서도 희소식을 가져왔다. '명량'은 뉴욕·보스턴·시카고·아틀란타·시애틀·뉴저지 등 북미 전역에서 지금까지 258만 9,810달러(약 28억 8,764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명량'은 CJ엔터테인먼트가 북미에 직접 배급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보유했던 영화 '광해'의 기록을 넘어섬과 동시에,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약 26억 5,458만원)'과 2007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약 24억 5,457만원)'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명량'으로 대성공을 거둔 CJ는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보수적 색채가 짙은 영화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레트로(Retro) 열풍을 일으킨 CJ는 이제 '영화판'에서도 잊혀져간 아버지 세대를 재조명할 계획이다.

    CJ가 올 연말 야심차게 준비한 '보국(報國) 프로젝트'의 정점은 영화 '국제시장'이 찍을 태세다.

    '국제시장'은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이 살아온 격변의 시대를 주인공 '덕수'의 인생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 '국제시장'은 흥남철수, 파독 광부, 이산가족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고르게 영상에 담아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본 한 영화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국제시장은 박정희 시대를 미화한, 책임지지 않는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반동 영화'라고…. 과연 그럴까?

    티저 예고편 등을 통해 '국제시장'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족만을 위해 한평생 살아온 부모 세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17일 개봉할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힘든 세상 우리가 겪은 게 다행이라는 말이 아빠가 된 지금 나의 마음에 너무 와 닿는다”_gkwl****,

    “우리 아버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현재의 삶,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영화로 나왔다!”_smne****,

    “올 겨울은 국제시장 너로 정했다! 울 아빠랑 오랜만에 같이 극장 가고 싶다”_rin_****,

    “엄청난 감동이 예상된다. 엄마 아빠 생각나서 울컥하네”_sylo****,

     “예고편만 보고 울컥하긴 처음이다!”_cger****,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감동이 온다!”_jyll****,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 생각나는, 부모님과 같이 보면 좋을 영화!”_네이버 블로그 always0026


    댓글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에 와닿는다. 이같은 반응을 그저그런 '알바'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의 주장에 따르면 ▲노무현 시절은 '박정희에게 막무가내 반항했던 사람들의 시대'였고, ▲이명박 시절은 '박정희 고속성장에 대한 향수에서 시작된 시대'였으며 ▲현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과오'가 많다하더라도, 그가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설계하고 주도한 사람이라는 사실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경제강국의 토대를 마련한 '아버지 세대'는 바로 '박정희 시대'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번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국제시장'이 추구하는 '레트로'도 바로 이것이다. 아버지 세대와의 단절이 아닌, 화합을 꾀함으로써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발판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것이다. 이는 발전적인 '반추'이자, 긍정적인 자기 반성이라 할 수 있다.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에 대해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야기"라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만든 영화"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당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 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관객들이 '국제시장'을 보고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진심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부모와 자식의 입장에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CJ에게 '국제시장'은 어쩌면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올해가 '사업보국(事業報國)'으로 대표되는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되찾는 원년이 되길 바라며….

  • ▲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