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정상화, 자사고 폐지가 답 아니다”
  •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 움직임에 반발하며 서울 24개 자사고와 함께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는 김용복 배재고 교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 움직임에 반발하며 서울 24개 자사고와 함께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는 김용복 배재고 교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자사고 폐지에 맞서 학부모들께서 직접 집회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사고 폐지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자사고 논쟁으로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입니다.
    학생 정원이 차지 않으면 인건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도 불안해합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묻고 싶습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자사고의 무엇이 그토록 당신을 화나게
    나요?”


    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복 배재고등학교 교장의 외침이다.

    김용복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맞서 법무법인 태평양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자사고 유지를 위한 법적 대응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당선된 이후 번번히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한 압박을 서울 24개 자사고에 가해왔다. 특히 조희연 교육감 취임 후 이뤄진 자사고 2차 평가에서 평가대상 14개 자사고가 모두 취소대상으로 올라 ‘억지 잣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정취소 대상에 오른 14개 학교는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진행된 1차 평가에서는 문제없이 통과한 학교들이었다.

    이어 시교육청은 제 3차 종합평가를 강행한 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중앙고, 이대부고, 신일고, 숭문고 등 8개 학교를 지정취소 대상학교로 지난 9월 발표했다. 아울러 8개 학교를 대상으로 운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통보하고 학생선발권 포기의사를 밝힌 숭문고와 신일고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학교에 대해 지정취소를 확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확정발표와 관련, 교육부(장관 황우여)는 지난 18일 “자사고 재평가 실시는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며 행정절차법 및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도 위반된다”며 시교육청의 지정취소 처분을 직권취소해, 자사고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 8개교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시교육청이 교육부의 직권취소에 대해 “법률자문 결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자사고 지정취소와 관련해 협의를 통해 제시된 교육부장관의 의견을 참고자료로 고려할 수 있을 뿐, 그 의견에 구속되지는 않는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자사고 논란의 핵심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기 위해 <뉴데일리>가 자사고 교장연합 김용복 배재고 교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이른 아침,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배재고등학교를 방문한 <뉴데일리> 취재진을 김용복 교장은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젊고 활력이 넘쳐보이는 이 신사는 자신이 올해 환갑이라며 취재진을 향해 멋쩍게 웃어보였다.

  • ▲배재고 교장실에 걸려있는 교훈.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배재고 교장실에 걸려있는 교훈.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김용복 교장은 누구나 가슴 한 켠에 가지고 있을 ‘선생님’에 대한 인상이 그대로 현실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잘 다려진 셔츠, 안경 뒤에 가려진 온화한 인상, 차분한 목소리. 그런 그가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뚝심이다.
    그는 최근에도 서울 24개 자사고 교장들의 대표로서 ‘자사고 지정취소’의 억울함과 절박함을 호소하며 이곳저곳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사학기관인 ‘배재’를 지키고자 하는 김용복 교장의 마음은 인터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건학이념에 따라 대한민국에 보탬이 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김용복 교장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라는 배재고의 교훈을 언급하며 배재고를 비롯한 자사고들이 성적만이 아닌 다양한 인재를 기르는 배움터가 되기를 희망했다.

    대담

    <인>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김> 김용복 배재고 교장


    <인> 전임 교육감의 평가를 무력화하고 신임 교육감이 다시 평가를 해서 배점을 한 근거가 무엇인지 서울교육청에 해명을 요구해야 하지 않나?

    <김> 자사고종합평가의 추가배점과 재배점은 조희연 교육감이 구성한 심의위원회에서 진행했다. 주로 교수와 진보성향 인물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종합평가에서 평가항목이었던 인권동아리를 예로 들자면, 한 번도 교육청에서 인권동아리를 권장한 적이 없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우리학교가 인권탄압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인권동아리 등을 만들 것 아닌가? 우리학교 학생회장 선거 토론회 방식을 얘기하자면 기호 1번과 2번의 색을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해서 양쪽 대표 3명이 런닝메이트로 나온다. 그리고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2명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선거공약 등을 놓고 토론을 한다.이 토론회가 끝나면 아이들의 후보 지지성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정도면 완전히 민주적인 학생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인> 배재고를 자사고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

    <김> 자사고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해 자사고를 만들겠다고 해서 우리는 국가정책이니 믿고 따라간 것이다. 우리는 기독교 학교로서 우수한 기독인재를 기르기 위해 자사고로 전환한 것이다. 자사고로 전환한 이후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원거리 학생을 위해 150여억원을 들여 대형기숙사도 지었다.

    그리고 조희연 교육감이 주장하는 대로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정말 억울하다. 우리학교에서 서울대로 입학하는 인원이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1/3로 줄었다. 매년 10여명 씩 서울대 가다가 자사고 첫해에는 3명 들어갔고 작년에 4명 들어갔다. 올해도 4~6명 이상은 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희연 교육감의 말처럼 입시위주의 학교라고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자사고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다양성 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전환한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 ▲배재고 김용복 교장(왼쪽)과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오른쪽)이 자사고 문제와 관련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배재고 김용복 교장(왼쪽)과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오른쪽)이 자사고 문제와 관련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인> 자사고 전환 후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 첫째는 면학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작년까지는 중학교 내신 50%이상의 학생들을 추첨으로 뽑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중학교 성적과 관계없이 인성면접으로만 뽑는다. 작년까지는 중상위권 학생이 오다보니 면학분위기가 좋았고 그로인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우리학교의 경우 서울대는 많이 못갔지만 이과 계통의 수학이 강한학교로 소문이 나서 의대 지망생들이 오고 있다. 현직 병원장도 세브란스, 경희한방병원 등 우리학교 출신이 많다. 둘째는 애교심이 강하다. 교육청에서 강제로 배정해서 온 학교가 아니라 본인이 지원해서 온 학교다 보니 학교에 대한 애착심이 굉장히 강하다.


