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ADD·대우중공업 등이 개발 시작…2010년대 배치 계획은 실패
  • 美해군이 실전배치한 레이저포(LaWS). ⓒ대만 테크뉴스 보도화면 캡쳐
    ▲ 美해군이 실전배치한 레이저포(LaWS). ⓒ대만 테크뉴스 보도화면 캡쳐

    지난 10일 국내 언론들은 美해군이 ‘레이저포(LaWS)’를 실전배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국내 민간군사연구가들 사이에서 ‘레이저포’에 대한 소식은 낯설지 않다. 미군은 2000년 초에 이미 ‘공중발사레이저(ABL-1)’의 시험을 모두 끝낸 상태고, 한국군 또한 90년대 말 레이저 무기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美해군 30kW급 레이저포 실전배치
    수 년 내 150kW로 업그레이드


    美해군이 10일(현지시간) 실전배치한 레이저포는 아라비아해에서 활동하는 제5함대 소속 강습상륙함(LPD) 15번함인 ‘USS 폰스(Ponce)’다.

    USS 폰스는 15번째로 건조된 강습상륙함으로 지상공격용 헬기, 해병대 병력 등을 수송하는 전투함으로 1971년 7월 10일 실전배치된, 오래된 배다.

    길이 173.7m, 폭 30.4m, 흘수 6.7m, 만재 배수량 1만 6,591톤급인 소형 강습상륙함으로 37km/h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장교 29명, 부사관과 병사 487명이 탑승한다.

    USS 폰스에는 이미 50구경(12.7mm) 기관총 8문, 근접방어화기(CIWS)인 ‘팰랭크스’ 2문 등이 장착돼 있었다. 美해군은 USS 폰스의 배 앞머리에 레이저포를 장착한 것이다.

    USS 폰스에 장착된 레이저포의 출력은 30kW급. 전투함 내의 화력센터에서 모니터를 보며 조이스틱으로 조준과 발사를 한다. 얼핏 보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 美해군이 레이저포의 첫 플랫폼으로 선택한 USS 폰스(Ponce). 40년이 넘은 강습상륙함(LPD)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美해군이 레이저포의 첫 플랫폼으로 선택한 USS 폰스(Ponce). 40년이 넘은 강습상륙함(LPD)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USS 폰스의 레이저포는 소형 무인쾌속정 뒤에 달린 0.5m 크기의 원통형 표적을 불과 몇 초 만에 파괴한다. 무인 표적기도 1~2초 만에 파괴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철판을 자르는 공업용 레이저의 출력이 100W급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30kW급 레이저는 이보다 300배 이상 강력한 것이다. 하지만 ‘무기용 레이저’는 이 정도 출력은 되어야 한다.

    美해군이 USS 폰스에 장착한 것을 포함, 현재의 레이저포는 거의 ‘요격용’으로 사용하는데 근거리에서 미사일 또는 적의 무인기, 고속으로 접근하는 소형 보트 등을 격추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美해군은 USS 폰스에 레이저포를 장착, 실전배치한 가장 큰 이유를 1번 쏘는 데 1달러 밖에 들지 않는 ‘비용문제’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은 갈수록 빨라지고 소형화되는 유도무기를 제대로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이 레이저포 밖에 없다는 이유가 더 크다.

    하지만 USS 폰스의 레이저포에도 약점이 있다. 30kW급 레이저포라고 해도 사정거리는 1.6km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짙은 안개나 구름 등이 가리면 요격능력이 크게 저하된다.

    때문에 美해군은 2020년까지 레이저포의 출력을 150kW까지 높여 구축함, 연안전투함(LCS) 등에 장착할 계획이다. 이미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30kW급 고체 레이저 발진장치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그 이상의 출력을 가진 레이저도 개발 중이다.

    美해군이 이처럼 ‘미래무기’를 실전배치했을 때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특히 한국군은 이런 ‘미래무기’를 만들고 있을까?


    美육군, 이동형 레이저 개발 중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용 곧 실전배치


    美육군은 현재 보잉사와 손잡고 8륜 트럭을 베이스로 한 이동형 대공 레이저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레이저포도 아직은 사정거리가 짧고 출력도 10kW급으로 강력하지 않지만, 무인기나 무유도 로켓 등은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 성능으로 알려져 있다.

