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여당이 마음 열어 양보한다면 12월 2일 지킬 수 있을 것"
  •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국회.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국회.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각이 습관화된 국회 일각에서 위헌(違憲)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면서, 2015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헌법 제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계연도 개시일은 매해 1월 1일이기 때문에, 30일 전인 12월 2일에는 예산안이 의결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최근 11년간 한 번도 이 시한을 지킨 적이 없다.

    올해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기국회 폐회일인 12월 9일까지만 예산안이 처리되면 된다는 입장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2월 9일까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인 출신임이 믿기지 않는 발언이다.

    헌법에서 국회가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토록 했기 때문에 이날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위헌 상황이 된다. 국회법도 아닌, 헌법에 규정된 사항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국회가 되는데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꼴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12월 2일에 처리되든 9일에 처리되든 일주일 상관인데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지각이 습관화된 국회의 행태다. 5분, 10분 늦게 일어나다보면 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듯이 국회도 단순히 12월 2일에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해마다 예산안 처리가 점점 늦어져 왔다.

    2012년에는 사상 최초로 12월 31일 자정까지도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아, 해를 넘겨 2013년 1월 1일 새벽 6시 4분에 예산안을 처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언론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 '예산 공백으로 시작한 새해'라고 보도했다.

  • 12월 2일 예산안 단독 처리를 시사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사진 왼쪽)와 협상의 여지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2월 2일 예산안 단독 처리를 시사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사진 왼쪽)와 협상의 여지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런데 금기는 한 번 깨는 것이 어려울 뿐, 일단 한 번 깨지면 두세 번은 어렵지 않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국회는 이듬해인 2013년에도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다. 두 해 연속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그 해 예산안이 2~3월에 처리되는 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의원들 스스로도 두려웠던지 여야 합의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에서는 12월 2일에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했다.

    그런데 그 적용 첫 해인 올해부터 12월 9일을 운운하며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이 한 번 시작되면, 순식간에 다시 옛날 버릇으로 돌아가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예산안과 함께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14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면서 "올해 정기국회부터는 헌법상 예산안 의결시한을 반드시 지켜 국회 운영의 역사적 이정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헌법상 12월 2일까지 의결하도록 돼 있는 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 정상처럼 돼버렸다"며 "예산안 자동부의제를 채택한 첫 해에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회선진화법은 휴지조각"이라고, 법정시한 준수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에서 헌법소원을 낸다던 선진화법으로 새 역사를 쓰자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여당이 마음을 열어 양보한다면 12월 2일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