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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자원외교를 가치로 카자흐스탄에 이어 러시아를 순방 중이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9월 22일 동행한 기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교는 장기적이다.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협력 토대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해 8월 31일 한겨레신문은 동북아에너지전쟁이라는 제하의 특집기사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자급률은 3%대로 F학점 수준이라며 에너지원의 자주개발율을 10%대로 끌어올린다는 정부계획을 긍정적 기조로 보도했다.

    아울러 정부는 자원외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는 동남아와 중남미로 이어진다. 신기남 전의장도 대통령의 자원외교 후속차원에서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장관과 기관장 등의 특별기고가 이어지며 자원외교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온 국민의 성원을 주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2005년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의혹이 제기되며 당시 실세로 불리던 이광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연루의혹에 휩싸인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오일게이트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정치공세를 벌였으나, 특검은 아무 소득없이 끝나고 말았다.  

    2014.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투자개발하고 있는 멕시코의 볼레오 구리광산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라며 전면적인 공세를 펼쳤다.

    MB정부의 자원외교 주역인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전사장의 작품이라며, 현재 사실상 부도상태에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혈세 2조원을 날릴 수 있다고 몰아 부치고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7월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 이한호 사장은 바로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을 자원외교의 신규 프로제트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참여정부 말기인 2008년 1월 이사장은 멕시코 볼레오 광산이 직접투자 사업의 하나라고 발표했다. 그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도 계속 사장직을 유지해온 이한호 사장은 2008년 4월 동광산의 지분 3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MB의 대표적 자원외교 실패사례라며 야당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자원외교는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없이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도 자원외교를 주요 국정 아젠다로 세웠다. 물론 참여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해 정치적 평가와 판단은 배제했다.

    이는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지속해야하는 국가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도 자원외교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인선의 주요 기준이 되기도 했다. 자원개발의 성공률은 20%를 밑돈다.

    기업의 경제논리나 사업논리로는 수행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함에도 각국은 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의 역량을 쏟아 붇고 있다. 1970년대 산유국의 꿈을 안고 추진한 대륙붕 7광구 유전개발 사업이 단적인 예다. 지금 이 사업이 잘못됐다고, 혈세를 낭비했다고 말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한 만큼 자원외교는 사업성 검토를 잘 해야한다. 그 일을 수행하는 정부 부처와 각  수행기관은 주인의식을 철저히 해 국민과 국가에 겸허한 자세로 수행해야 한다. 물론 개인적인 비리와 잘못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국민들의 알 권리는 훼손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로 선전선동할 권리는 이 나라 누구에게도 없다. 지금 국민경제는 매우 어렵다. 세월호 사건으로 얼어붙은 소비경제 심리는 해빙기에 들기도 전에, 국회의 지리한 정치공세로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세를 극대화시켜 놨다.

    이제는 초겨울 한파로 국민경제가 더더욱 얼어붙고 있는 판국에 정치공세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원외교 등 소위 '사자방' 국정조사 논쟁은 국민들과 정치의 틈을 더 벌려놓을 것이 뻔하고, 이는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제 정치가 국민에 대해 진정으로 겸손해 지기를 바랄 뿐이다.

    김석붕 객원논설위원(前 청와대문화관광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