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이전 MBC, '테이프리스' 도입 시도...시스템 불량으로 '여의도 방식' 회귀


  • MBC가 88억의 예산을 들여 야심차게 도입한 NPS 시스템 구축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NPS(Network-based Production System)'란, 뉴스 제작·송출 전 과정을 테이프리스(Tapeless)화한 것으로, 촬영부터 편집, 송출 단계까지 고화질(HD)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돼 신속한 편집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뉴스 제작·전송 시스템을 일컫는다.

    그동안 MBC뉴스는 녹화한 원본 테이프를 편집실에서 가공한 뒤 이를 주조정일에 제출해 재생·송출하는 오래된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테이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인력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MBC는 최근 상암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제작·송출 시스템을 전면 디지털화하기로 하고, 총 88억 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타사와 동일한 NPS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게 MBC노동조합 측 주장이다.

    MBC노동조합 관계자는 21일 "S사와 계약을 맺은 사측이 선불로 56억까지 지급하고 시스템 공사를 맡겼는데, 앞서 홍보했던 내용과는 딴판으로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며 "여의도 사옥에서 쓰던 기존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데에만 23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라면 신사옥 입주 과정에서의 액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과도하지 않느냐"며 "사측은 업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사내 일각에서 'NPS 게이트'라고 조롱 받고 있는 이 사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원래 특정 업체에서 200억대의 견적을 제시했는데 S사에서 100억 이하로 맞춰줄 수 있다고 제안, MBC 경영진이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단히 화가난 MBC 측에서 유명 로펌사를 법률대리인으로 고용,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MBC노동조합은 최근 사측이 계약직 사원 4명과 계약 해지를 한 사실을 거론, "정작 비효율적인 부분은 제쳐놓고, 힘없는 계약직 직원을 '비용절감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사측은 '사내 비효율 제거'를 강조하며 보도국 영상편집부 소속 계약직 사원 2명과 컴퓨터그래픽부 소속 계약직 사원 2명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진짜 비효율적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사측이 신사옥 개막에 앞서 홍보에 열을 올렸던 ‘테이프리스’ 시스템 구축은 실패했고, 기존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만 추가로 들어갔어요.


    MBC노동조합은 "이 밖에도 ‘사내 비효율’은 곳곳에서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단지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 그리고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폄하하고 외부세력과 결탁해 MBC를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는 이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음은 MBC노동조합이 21일 배포한 성명 전문

    '진짜 비효율'은 따로 있다!!!

    사측이 또다시 MBC를 위해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안기고 있다. 사측은 최근 보도국 영상편집부 소속 계약직 사원 2명과 컴퓨터그래픽부 소속 계약직 사원 2명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지난 2012년 채용된 이들은 7개월간의 파업 이후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정규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적은 급여’와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오직 MBC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인정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버텼을 것이다. 더구나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사원 4명은 업무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비용절감을 위한 의사결정은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사측의 이번 결정은 이들의 간절한 꿈을 빼앗는 것은 물론 사회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사측은 ‘광고시장 불황’과 ‘미디어 환경 급변’ 등을 이유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하면서 ‘사내 비효율 제거’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계약해지 통보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위기상황에서 비용절감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좀 더 혁신적인 위기 탈출법을 모색해야 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의사결정은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사회적 법적 지위가 열악한 계약직 직원부터 비용절감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은 사측의 열악한 경영철학 수준과 경영능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계약직 직원도 평가결과에 기초한 정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경영행위를 통해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비효율을 찾아서 효과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NPS 게이트’의 진실규명이 ‘비효율 제거’의 첫걸음


    그렇다면 진짜 ‘사내 비효율’은 무엇인가? 현재 MBC뉴스의 제작공정은 방송사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수준이다. NPS 시스템 도입 실패 때문이다. 신사옥 개막에 앞서 홍보에 열을 올렸던 ‘테이프리스’ 시스템은 그야말로 ‘광고’에 불과했다, 그것도 ‘과장광고’였다.  

    사측은 상암 신사옥 이전을 위한 NPS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88억 4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진행했지만(현재 56억원은 해당업체에 지불)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여의도 사옥에서 쓰던 기존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데 23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큰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실수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신사옥 입주 과정에서의 액땜이나 자축비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과도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졌다는 소식은 없다. 사측은 업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사내 일각에서 ‘NPS 게이트’라고 조롱 받고 있는 이 사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사내 비효율’은 곳곳에서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지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모호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 그리고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폄하하며 외부세력과 결탁해 각종 수법으로 MBC를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는 이들이다.

    - MBC노동조합(공동위원장 김세의·박상규·최대현)