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감독 발탁하고 외부 영입 인재 크게 키워 KS 진출해
  •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사진 왼쪽으로부터 문재인 위원, 정세균 위원, 문희상 위원장, 박지원 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사진 왼쪽으로부터 문재인 위원, 정세균 위원, 문희상 위원장, 박지원 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삼성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여운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4연패를 차지한 승자 삼성보다도 준우승을 거둔 넥센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이례적으로 준우승 팀을 대상으로 '외인구단 영웅이 되다'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그 외 매체에서도 넥센의 준우승을 조명하기에 바빴다.

    1등보다 아름다운 2등, 찬사받는 2등이 된 넥센이다.

    정치권에도 2등이 있다. 원내 130석의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그 주인공이다.

    새정치연합 스스로도 입만 열면 지난 대선에서 준우승(?)을 했던 것을 내세우며, 국민 48%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등'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21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19%를 기록했다. 42%를 기록한 새누리당에 이어 2위이기는 하지만, 격차는 크다.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한국시리즈 응원팀 설문에서 과반수가 넘는 57%의 국민이 넥센에 응원을 보냈던 것과는 딴판이다.

    새정치연합은 왜 넥센처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2등, 찬사받는 2등이 되지 못할까.

     

  • ▲ 넥센 염경엽 감독.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넥센 염경엽 감독.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백척간두에서 진일보, 참신한 인재를 선장으로 세운 넥센

    넥센의 돌풍, 그 중심에는 염경엽 감독이 있다.

    2013 시즌을 앞두고 넥센 이장석 사장이 염경엽 감독을 발탁했을 때, 야구계는 깜짝 놀랐다. 그간의 상식과 평판으로 볼 때, 염경엽 감독은 '감독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두주불사형이 많은 야구계에서 매우 드문 케이스다. 술을 하지 않다보니 오해도 많이 샀다.

    LG 수비코치였던 2011년 무렵에는 사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쌍둥이 마당 등 LG 팬페이지에서 그를 향한 저주의 목소리가 넘실거렸다. 중학생인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친구들이 아빠 보고 나쁜 사람이라고 욕해"라는 말을 듣고서 염 감독은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게다가 그는 스타 선수 출신이 아니다. 은퇴 후에도 코칭스태프로 계속 머물지 못하고 프런트로 빠지기도 했다. 엘리트 커리어 루트가 따로 있는 야구계에서 이미 성골이나 진골이 아닌, 잘해야 6두품이었던 셈이다.

    이런 염경엽 감독을 이장석 사장은 프리젠테이션과 면접을 거친 뒤 감독으로 발탁했다. 염 감독 본인도 "한국은 스타 선수가 아닌 사람이 감독하는 풍토가 아니라, 잘하면 수석 코치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면접에 들어갔다"며 "덜컥 감독이 돼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구단이 가장 어려웠던 2011년 말에 참신한 인재 발탁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넥센은 2011년까지 계속해서 '선수를 팔아먹는' 트레이드를 했기 때문에 외견상 전력이 매우 위축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험 많은 매우 노련한 노장 감독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지만, 이장석 사장은 초보 신인 감독인 염경엽 감독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두 시즌만에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 ▲ 지난달 13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를 예방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달 13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를 예방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위기에서 '그 나물에 그 밥'… "노련한 일꾼" 필요하다는 새정치

    반면 새정치연합은 어떨까.

    당의 변화를 이끌 참신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정홍원 총리의 국회 예방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본인을 "비대위원장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농담이지만, 진실도 담겨 있다. 문희상 위원장은 실제로 1년 4개월만에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원장은 당의 변화를 이끌 사람이 아니라,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인물이니 지겨워도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인물들마저 국민이 보기에 지겹기 짝이 없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당권에 도전한다는 이른바 '빅3' 중 정세균 위원은 이미 당 대표를 두 번이나 했다. 박지원 위원도 원내대표를 두 차례 했고 비대위원장도 지냈다. 문재인 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인물이다.

    '빅3'는 당내 계파의 수장이기도 하다. 박지원 위원은 구민주계, 정세균 위원과 문재인 위원 중 범친노(汎親盧) 중 각각 정세균계와 친노본당(親盧本黨)을 이끌고 있다. 자연스레 차기 전당대회는 이미 계파간의 흙탕물 싸움이 될 전망이다. 당 대표로 가는 엘리트 커리어 루트에서 벗어난 참신한 인물이 등장할 조짐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세균 위원은 20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금은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뺄셈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새정치연합이 참으로 어려운 지경에 놓기 때문에, 아주 노련한 유능한 일꾼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 ▲ 득점을 기록한 넥센 서건창(사진 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박병호. ⓒ연합뉴스 사진DB
    ▲ 득점을 기록한 넥센 서건창(사진 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박병호. ⓒ연합뉴스 사진DB

    ◆보잘 것 없던 외부 영입 인재를 크게 키워내는 넥센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선수가 한다. 그런 점에서 염경엽 감독이 선장을 맡은 넥센호(號)를 한국시리즈로 견인해 낸 것은 박병호와 서건창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선수 모두 바닥에 있을 때 넥센이 영입해 왔다는 것이다.

