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유발하는 공포의 6G 중력 가속도 체험‥“조종사는 9G까지 견뎌야”
  • ▲ 공군사관학교 인근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공군사관학교 인근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공군 전투기 조종사라면 1년에 한번씩 꼭 거쳐야하는 과정이 있다. 예전에 항공생리훈련(항생)이라고 불리웠던 ‘비행환경적응’훈련이다.

    급격한 조작과 높은 고도에서 운항 되는 비행환경에 대한 인체 생리적 내성등 항공기 운용중 나타나는 이상증상을 체험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훈련이다. 예컨대 전투기를 타고 싶으면 이 훈련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훈련은 충남 청주에 위치한 ‘항공우주의학훈련 센터(항의원)’에서 실시된다.

    ◇전투기 탑승 '로망'의 시작은 '비행환경적응 훈련'부터...

    기자는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전투기 탑승’에 대한 로망을 키워왔다. 실제 공군조종사의 임무현장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공군관계자에 이같은 취재아이템을 제의하면 늘상 돌아오는 말은 “항생을 받으셔야 검토가 가능합니다”라는 말 뿐이 었다.

    최근 공군본부와 협의되면서 이른바 ‘항생’훈련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최종적으로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으로 알려진 ‘공포의 곤돌라’를 테스트를 통과해야한다.

  • ▲ 훈련에 앞서 비행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훈련에 앞서 비행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지난 11월 14일 공군본부 박승만 서기관의 안내로 청주 공군사관학교 인근 ‘항공우주의학 훈련센터’를 찾았다.

    공군은 항공생리훈련 시설은 지난 1960년 공군병원 항공의학연구소에 6인용 저압 장비를 도입한 이래 2012년 신축한 ‘항공우주의학 훈련센터’까지 조종사와 승무원을 위한 비행환경적응 훈련 프로그램은 제공해왔다. 

    이날 기자가 받은 훈련과정은 민간인을 위한 ‘승객과정’이다. 이수해야 훈련으로는 비상탈출훈련→고공저압환경 훈련→비행착각을 경험하는 SD훈련→가속도 내성강화훈련이다.

  • ▲ 비행환경 적응 훈련은 항공기 운항중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인체변화를 미리 체험한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비행환경 적응 훈련은 항공기 운항중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인체변화를 미리 체험한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공군 항공우주의학 훈련센터는 국내유일한 비행환경 훈련기관으로 매년 240개 과정을 통해 3,800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 또한 타국 공군에서 상당한 인원이 훈련을 받고 돌아간다.특히 훈련장비가 F-16과 F-15 전투기를 위주로 구성돼 이를 운용하는 국가에서 항공우주의학 훈련센터를 통해 비행환경적응 훈련을 경험한다.

    센터에 도착한 기자는 먼저 훈련의 이해를 돕기위한 브리핑을 들었다. 훈련의 목적과 각종 항공기 사고 사례를 통해 비행중 환경적응의 중요성을 이해했다.

    ◇전투기 비상탈출도 내공(?) 필요!…비상탈출훈련 

  • ▲ 비상 탈출 장비에 착석한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비상 탈출 장비에 착석한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첫번째 도전할 훈련은 비상탈출하는 과정이다. 비행중 조종불능의 항공기로부터 안전한 비상탈출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훈련하는 곳이다. 전투기 앞부분이 재현되있는 조종석에 앉아 사출 손잡이를 잡아당겨 탈출 당시의 충격을 미리 체험한다.

    조종사가 최종적으로 비상탈출 할때는 캐노피(조종석 뚜껑)가 폭약장치에 의해 날아가면서 조종사가 앉아있는 시트가 위로 튕겨져 올라간 다음 낙하산이 펴지는 절차를 이룬다. 이 훈련에서는 시트가 튕겨져 올라가면서 느끼는 충격을 경험한다.드디어 차례가 돌아왔다. 긴장된 마음으로 가운데 사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 ▲ 탈출 훈련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탈출 훈련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후 "펑" 소리와 함께 좌석이 4m 높이까지 솟구쳐 올랐다. 이때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조종사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한다.  솟아오를때 받는 중력이 최대 6G로 실제와 비슷한 체험을 했다.

    훈련 관계자는 “실제 탈출시 이보다 더 강한 중력이 걸리기 때문에 탈출 순간, 조종사가 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공비행시 오는 ‘저산소증’ 체험하는 ‘고공저압환경’ 훈련

  • ▲ 고공저압훈련중 주의사항을 듣는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고공저압훈련중 주의사항을 듣는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어 기자는 ‘고공저압환경’훈련실로 안내 받았다. 지난 세월호 수색구조시 잠수사들이 사용한 감압챔버와 비슷한 장비로 항공기가 고고도 상공을 비행 할 때 인체에서 느끼는 이상 증상을 체험할 수 있다.

    저압실에는 30여명이 한꺼번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좌석과 이를 통제하는 컴퓨터 장비가 함께 있다. 훈련에서는 고고도 기압변화와 함께 저산소증 체험도 했다. 

