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만행’ 전시한 황해도 신천박물관서 美향해 ‘살인귀’ ‘식인종’ 등 발언
  • ▲ "오바마 나쁜 X끼, 미국은 나쁜 X" 김정은이 이제는 직접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김일성-김정일 시절에는 보기 어려웠던 행동이다. ⓒ김정은의 연설장면.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오바마 나쁜 X끼, 미국은 나쁜 X" 김정은이 이제는 직접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김일성-김정일 시절에는 보기 어려웠던 행동이다. ⓒ김정은의 연설장면.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김정은이 제대로 삐친 모양이다. 이제는 수많은 선전매체를 제치고 직접 미국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정은이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을 현지지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김정은이 여기서 한 발언들이 주목을 끈다.

    김정은은 6.25전쟁 당시 미군이 황해남도 신천군 일대에서 대규모 양민 학살을 저질렀다는 왜곡된 역사 자료를 둘러보면서, 미국을 ‘살인귀’ ‘식인종’ ‘침략의 원흉이자 흉물’ 등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조선해방전쟁 당시 미군이 신천군 일대에서 대규모 양민학살을 저질렀다. 미제 침략자들이야말로 식인종이며 살인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 침략의 원흉이고 흉물인 미제 살인귀들이 감행한 야수적 만행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이어 수행한 이들에게 “반미교양 강화는 조국의 운명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 “적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라면서 주민들에게 반미교육을 더욱 철저히 시키고,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모임을 활성화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직접 미국을 향해 욕설 수준의 비난을 퍼부은 것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는 보기 어려웠던 행동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공개 욕설’을 보도하면서 “김 제1위원장이 미국 주도 하의 대북 인권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거나 “북한인권결의안 때문에 분노했으므로 북-미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정은의 집권 후 행동들을 토대로 보면, 그가 ‘공개 욕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인권결의안 유엔 총회 채택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과 “내 말 안 들어주면 자폭하겠다”는 뜻을 동시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김정은이 오바마 美행정부를 향해 직접적인 욕설은 못하고 6.25전쟁 당시 ‘미군의 만행’만을 강조한 것은 그가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비해서도 훨씬 겁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 ▲ "하,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거야…."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며 시무룩해진 김정은.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하,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거야…."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며 시무룩해진 김정은.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아무튼 김정은은 지난 18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한국과 미국 등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되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美정부는 “핵 실험 등을 실시한다 해도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프랑스마저도 북한의 협박에 대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김정은 정권의 제재와 심판을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이날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 등을 데리고 찾은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은 김씨 왕조가 주민들에게 반미 교육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0년에 세운 시설이다. 이곳에는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 증거라고 주장하는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 ▲ 북한 김씨 왕조가 '미군의 대규모 양민학살 자료'라며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에 전시 중인 그림.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북한 김씨 왕조가 '미군의 대규모 양민학살 자료'라며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에 전시 중인 그림.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김씨 왕조는 이 박물관을 통해, 6.25전쟁 당시 미군이 황해남도 신천군에 2개월 가량 주둔하면서 주민의 25%에 해당하는 3만 5,000여 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해 왔다.

    김씨 왕조는 또한 신천박물관 주변에 미군이 900여 명의 주민을 가둬놓고 불태워 죽였다는 신천군당 방공호, 미군에게 학살당한 희생자 5,605명을 합장했다는 가묘, 신천군 원암리 밤나무골에 있는 창고들, 400명이 묻혀 있다는 ‘어머니 묘’, 102명의 어린이 시신이 묻혀 있다는 ‘어린이 묘’ 등을 ‘미군의 학살 증거’라며 보존해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6.25 당시 자료와 증언들을 보면, 이 모든 학살은 김일성 정권에 충성하던 내무서원(한국의 경찰에 해당)들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