  • 美육군이 개발 중인 고에너지 레이저포 '스카이 가드'의 상세 모습. ⓒ美육군-보잉 홍보영상 캡쳐
    ▲ 美육군이 개발 중인 고에너지 레이저포 '스카이 가드'의 상세 모습. ⓒ美육군-보잉 홍보영상 캡쳐

    하지만 美육군이 바라는 수준은 이게 아니다. 2017년까지 50kW급 레이저포를 개발하고 2020년 초에는 100kW급으로 업그레이드, 소형 헬기나 지상 공격기, 박격포탄 등까지 요격할 수 있는 장비를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레이저포에 있어서 가장 ‘진도’가 빠른 곳은 美공군이다. 美공군은 대형 여객기인 B-747-400을 베이스로 한 ‘공중발사 고에너지 레이저(YBL-1)’를 90년대 후반에 제작, 이미 모든 실험을 무사히 마치고, 실전 배치에 사용할 레이저포를 개발하고 있다.

    美공군의 레이저포 계획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F-35 전투기에 소형화한 ABL을 장착하는 것. 현재 F-35의 설계를 보면 소형 발전기 하나가 들어갈만한 공간이 비어 있다.

  • 한국군도 사용하게 될 전투기 F-35에 레이저포를 장착한 상상도. 20년 뒤에는 볼 수 있을 듯하다. ⓒ美공군
    ▲ 한국군도 사용하게 될 전투기 F-35에 레이저포를 장착한 상상도. 20년 뒤에는 볼 수 있을 듯하다. ⓒ美공군

    록히드 마틴은 2030년을 전후로 이 공간에 100kW급 레이저포를 장착, 요격용 무기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래의 공중전은 ‘레이저포’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만큼이나 레이저 무기에서 앞서나가는 곳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현재 미군이 실전배치 또는 개발 중인 무기들은 美방산기업 록히드마틴·보잉 등과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과 공동 개발한 ‘고에너지 레이저포(HEL)’를 베이스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하마스 등의 로켓포, 박격포 공격과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 이란의 장거리 탄도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레이저 무기를 개발해 왔다. 하지만 美정부가 레이저 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개발계획이 무산될 뻔 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자체적으로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는 한편, 로켓포, 박격포 공격을 막기 위해 2년 6개월 동안 소형 고속 요격미사일을 개발, 실전배치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아이언돔’이다.

  • 이스라엘이 1~2년 내에 실전배치할 방공용 레이저포 '아이언빔'. ⓒ이스라엘 라파엘사 홍보자료
    ▲ 이스라엘이 1~2년 내에 실전배치할 방공용 레이저포 '아이언빔'. ⓒ이스라엘 라파엘사 홍보자료

    이스라엘은 1~2년 이내로 레이저 요격무기인 ‘아이언빔’을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100회 가량의 시험발사를 거쳤다.

    하지만 아직은 레이저 발진 다이오드의 성능 때문에 출력이 10kW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박격포와 소형 로켓을 요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실전배치할 레이저의 출력을 100kW급으로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레이저 무기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레이저 기술 습득이 불가능하자 ‘해킹’을 통해 라파엘사 등의 정보를 빼내려 시도한 바 있다. 중국이 개발한 레이저 무기의 자세한 제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군, ADD·대학·기업과 손잡고 15년째 개발 중


    한국군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21세기용 무기 개발계획을 세웠다. 1999년에는 “대우중공업과 서울 소재 K대학 연구팀이 레이저포를 개발, 400m 떨어진 철판 관통시험에 성공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온 바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90년대 초부터 하전입자 빔(Beam), 레이저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해 강력한 파괴력을 내는 무기)’가 21세기 전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특히 한반도와 같이 전장의 종심(縱深)이 짧은 곳에서 북한군의 방사포, 장사정포,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1분에 10여 회의 요격이 가능한 레이저포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판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레이저 무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레이저를 만들어 내는 다이오드와 고성능 반사경과 렌즈, 전력을 충전했다가 짧은 시간에 높은 출력으로 바꿔 뿜어내는 ‘울트라 캐피시터’다.

    국방과학연구소와 대우중공업 등은 서울 소재 K대학 연구팀과 함께 레이저포를 개발하기 시작해 1999년 400m 떨어진 철판을 관통하는 실험을 성공시킨 바 있다.

  • 美육군이 보잉과 개발 중인 육군용 방공 레이저 '스카이 가드'. 한국군도 이런 장비를 보유하게 될까. ⓒ美육군
    ▲ 美육군이 보잉과 개발 중인 육군용 방공 레이저 '스카이 가드'. 한국군도 이런 장비를 보유하게 될까. ⓒ美육군

    그러나 이후 레이저포의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2년 전, 레이저 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K대학 연구진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밀 사항이므로 언급 자체를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일단 잘 진행된다고만 알아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수뇌부와 정부 연구기관들은 2004년 이후 레이저포 개발에 대해 이렇다 할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군 내부에서도 레이저포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2020년이 되기 전에 레이저포를 실전배치한다는 국방과학연구소의 당초 계획은 2003년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자주국방 기술개발계획’과 방산기업들의 문제 등으로 인해 목표를 제대로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