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靑 지급하기 싫었다고? 실상은 정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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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지도부를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새해 예산안 등 정국 현안들이 논의됐다.ⓒ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지도부를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새해 예산안 등 정국 현안들이 논의됐다.ⓒ뉴데일리

     

     

      
    손발이 맞지 않는다.

    새해 예산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복지 예산 논란 등 굵직한 현안에 머리를 맞대야 할 당청 간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정부의 뜻을 거듭 밝힌 것도 '답답함'의 표출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0일 누리과정 예산안 합의 번복만 해도 그렇다.

    새누리당의 일처리는 0점이었다. 여야 교육위원회 간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합의한 보육예산은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 부대표의 한마디로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황 부총리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黨)이 가진 예산안 협상권을 '정'(政)이 침해 했다는 것이었는데 "부총리 위에 부대표 있다" "배후는 청와대" 라는 등의 무성한 뒷말만 낳았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키로 한 여야정의 구두 합의를 깬 것이 마치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진행된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누리과정 정부 예산 편성에 정말 반대하는 것일까. 사실은 정 반대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자체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을 축소, 보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9일 브리핑을 갖고 "누리과정은 지자체, 지방교육청의 의무사항임으로 반드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누리과정과 같은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시절 TV토론 등에서 "반드시,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일 황우여 부총리에게 공개 망신 주는 것으로 누리과정 합의 판을 깼다 ⓒ 뉴데일리
    ▲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일 황우여 부총리에게 공개 망신 주는 것으로 누리과정 합의 판을 깼다 ⓒ 뉴데일리

     

     

    청와대 내에서는 야당의 무상급식 논란과 맞물려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논란이 된 데 대해 불편한 기류가 강하다.

    안 수석은 "누리과정은 법적 근거 없이 지자체나 교육청의 재량으로 하고 있는 무상급식과는 다르다"면서 "영유아교육법 지방재정교부금법 등에 따라 법적으로 반드시 예산을 편성,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즉 판을 깬 건 오히려 새누리당이다. 누리과정 예산안과 무상급식을 '분리' 대응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통과시켜야 하는 청와대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반발이었던 것이다.

    당초 여야정은 내년도 누리과정 순증분 예산 5,000여억원을 교육부 예산으로 편성해 예결특위에 넘기기로 구두합의했다.

    또 예결위에서 지원 규모가 확정된 뒤 지방채 발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국비와 지방채를 연동시키고 중앙정부가 지방채 발행을 보증하고 이자도 보전해주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내는 데는 친박의 부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주요 인사들은 줄줄이 지자체장과 장관으로 불려나가 국회를 떠난 상태다.

    정부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지자체장으로는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다.

    당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정현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이같은 '물밑 작업'을 나홀로 담당하긴 역부족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지금 이완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 지도부가 겉모습은 '친박'으로 보이지만 실제 움직임은 철저하게 당(黨)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청와대에 별 보탬이 안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 여권관계자는 "지금 당내 계파라는 게 많이 희미해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또 공천시즌이 가까워질 수록 누구와 관계를 깊이 가져가느냐에 미래가 달렸는데 다들 어떻게 행동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당청 간의 불안한 동행이 계속될 것이란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