    <인> 학생이 자기학교에 갖는 주인의식이 강하다는 말씀이신가?

    <김> 그렇다. 프라이드가 있어서 학교방침에 아주 잘 따르고 선생님들에 저항하는 아이가 별로 없다. 학생 본인이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인>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김>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 주범이라는 것은 정말 억울하다. 과거 2000년도에 일반고가 무너지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할 당시, 이명박 정부가 중상위권 아이들의 면학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만든 것이 자사고다. 일반고는 극상위층인 외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에서 떨어진 아이들과 전문계고인 공고나 상고에서 떨어진 아이들, 그리고 성적이 아주 하위권이거나 대학진학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로 구성된다.

    문제는 자동차 기술이나 미용, 조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중학교 내신으로 커트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수도공고 내신 커트라인이 25%다. 자사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중학교에서 공부가 부족한 아이가 거기에 떨어지면 일반고를 가게 된다. 그러면 이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일반고를 가더라도 대학진학을 원하지 않고 기술교육을 원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대학진학 교육을 시키니 공부에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직업교육을 시키는 시스템이 아주 약하다. 이것을 정부에서 투자를 통해 만들어줘야 한다.


    <인> 자사고 지정취소 과정에서 학생면접권을 포기한 2개학교는 2년 유예가 됐다. 자사고에 있어 '학생면접권'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김> 학생의 면접권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 아니다. 첫째는 배재고의 경우 기독교 학교로서 종교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다. 두 번째는 성적만이 아닌 다양한 인재를 기르는 배움터가 되고 싶다. 우리는 아이들이 큰 인물이 돼서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우리 교훈과 교명에 일치하는 인재를 기르고 싶은 것이지 서울대를 많이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건학이념과 일치하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에 대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자사고들은 면접에서 성적을 보지 않는다. 우리는 학생면접권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 ▲배재고 김용복 교장은 자사고교장연합 회장직을 맡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배재고 김용복 교장은 자사고교장연합 회장직을 맡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인>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가진 이점은 무엇인가?

    <김> 가장 강점은 강한 애교심이라고 생각한다. 또 동질집단이다 보니 교육효과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수업할 때 세 번 설명해야 한다. 극히 우수한 아이들과 중간, 하위권 아이들 순서로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질집단이 되면 교육하기가 훨씬 효율적이다.


    <인> 조희연 교육감이 학교(배재고)를 자사고에서 지정취소한다고 발표한 이후, 학생들이나 선생님,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김> 학부모들도 길거리로 나와 집회를 하는 것은 자사고 폐지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학생들은 불안해한다.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이 아이들이다. 교사들도 불안해한다. 만약 정원이 차지 않으면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국가로부터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다. 우리학교의 경우 일년에 약 60억원이 인건비로 들어간다.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것은 8개 자사고를 지정취소 한다면 인건비만 감안해도 첫해 500억 이상을 필요할 텐데, 시교육청이 돈도 없으면서 재정대책 하나 없이 자사고를 없애려한다는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조희연 교육감에게 ‘자사고의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화나게 했나요?’ 라고 글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지정취소 대상이 된 중앙고등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의 모교다. 배재고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학기관이다. 제가 이것을 유럽인들이 처음 미 대륙으로 가 아파치를 잡을 때 촌장과 아버지를 인질로 잡았다는 얘기에 비유하곤 한다. 중앙고와 배재고 등은 자사고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지닌 학교들이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지정취소 확정 발표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선생님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우리학교도 이번에 신입생 모집을 하는데 교육청으로부터 지정취소를 받은 6개 학교의 지원률은 아마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1일 마감한 서울 자사고 24개교의 지원자 수는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42대 1로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확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김용복 교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확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김용복 교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인> 조희연 교육감의 일방적인 자사고 취소 행위는 인간의 개인적인 자율을 억압하는 것 아닌가?

    <김> 저는 그렇게 본다. 조 교육감이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던 것이 자사고 폐지였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는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이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이 됐다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안은 교육은 인간은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적의 다양성도 있지만 특성화고처럼 유능한 기능인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직종에 종사할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다양성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체육고와 예술고 등을 만들어 이 분야를 국가에서 양성해 줘야 하는 것이다. 특성화된 학교를 만이 만들어야 한다. 자사고는 인문계 형이지만 전문계고의 자사고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官)이 사학을 주도하는 시대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인>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응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 교육청에 대응할 방안은 조희연 교육감이 교육부에 소송를 제기할 것 같은데 저희는 위법하고 부당한 지정취소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 3차 평가가 부당하기 때문에 결말이 빨리 난다고 법무법인 태평양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태평양에서도 수임료를 많이 깎아 줬다. 국가적 차원의 정의실현 차원이라고 담당 변호사가 얘기 하더라. 보수단체 등에서도 자사고 지지의사를 많이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 문제 만큼은 정치적 성향이 아닌, 교육적 논리로 풀고 싶다. 자사고교장연합이 극좌든 극우든 손을 잡지 않은 것은 정치적 논리로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 잘 하셨다. 그러나 가슴과 머릿 속에는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마시길.

    <김> 조희연 교육감이 정치 성향은 어떻건 간에 교육은 교육적 논리로 풀어주길 바란다. 진영논리에 의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