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 사위의 집에 침입해 지하창고에 있는 비자금을 내놓으라며 굴착기와 아르바이트생 수십명을 동원해 돈을 빼앗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광주경찰서는 전직 대통령의 사위 A씨의 별장에 침입해 돈을 갈취한 혐의(강도)로 B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굴착기 기사와 아르바이트생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지난 11일 자정께 경기도 광주시 A씨의 별장에 침입해 "집 지하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벙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 3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B씨 등 4명은 A씨의 별장 지하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굴착기 1대와 굴착기와 트럭 운전사 4명, 용역업체 직원 25명을 동원해 별장을 급습했으나 벙커나 비자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A씨가 바지 주머니에 갖고 있던 수표만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행은 그러나 무단 침입을 알리는 경보시스템 작동으로 출동한 사설경비업체 직원이 집 주위를 수십명이 에워싼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은 "A씨의 별장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지하에 방이 있기는 하지만 가정부가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B씨 등은 범행 전 인터넷 등을 통해 일당 20만원을 주겠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으며 이들에게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힌 직후 자신들을 "비자금 회수 임무를 맡은 유엔 국제금융수사단 소속 직원으로 부산에 정박한 선박에 유엔사무소가 있으며 이곳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유엔 산하에 국제금융수사단이란 기구는 없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B씨 등 4명은 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 사이로 사기 등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A씨가 거주하는 전원주택 마을 부근에서는 A씨가 전직 대통령 사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아마 이들이 이러한 소문을 듣고 범행대상을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갖고 있던 메모지에서 나온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바탕으로 추가 범행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