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美學, 李承晩의 경우

    대통령은 권총을 아래위로 흔들면서
    “공산당이 내 앞까지 오면 이 총으로 내 처를 쏘고 적을 죽이고
    나머지 한 알로 나를 쏠 것이오.
    우리는 정부를 한반도 밖으로 옮길 생각이 없소.
    모두 총궐기하여 싸울 것이오. 결코 도망가지 않겠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프란체스카   

    李承晩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日記엔
    75세의 老대통령이 권총을 흔들면서 미국 대사를 위협하는 희한한 장면이 나온다.
     
   
   <1950년 8월14일>
   
   어제 오후 콜터(John B. Coulter) 장군이 무쵸 대사 및 드럼라이트 1등서기관과 함께 찾아와서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회신으로 맥아더 사령관이 자기에게 “7000 명의 한국군 병사들에게 유엔군 휘장이 달린 군복을 입히고 미군과 함께 먹고 잘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명령을 주었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는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행동하더라도 양국군이 먹는 음식은 달랐었다.]
   
   그런데 사실은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편지로 요청한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원래 우리 젊은이들이 적의 게릴라 활동은 물론 크고 작은 산속 길을 수색하며 敵軍(적군)의 침투를 막도록 하기 위하여 “3만 정의 소총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미군 병사들이 같은 한국인인 한국군과 공산군을 구별하여 식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무기 공급 요청에 동의할 것 같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와 적군을 능히 식별하지만 미군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무쵸 대사는 “대구가 적군의 공격권 안에 들어갔다”면서 “정부를 제주도로 옮길 것”을 건의했다. 그의 주장은 제주도가 敵의 공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남한 육지의 전부가 공산군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망명정부(亡命政府)’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무쵸가 한참 열을 올려 이야기하고 있을 때 대통령이 슬그머니 허리춤에서 모젤 권총을 꺼내들었다. 순간 무쵸는 입이 얼어 버렸고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나도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 살 때 고속도로 순찰 오토바이를 따돌리고 과속으로 달릴 때 가슴이 떨린 이후 이렇게 놀란 적이 없었다. 
   
   대통령은 권총을 아래위로 흔들면서 “공산당이 내 앞까지 오면 이 총으로 내 처를 쏘고 적을 죽이고 나머지 한 알로 나를 쏠 것이오. 우리는 정부를 한반도 밖으로 옮길 생각이 없소. 모두 총궐기하여 싸울 것이오. 결코 도망가지 않겠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통령이 권총으로 무슨 일을 벌일 것은 아니었지만 긴장한 무쵸 대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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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밤 나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악몽과 환상에 시달렸다.
    바로 눈앞에서 공산당이 나타나 대통령이 나를 쏘았는데 불발(不發)이 되어서 우리가 붙잡히거나 치명상을 입지 않아서 목숨이 붙어 있는 바람에 그들에게 곤욕(困辱)을 치르는 환상에 잠이 오질 않았다.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대통령이 나를 쏘았다. 그런데도 죽지는 않고 피만 흘렀다. 나는 피를 흘리며 공산당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소스라쳐 눈을 뜨면 온 몸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이 전쟁과 죽음의 공포를 물리쳐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