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책임 반드시 묻겠다"… 윤리위 회부 시사
  • ▲ 새정치민주연합 평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임홍채 평당원협의회 상임대표(가운데)와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오른쪽)이 점거 농성을 푸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평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임홍채 평당원협의회 상임대표(가운데)와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오른쪽)이 점거 농성을 푸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내년 2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이 당원 10여 명에 의해 점거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15일 오전 9시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리기 직전, 새정치민주연합 평당원협의회원을 자처하는 10여 명의 당원들은 기습적으로 국회 당대표실로 진입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상대책위원 전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에 따라 문희상 위원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점거가 풀릴 때까지 옆방에서 대기했으며, 이날 예정됐던 비상대책위원회의는 30여 분 뒤에야 열렸다.

    점거 농성자들은 2·8 전당대회와 관련해 "국민공감 없는 비대위원은 전원 사퇴하고, 참신하고 역량 있는 당내외 인사들로 (재)구성해 당원 중심의 (전당대회) 플랜을 천명하라"와 "전 당원 1인 1표로 직접 현장투표하고 당원소환제를 도입하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이들은 그간 수차에 걸쳐 자신들의 요구안과 관련해 당 지도부 면담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해 이날 이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서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임홍채 새정치민주연합 평당원협의회 상임대표는 "당원한지 십여 년이 된 내가 신사적으로 하려고 집이 광주인데도 찜질방을 전전하고 (서울에) 있다"며 "이번 주에 (광주에) 내려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임홍채 대표는 "공문으로 면담 요청도 하고 수행비서에게 연락해서 평당원의 뜻을 말씀드리겠다고 꼭 연락 부탁드린다고 했는데도 문희상 위원장이 묵살했다"며 "예의가 없다, 무례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방법(점거 농성)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평당원 서영수 씨는 "배지(국회의원 금배지)가 누구 덕인데 배지를 가슴에 달고 즈그들(자기들)이 영광을 다 누려왔다"며 "당원들 뜻은 듣지도 않고 즈그들끼리 컷오프라니 장난하는거냐"고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문희상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국회 본회의와 긴급현안질문이 있으니 일단 회의가 끝난 뒤에 따로 문희상 위원장과 면담하라는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과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등의 설득에, 서영수 씨는 "혼자 나가면 꼼수가 수십 단인 문희상 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여기 와서 (면담) 하라"고 요구했다.

    침묵시위를 할테니 들어와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하라며 퇴장을 거부하던 이들은 오전 9시 30분이 넘어서야 추후 비대위원 전원과의 면담을 약속받고 철수했다.

    30여 분이 지나서야 당대표실에 들어온 문희상 위원장은 "내가 1980년부터 정치했으니 34년째인데 역사적 증인 노릇해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여러 일들을 당하고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희상 위원장은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며 "윤리위원회는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점거 농성을 한 당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점거 농성 사태에 가볍게 흥분했는지 문희상 위원장은 개회 선언 없이 모두발언을 이어나가, 모두발언이 끝난 뒤에야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의사봉을 두드리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당대표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새정치민주연합 평당원협의회의 행동에 배후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에 잠겨 있다.

    이날 회의에 가장 먼저 입장해 점거 농성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평당원협의회의) 정체를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은 "정체불명의 집단"이라며 "입당한지 얼마 안 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점거 농성을 주도한 당원들이 스스로 호남 출신이고 각각 10여 년, 30년 민주당 당원이었다고 밝혔으나, 당내 구민주계의 수장 격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은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평당원협의회를) 전혀 모르고 그 주장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이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질의서에 회신한 의원들도 조경태·정청래·황주홍 의원 등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