    2005년 드래프트에서 LG가 1순위로 지명한 박병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2군 본즈'라 불렸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홈런왕 배리 본즈의 이름을 딴 별명이었지만, 2군에서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놀림이나 다름 없었다.

    트레이드 직전해인 2010년의 타율은 .188 에 불과했으며, 결국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대상이 돼 넥센으로 이동했다. 당시 LG는 넥센에 박병호~심수창을 보내고 송신영~김성현을 받았는데, LG가 넥센에게 웃돈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이 만연할 정도로 박병호는 이렇다할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넥센은 트레이드 직전까지 16타수 2안타에 머물고 있던 박병호에게 꾸준한 기회를 부여했고, 박병호는 그 기대에 부응해 2011년 후반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과 지난해에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을 기록하며 2년 연속 MVP를 수상할 정도로 괄목상대했다.

    올해 MVP가 된 서건창은 더욱 극적인 케이스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불과 1경기만 뛰고 방출됐던 서건창은 군대에 다녀온 뒤, 2011년 넥센의 문을 두드렸다.

    박흥식 2군 감독은 서건창의 가능성을 알아봤으나 어려운 구단 사정상 선발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딱 (연봉) 2000만 원만 더 쓰자"고 하자, 이장석 사장은 뜻밖에도 "(NC에 빼앗기면 안 되니) 신고선수 테스트를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그 해 넥센의 신고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된 선수는 서건창이 유일했다.

    마무리 훈련과 전지 훈련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서건창은 2012년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그는 이 해 도루 2위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 "왜 LG가 저 선수를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게끔 했다.

    이후 서건창은 올해 타율과 최다안타 1위를 기록하며 MVP를 수상하기에 이른다. 특히 한 시즌 200안타 돌파는 KBO 역사상 최초이며, 그 외에도 그는 한 시즌 최다 득점·최다 3루타·최다 멀티히트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부 영입 인재 박병호~서건창의 활약에 힘입어 넥센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MVP를 3년 연속 독식하고 있는 중이다.

  • ▲ 지난 7월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7월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거물급 외부 영입 인사를 몰락시키는 새정치

    반면 새정치연합이 영입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철수 의원은 어떤 면에서 봐도 박병호~서건창보다 영입 당시부터 이미 '거물'이라 불릴 만했다. 이런 인재를 영입한 새정치연합은 그들을 어떻게 키워줬을까.

    2007년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영입했다. 손학규 고문은 당시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에 다음 가는 거물이었다.

    이러한 거물을 영입했음에도 새정치연합(과 그 전신인 정당들)은 그를 크게 쓰지 못했다. 크게 쓰이기는 커녕, 이적 이후 손학규 고문의 정치적 행보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던 정동영 고문과 문재인 위원에 밀려 연속으로 물을 먹었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시 대표로 추대되기도 했으나,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라는 아우성에 2년 가까이 정계를 떠나 강원 춘천에 은거해야 하기도 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손학규 고문을 사지(死地)에 가까운 수원병 지역구로 떠밀었고, 그는 결국 정계 은퇴라는 참담한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민주당은 올해 3월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거듭났다. 안 전 대표는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50%를 기록했던 2011년 말보다는 다소 퇴색한 감이 있었으나, 여전히 새정치연합내 어떤 정치인보다 대선 후보 선호도가 높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었으나, 당내 친노 강경파 세력의 반발에 제대로 당권을 행사할 수가 없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론인 기초의원 무공천조차 뜻대로 할 수 없었다. 기초의원 무공천의 정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공동대표가 자신의 전략대로 선거를 치를 수도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강경 투쟁 노선을 고집해 온 친노 강경파는 바로 그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엉뚱하게도 이를 기회로 안철수~김한길 체제를 무너뜨렸다.

    불과 5개월 당을 이끄는 동안 안철수 전 대표는 만신창이가 됐다. 그에 대한 선호도가 빠지는 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도도 함께 거침없는 내리막을 탔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은 유력한 대권 주자를 잃고, 정당 지지도까지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친노 강경파가 당의 패권을 쥐고 영입된 인사들의 등뒤에 칼을 꽂으니, 이들이 클래야 클수도, 키워낼래야 키워낼 수도 없다. 밤낮없이 선명성 타령을 하면서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니, 그 결과 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굴러들어오는 인재마저 너덜거리게 만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지난 9월 중순 박영선 전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탈당 소동이 벌어졌을 때, 당내에서 차기 비대위원장 감으로 거론된 한 인사는 "지금은 예수가 (새정치연합에) 와도 안 된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말대로 친노 강경파가 전횡하는 이 상황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아닌 그 누가 영입되더라도, 새정치연합이 넥센처럼 그를 키워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새정치연합이 넥센처럼 '찬사받는 2등'이 된다는 것은, 전면적인 환골탈태에 가까운 혁신이 있지 않고서는 꿈과 같은 이야기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