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재판 전체 비공개'..법정 로비엔 폴리스라인-경위 등장


  •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진짜 궁금하다."

    24일 오후 비공개로 치러진 이병헌 재판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한 말이다. 취재 기자들도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로 이날 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상태로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병헌 공갈협박 사건' 재판은 이례적으로 개정 전부터 비공개로 시작돼 눈길을 끌었다.

    보통 '비공개 심리'를 진행할 경우에도 먼저 판사가 법정에 들어와 개정 선언을 한 뒤, 방청석을 향해 "관계자 외 나머지 분들은 나가달라"는 당부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시작부터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법정 문 앞 로비에는 시위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라인 앞에는 거구의 법정 경위 2명이 버티고 서서, 혹시 있을지 모를 방청객의 난입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모습이 통상적이진 않지만, 피해자 측의 요청이 있고, 재판부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예외적으로 심리 자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웅빈의 강래형 변호사는 "개정 전부터 재판 자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긴 하다"면서 "다만 형사소송법상 범죄 피해자를 신문할 때나, 사생활 비밀이나 신변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이병헌 외에도 이병헌에게 모델 이지연, 가수 김다희를 소개시켜준 유흥업계 종사자 석OO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사는 이병헌과 이지연-김다희를 증인석에 앉혀 4시간 가량 신문을 진행하며 피고인들의 '혐의 여부'를 가리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1시간 반 정도는 검찰 측 신문이 진행됐고, 나머지 2시간 반 가량은 변호인 신문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날 공판은 지난 1차 공판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시엔 모델 이지연 측에서 이병헌과의 교제설을 주장하며 "이병헌이 성관계를 요구했다" "먼저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는 식의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 이병헌 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폭로의 강도가 높았던 만큼, 당시 공판 현장을 담은 기사들 속엔 자극적인 타이틀과 단어들이 난무했다. 당연히 이병헌으로선 곤혹스러운 순간이었을 터.

    그런데 공판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김다희는 12번, 이지연은 3번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성문을 작성했다는 건, 어느 정도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혐의를 인정하는대신, 최대한 형량을 낮춰보자는 게 변호인 측의 '변론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날 공판에선 피고인들이 왜 이병헌에게 공갈 협박을 가하게 됐는지를 구구절절 해명하는 진술이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이병헌은 피고인 이지연과 절대로 연인 사이가 아니었으며 그들의 공갈 협박 행위가 명백한 만큼 법적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차기 재판은 다시 공개 재판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차기 기일은 12월 16일로 잡혔다"며 "이날 공판에는 오늘 나오지 않은 석OO씨도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