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유엔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단호한 대응 직면” 경고…통일부도 강한 유감
  • 지난 23일 北조선중앙방송이 북한 국방위원회의 '핵전쟁 협박' 성명을 방송하는 모습. ⓒJT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23일 北조선중앙방송이 북한 국방위원회의 '핵전쟁 협박' 성명을 방송하는 모습. ⓒJT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23일 김정은이 국방위원회를 통해 “핵전쟁이 터지면 청와대는 무사할 것 같으냐”며 협박 성명을 낸 것에 대해 한국 조야(朝野)가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그 시작은 외교부였다. 외교부는 ‘북한 국방위 성명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유엔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유엔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미증유의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며 핵전쟁 위협 등 도발적 언동을 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외교부는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협박 성명’대로 행동할 경우 김정은 정권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것은 물론 “국제 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김정은 정권을 향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어떠한 형태의 위협이나 도발도 일체 중단하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권고에 따라 주민들 인권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열 받은 것은 외교부만이 아니다.

    지난 18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외 창구는 외교부로 일원화됐다. 하지만 이희호 씨의 방북 협의로 ‘잘 풀려 가는 듯한 남북관계’에 국방위원회가 ‘핵전쟁’ 협박으로 재를 뿌리자 화가 난 통일부도 한 마디 거들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방위원회를 통한 김정은의 ‘메시지’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담긴 국제 사회의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유엔의 권위에 도전하며,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핵전쟁 위협 등 도발적 언동을 한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은 위협과 도발을 그만 중단하고, 주민들 인권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국 정부뿐만이 아니다. 새민련도 김정은이 북한 국방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핵전쟁 협박 성명’을 가리켜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 "저 ○★한…. 다 된 밥에 재뿌리다니…." 박지원 새민련 비대위원 또한 북한 국방위원회가 '핵전쟁 협박'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뉴데일리 DB
    ▲ "저 ○★한…. 다 된 밥에 재뿌리다니…." 박지원 새민련 비대위원 또한 북한 국방위원회가 '핵전쟁 협박'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뉴데일리 DB

    문재인 새민련 비상대책위원은 24일 북한 국방위원회의 ‘핵전쟁 협박’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민련 비대위에서 문재인 위원은 “(북한의 협박 성명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도를 넘는 태도”라면서, “같은 민족 일원으로서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다. 인권은 체제나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북한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새민련 비대위원도 문재인 위원을 거들었다.

    “(북한 국방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김정은의 협박 성명은) 남북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자 체제 유지에도 도움 안 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대화와 협력만이 (김씨 일가) 체제를 안전하게 하는 안전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민간 분야에서도 김정은이 국방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핵전쟁 협박’ 성명에 “핵전쟁이 터지면  평양은 안전할 것 같으냐”며 분노에 찬 성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는 25일부터 김정은 정권 규탄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 "정은이, 핵전쟁 하자고? 좋아!" 김정은이 핵전쟁을 벌일 준비를 할 때 만나게 될 모습. 美태평양 사령부 소속 함대가 훈련을 벌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정은이, 핵전쟁 하자고? 좋아!" 김정은이 핵전쟁을 벌일 준비를 할 때 만나게 될 모습. 美태평양 사령부 소속 함대가 훈련을 벌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한편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북한 국방위원회를 통해 “핵전쟁이 터지면 청와대는 무사할 것 같으냐”는 협박 성명을 내놓은 것이 故김대중 前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의 방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른 쪽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이희호 씨의 방북을 열렬히 환영하며 적극 지원해준다면서도 방북 일정 합의를 미룬 것이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3주년을 맞은 김정은이 ‘탈상(脫喪)’하는 모습을 홍보하기 위해 이희호 씨를 초청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열띤 분석과 예측’도 김정은이 북한 국방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핵전쟁 협박’ 성명 때문에 점차 싸늘해져 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