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대… 절차와 과정 놓고 감정 쌓여
  •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소통간담회는 김문수 혁신위원장의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당초 이날 간담회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발표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에 대해 발언한 의원 15인을 초청해 상세한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그간 혁신위와 의원들 간의 쌓인 감정이 여과없이 쏟아졌다.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혁신안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절차와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감정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특히 김태흠 의원은 김문수 위원장을 향해 "대선 후보 생각하는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힌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순간 김문수 위원장의 얼굴은 굳어졌다. 

    당내 반발이 거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세비 반납과 같은 조항들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비판을 넘어 김문수 위원장 '개인 정치'를 위해 마련됐다는 비난이었다.

    김문수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지난 8년간 도지사를 했는데, 8년만에 소통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자처하자, 김태흠 의원은 말을 자르다시피 나서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김태흠 의원은 "나는 뒤에서만 반대를 하면 비겁해 보일 것 같아 왔다"면서도 "오늘 신문에 '설득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나왔던데, 인민재판도 아니고 그러면 참석을 하고 싶더라도 누가 오겠느냐"고 말했다.

    박민식 의원도 "혁신위에서 오늘 아침에 소통간담회 한다고 종이 한 장 팩스로 왔더라"며 "보좌관에게 연락해서 설명해주는 사람 한 명 없던데, 나오려면 나오고 아니면 말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측 의원들은 특히 11일 의총에서 혁신안이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뒤, 혁신위가 17일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내놓지 않기로 한 방침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민식 의원은 "혁신위가 의총에 1차 보고를 가진 이후,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 그리고 의총에서 발언했던 의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반혁신파로 양분해서 보도되더라"며 "어떤 근거로 한 쪽은 지사처럼 박수받고, 다른 쪽은 구악처럼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헌법도 바꾸자고 하는 판인데, 왜 혁신위에서 결정된 것은 수정할 수가 없느냐"며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위원장이나 (혁신위가) 특정인의 대권을 위한 실적쌓기용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태흠 의원도 "오늘 신문을 보니 김문수 위원장이 대권 몸풀기를 겸해서 단합대회를 하셨다더라"며 "대권에 나온다는 사람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부터가 문제"라고 돌직구를 꽂았다.

    나아가 "무슨 혁신위가 파워 게임을 한다"며 "요즘은 위원장과 당 대표가 파워게임을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당황한 박명재 의원이 "혁신위의 구성 문제는 이미 최고위에서 의결된 사항"이라며 "위원장의 자격에 관한 문제 제기까지 되고 있는데 이러면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고 봉합을 시도했지만, 반대 측의 공세는 계속됐다.

    김태흠 의원은 "(혁신위에서 제안한) 아홉 가지를 다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일곱 가지를 받아들이고 두 가지(출판기념회 전면 금지·무회의 무세비)를 수정하자는 것"이라며 "다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개혁이냐 반개혁이냐 하는 식으로 간다"고 불만을 표했다.

    박민식 의원은 조반유리(造反有理: 모든 반대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음)라는 말을 인용하며 "사람들이 반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의총에서 이 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반혁신파니까 무조건 찬성하라는 식으로 비치고 있다"고 거들었다.

    바로 옆에 앉은 김태흠 의원이 혁신위원장 자격 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을 굳은 표정으로 듣던 김문수 위원장은 정리 발언을 통해 해명과 수습을 시도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께서 강권을 하셔서 (혁신위원장을) 맡기는 맡았는데, '국회의원도 아닌데 의원 특권을 다 내려놓으라고 한다'든지 '당신이 뭔데 대표와 힘겨루기를 하느냐'는 오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표가 '이런 것 좀 고쳐주면 어떻겠느냐'고 할 때 '대표님, 알겠습니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라고 할 것이면 혁신위는 만들어서 뭣하겠느냐"며 "혁신위가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안 되는 측면도 있고, 깝깝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기의 소신과 관련된 사항을 용감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새누리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의원들께 늘 감사드리고 있다"는 말로 수습을 시도했다.

  •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은 김세연·박민식·김태흠·박명재 네 명 뿐이었다. 그나마도 김세연·박명재 의원은 혁신안 찬성 측의 입장이라, 소통간담회의 대상인 반대 측 의원 찬성자는 박민식·김태흠 의원 둘 뿐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참이라는 방식으로 혁신위에 싸늘한 시선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은 혁신안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도, 절차와 과정을 놓고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혁신안 자체에 대해서는 김태흠 의원도 "아홉 가지 중에서 일곱 가지를 동의하고, 두 가지 수정을 요구했다"며 "결과론적으로 보면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들이 거의 성공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듯이 당내에서도 상당 부분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안은 수정할 수 없다"는 혁신위의 강경한 태도와, 24일 소통간담회 초청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한 절차 등이 감정으로 쌓이면서 의원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심지어 "대선 후보 생각하는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힌 것부터가 잘못", "특정인의 대권을 위한 치적쌓기용"이라는 극언까지 나온 것은, 의원들의 쌓인 감정이 김문수 위원장을 겨냥해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혁신안의 성패는 인신공격까지 받은 김문수 위원장이 어떤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갈 때 까지 간 감정의 골짜기를 메우고 혁신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당 소속 의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 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준석 전 위원장은 24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나도 혁신위원장 하면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하나 관철시키기가 힘들었다"면서도 "김문수 지사는 정치력과 정치 경험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라고 기대감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