  • ▲ 장비관리자가 훈련자의 신체 변화를 확인 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장비관리자가 훈련자의 신체 변화를 확인 하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저산소 상태에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간단한 연산조차도 힘겹게 만든다. 이 훈련중 받아쓰기와 구구단 외우기를 실시하기도 했다. 뇌를 많이 쓰면 소모되는 산소도 증가하기 때문에 단순 받아쓰기 보다 뇌를 더사용하는 구구단 답안을 작성할 때 먼저 정신을 잃게 된다.

    ◇베테랑 조종사도 방향감각을 상실케하는 ‘비행착각’

  • ▲ 비행 착각 훈련을 위해 SD장비에 착석한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비행 착각 훈련을 위해 SD장비에 착석한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다음으로 비행착각을 경험할 수 있는 SD(Spatial Disorientation·공간정위상실)훈련을 실시했다.SD훈련은 육안으로 비행 지형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 계기비행의 중요성을 시뮬레이터를 통해 직접 겪어보고 인간 평형 감각의 오류 느껴보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전투기로 야간작전이나 구름속 통과시 3차원 공간에서의 감각오류에 의해 항공기 자세를 잘못 판단하지 않고 계기를 통해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비행 착각에서 인간은 본능적은 자기스스로의 감각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난다.

  • ▲ SD 장비가 가동되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SD 장비가 가동되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담당교관은 공간감을 상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머리를 좌석에 최대한 밀착하고 계기에 집중하면서 수평비행을 해야한다"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전투기 사고의 몇몇은 이같은 비행 착각으로 추락한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이번훈련은 상당히 힘들었는데 그이유는 시각과 평형기관 다르게 작용하면 어지러움과 구토를 유발했다.

    특명! 훈련 마지막 관문 "중력가속도 6G를 견뎌라"…가속도내성강화훈련

  • ▲ 가속도 내성강화훈련에 앞서 교관에게 L-1호흡법을 교육 받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가속도 내성강화훈련에 앞서 교관에게 L-1호흡법을 교육 받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기다려라…슬램이글, 순 기자가 간다”전투기를 탑승하기위한 마지막 코스에 진입했다. 전투기조종사가 임무수행을 위해 급격한 기동시 발생되는 가속도에 의한 신체 활동제한과 시력변화 그리고 G-LOC 이라 불리는 의식상실을 방지하기위한 훈련이다.

    예전 시설은 일명 ‘곤돌라’로 불리던 것이 2년전 ‘항공우주의학 훈련센터’가 신축되면서 완전 최신식으로 바뀌어 F-16과 F-15 전투기 조종석 모습 그대로다. 

    이날 기자가 통과해야할 기준은 6G 상태에서 20초를 버텨야했다. 훈련에 앞서 교관을 따라 L-1 Maneuver라 불리우는 호흡법을 익혔다.

  • ▲ 최신형 가속도내성강화장비.ⓒ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최신형 가속도내성강화장비.ⓒ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G가 걸리기 시작하면 온몸의 혈액이 아래로 몰린다. 이때 시야협소(그레이아웃)을 시작으로 시야상실(블랙아웃) 그리고 의식상실(G-LOC)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투기 조종불능에 빠진다.

    L-1 호흡법은 이같은 현상을 최소화 하기위해 숨을 토해 내면서 신체 전체의 근육을 긴장시켜 하반신으로의 혈액 몰림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호흡법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윽"이라는 구호와 함께 짧게 숨을 들이쉬는 것을 반복한다. 

    이제 조종석에 탑승하고 연신 L-1호흡법을 연습하며 스틱을 잡았다. 담당교관이 호흡법의 리듬을 알려주며 훈련통과를 시간이 20초의 카운트를 했다.조종석이 6G로 진입하면서 온몸이 아래로 압축된다.

  • ▲ 가속도 6G에 도달한 상태의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가속도 6G에 도달한 상태의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온몸에 힘을 주고 혈액이 밑으로 쏠리지 않도록 호흡법에 신경쓰다가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실패했다. 이후 20분간 다시 호흡법을 교육받고 마침내 2차 훈련은 6G를 견뎌내면서 최종적으로 수료자격을 획득했다.

    훈련센터의 성은정 훈련1과장(공사55기) “센터에서는 크게 20여가지 훈련과정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조종사위주의 훈련이지만 공중근무자로 볼 수 있는 항공의학·간호 장교, 고공낙하전문 특수부대원원도 이와 비슷한 훈련을 거친다”고 말했다.

  • ▲ 훈련을 마친후 화이팅 포즈를 취하는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훈련을 마친후 화이팅 포즈를 취하는 순정우 기자.ⓒ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날 하루 치러진 ‘비행환경적응’훈련은 매우 특별했다. 기자가 이수한 과정은 승객과정이다. 조종사과정은 2박3일 동안 이보다 더 다양한 고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한다.

    이날 이후부터 공중에서 고난도 기동하는 전투기가 멋지게 보이는 것 보다는 이때 조종사는 L-1호흡을 하며 고통을 참아가며 국가영공을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수행하는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 ▲ 순정우 기자가 훈련이후 성은정 훈련과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순정우 기자가 훈련이후 성은정 훈련과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세계최고 훈련시설을 지향하는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의 훈련과정을 이수한 다음날 기자는 꼼짝없이 앓아 누워 있었다. 평생 한번도 체험한 적 없는 엄청난 속도와 낮은 기압, 급격한 중력의 변화 등 훈련과정의 후유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